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
"멋진 아이디어가 많다는 말이 나에게는 어떻게 들릴 것 같나요?" 이어서 말했다.
"'현재 하는 일에 성실하지 않거나 집중하지 못하고 항상 딴생각만 한다. 깊이 있는 지식은 별로 없고, 깊이를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결과를 만들어 본 것은 별로 없다. 시도는 하는데 완성하지 못하고, 성취한 것으로는 자랑할 게 없다'로 들리네요."
기존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출발점으로서 아이디어는 꼭 필요하다다. 그러나 허공에 그린 상상도와 실험실의 시제품에 머물러서 더 이상 한걸음 전진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많이 본다. 결과물 없이 멋진 생각과 말만 계속하면 소위 '약장수'취급을 받는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가치 창조에 도움을 주지만 말보다 행동이, 행동보다 결과가 신뢰를 만든다. 실천과 구현이 있기 전까지는 아이디어는 그냥 아이디어일 뿐이다.
스타트업 사업 계획서 검토를 거듭할수록 창업하려는 분야에 대한 창업가의 철저한 무지와 무경험과 더불어 계획성의 피상성에 놀라게 된다. 부디 블로그, 신문 기사 등에서 보거나 책 몇 권 읽은 감동에 의존해 창업하지 않기를 권한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기 전에 한 시간만이라도 인터넷 검색을 해보기 바란다. 사업을 구상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유사 경쟁 상품의 검색과 조사다. 미국의 경제학자 시어도어 레빗도 "똑같은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마다 차이점이 있다."라고 했다. 집중하는 고객의 집단과, 그들의 문제점과 해결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기존 제품을 잘 조사하면 그 시장과 고객의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패션 서비스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이 스스로를 소개하는 문장 중 일부다.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패션 정보들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다. 하나의 검색 키워드에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수많은 이미지들 비롯한 정보가 무더기로 나온다. 널려있는 패션 SNS를 통해서는 기껏해야 휘발성의 이미지를 공유하는 것 말고는 스타일을 걸러낼 수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정확한 스타일들을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내가 구축하려는 것이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모은 통합 정보 사이트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 '흩어져 있는 정보 사이트'하나를 더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슈퍼 정보 서비스가 허상인 이유는 모든 정보를 다 모으고 최신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을 위한 모든 것을 포괄하는 서비스란 있을 수 없다' 특정한 고객의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업의 본질이라고 반복해서 이야기를 해도 그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사람들은 다르다. 완전히 다르다. 특정한 사람들이 가진 문제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그 특정한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정한 문제들을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비즈니스 모델의 설계를 시작할 수 있다.
고객의 진짜 마음과 CEO가 상상하는 고객의 마음은 항상 엇갈려 빗나간다. 잘 나가는 회사의 CEO도 고객이 왜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고객이 제품을 사는 진짜 속마음은 이성의 마음처럼 복잡 미묘하게 감춰져 있어서, 웬만한 구애로는 열어볼 수가 없다. 쉬운 답에 만족하며 쉽게 넘어가지 않는 것이 창업가의 중요한 자질이다. 빌 게이츠는 이렇게 강조했다.
"가장 큰 불만을 가진 고객은 가장 위대한 배움의 원천이다."
그러나 이를 듣더라도 창업가들은 무시하고 다른 방향으로 간다. 무시하고 지나치는 이유는 전적으로 창업자들의 문제 때문이다.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자신이 기대했던 첨단 기술이 아니거나, 그 문제가 포함된 분야가 지금 유행하는 분야가 아니거나, 자신이 재미있어하거나 흥미로워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런 일은 허드렛일이어서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믿는다면 변호사 출신이 청소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현실에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압력이 존재한다. 일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체면과 과시욕 때문에 훌륭한 사업 모델을 발견할 중요한 기회를 놓친다.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창업자들은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가'라고 질문하지 말고 '우리의 고객은 어디에 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춘향이 도령을 기다리듯이, 잠재 고객은 자사 제품의 등장을 정절을 지키며 기다리지 않는다. 이미 그들은 필요와 욕구를 어디에선가 해소하고 있다. 그들이 어디서 그 욕망을 해소하는지 알아야 한다. 단지 자사 제품이 더 좋기 때문에 고객이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자사 제품과 서비스의 잠재 고객이 지금 어디에서 욕망을 채우고 있는지, 전환 비용이 무엇이고 얼마나 높은 지를 알고 그것을 넘어설 만큼의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거나 전략이 있어야 한다. 순진한 짝사랑으로 눈이 먼 창업자들이여, 남의 고객을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거라 착각하지 말고 우리의 고객이 어디에 있는지 보는 눈을 뜨기 바란다.
