'백종화 그로플 대표'가 전하는 리더십 이야기
2년째 제가 코칭하고 있는 B회사가 있습니다. 전 직원이 700명 정도 되는 회사인데 수직적 조직 문화를 어떻게 수평적으로 바꿀 것인가가 주제였죠. 가장 재밌었던 시간이 회장님의 MBTI를 공개한 순간입니다. MBTI는 제가 최근 사용하는 도구 중 가장 솔직하게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특히 회장님의 약점을 공유해 본 적이 없었던 거죠. 그런데 약점을 공유하니까 저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서로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구성원들이 주도권을 갖고 일하는 문화를 만들려면 평가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기존에 MBO 방식을 적용하는 곳은 목표 달성이 최우선이었죠. 목표 수립시점부터 달성가능한 목표를 잡게 됩니다. 이건 '새로운 방법으로 다르게 시도해 보겠다'가 작동되지 않는 구조예요. 그래서 최근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꾼 곳들이 있습니다. 임원진에게 "이제 어떤 사람을 A급으로 평가하실 건가요?"라고 물으면 임원들은 멘붕이 와요. 목표도 챙기면서 혁신을 시도하는 부분도 챙겨야 하니까요. 임원의 역할은 의사결정권자에서 서포터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에서 더 도전하고 학습하는 구성원들을 높이 평가하기로 했어요.
보통 실무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기획하더라도 마지막에는 의문이 듭니다. '그래서 CEO를 설득할 수 있을까?' 이런 현상이 아래와 같은 상황과 맞물리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1. 타인을 설득하는 행위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자신이 없는 경우
-> CEO를 설득하기 힘드니까 그냥 포기해야겠다.
2. 좋은 아이디어임에도 불구하고 CEO의 취향이 아닌 경우
-> CEO는 이런 거 안 좋아할 것 같으니 그냥 포기해야겠다.
한 콘텐츠 회사에서는 CEO가 자주 미팅이나 회의에서 "내가 보기엔 이런데"하고 본인 의견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1년이 지나니까 직원들이 위의 경우처럼 생각하게 됐어요. 직원들이 잘못된 영향을 받은 거죠. 그래서 한 직원이 CEO에게 아래와 같이 피드백을 했습니다.
OOO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이후 아이디어를 다듬고 드롭하는 과정에서 그 기준이 '시청자가 얼마나 재미를 느끼는가? '브랜드에 유의미한 의미를 가져올 수 있는가?'등이 아닌 'CEO가 보고 OK 하실까?'가 기준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령 상품기획, 콘텐츠 등 프로젝트의 최종 결과물을 CEO가 확인하더라도 '내가 보기엔 이렇다'가 아닌 '고객 시각에서는 이렇다'라고 커뮤니케이션하면 실무자들도 고객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훈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이 저 정도의 피드백을 CEO에게 직접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회사 CEO는 한 달에 한 번씩 구성원 4명에게 피드백을 받기 때문입니다. 코치인 저만 빼고 구성원은 매번 바뀝니다. 이번달에 피드백을 주는 3명이 누가 됐는지 CEO는 모릅니다. 그리고 그 3명은 한 달 동안 CEO를 계속 관찰합니다. 한 달 후에 구체적인 상황과 행동,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같이 피드백하며 한번 바꿔보시면 어떠냐고 제안합니다. 그러면 CEO는 피드백을 듣자마자 "몰랐는데요. 한번 고쳐볼게요.'라고 바로 대답합니다. 피드백의 목적이 전달됐기 때문입니다.
전하는 사람의 영향력은 높이고 받는 사람의 저항값을 낮추려면 피드백을 1년에 한 번이 아닌, 수시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피드백이 받는 사람의 성장을 위한 방법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피드백을 나누는 장소도 다양하면 좋습니다. 팀원의 피드백을 받을 때는 스스로 저항값을 낮춰보는 건 어떨까요? 또, 왜 그런 피드백을 주는 건지에 대한 목적을 함께 이야기해 봐도 좋습니다.
조직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정체되는 시기가 온다고 하는 건 매출이나 새로운 비즈니스처럼 목적 중심의 이야기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일하는 방식은 정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존의 A방식이 아닌 B라는 방식으로 시도해 보며 또 다른 면에서의 성장이 가능하거든요. 방식을 바꿀 기회를 구성원에게 주는 거죠. 동일한 목표여도 새로운 방식으로 주도적으로 시도해 볼 기회를 준다면 구성원은 떠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솔직히 요즘은 리더가 가장 힘들어요. 리더의 역할 중에 바뀌지 않는 것은 목표달성입니다. 예전에는 성과만 내면 됐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구성원들의 생각이 다 달라요. 초개인화시대입니다. 특히나 팀장급이 다양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에서 도와줘야 합니다. 왜냐하면 팀장이 잘하면 팀원들은 자연스럽게 성장하거든요. 솔직히 팀장급들이 충분한 여유를 갖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그냥 시간을 고정해서 1ON1에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시간을 고정한다는 건 개인적으로도 고정할 수 있고 조직이 고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팀원별로 역량과 과업에 따라 1ON1은 차등을 둬도 됩니다. 지금 잘하고 있는 팀원이라면 15분, 20분만 미팅해도 상관없습니다. 또 팀장들의 특징은 본인이 다 하려 하지만 어떤 영역에서 팀원이나 다른 팀장이 더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은 커넥터(Connector) 역할만 해줘도 됩니다. 또, 피드백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합니다. 결과만 놓고 이야기하면, 결과에 대한 피드백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과정을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과정이 변하고 결과가 바뀝니다.
퇴사는 솔직히 회사 관점입니다. 나의 관점에서 보면 자유로운 이직 시대가 열린 겁니다. 이직한다는 건, 첫째는 내가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하는 것, 두 번째는 나의 성과와 경험, 영향력을 인정받는 게 목적이죠. 이런 시대를 맞아 회사 관점에서는 이직해도 되는 문화를 만드는 게 오히려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합니다. 이직해도 되는 문화라는 건 누군가 계속 밑에서 화수분처럼 성장해서 올라온다는 걸 의미해요. 이 사람이 떠나도 된다는 거잖아요. 이게 가능하려면 조직에 성장하는 문화가 있어야 합니다. 성장하는 문화가 있으려면 구성원들한테 기회를 주는 문화가 조성돼야 합니다. 지식과 경험을 계속해서 공유하는 문화가 밑받침되어야겠죠.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2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