'고객은 이것을 좋아할 거야. 기존 회사는 이래서 못해. 난 잘할 수 있어'
상당수의 사업 계획서는 이 같은 가설의 삼단 논리 비약으로 시작한다. 각 문장에 '왜'를 붙여 의문형으로 만들어 실험하고 검증하는 일이 스타트업이 해야 할 핵심인데, 당연하다고 가정하고 쉽게 그냥 넘어가서 다음 단계로 접어든다. 가설의 삼단 논리 비약을 스타트업의 숙제로 다시 만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왜 고객이 이것을 좋아해야만 할까? 왜 기존 회사는 그것을 하지 않았을까? 왜 나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가?'
세 가지 질문으로 만들어 앞으로 6개월, 1년 동안 숙제로 삼고 풀어야 한다. 스타트업 CEO가 묘사하는 제품들은 대체로 천상에만 존재하고 이 땅에는 존재하지 않는 제품이다. 모든 사람에게 쉽고, 편리하고, 저렴하고, 취향에 맞춰서 저절로 다 된다. 그런데 정작 한 명, 천명, 만 명, 10만 명의 회원은 어떻게 모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게 핵심인데 건너뛴다. 첫 번째 회원이 자사 서비스를 왜 써야 하는지 답을 가지고 그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1000만 명의 회원은 없다. 하찮아 보이는 그 '하나' 그리고 그 '첫 번째'가 본질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길을 가는 스타트업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과정은 생략하고 달콤한 열매에만 초점을 맞춘다. 꽃을 피워야 하는 시기엔 오직 꽃에만 집중하라. 충만한 열매는 그 꽃이 피었던 자리에서 맺힌다.
중요한 사업의 비밀을 하나 공개하려 한다. 세상에서 절대 없어지지 않을 사업 분야가 있다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의, 식, 주'분야다. 컴퓨터와 소셜 네트워크, 모바일 산업은 지나가고 없어지더라도 의식주 산업은 영원할 것이다. 그리고 건설업을 만만하게 보지 마라. 건설업이 흔들리면 국가나 세계 경제가 흔들린다. 스타트업에게 '당신 사업이 제공하는 주된 가치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많은 경우 재미와 흥미라고 한다. '재미와 흥미'라는 가치는 고객을 흡인하는 힘은 강하지만 그 기간이 가장 짧다. 이보다 더 긴 흡인력을 갖는 것은 '있으면 좋은 것'이다. 그러나 단지 있으면 좋은 것 정도의 아이템으로는 사업을 시작하지 마라. '재미와 흥미'위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다시 그 위에 '없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의식주 산업이 바로 '없으면 안 되는 것'의 대표 주자다. 특정 영역에서 없으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제공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큰 회사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흡입력을 가지면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 요소는 '고통스러운 것'이다. 무언가 고통스러운 상황에 있는 고객은 해결책이 있다는 소문만 들어도 제 발로 뛰어와 제품을 자발적으로 산다. 시장은 좀 작더라도 고객의 즉각적인 반응과 강한 충성도를 가진 탄탄한 사업을 만들 수 있다. 나는 이를 일컬어 '비즈니스 모델의 가치 5단계'라 한다.
1단계 : 재미와 흥미
2단계 있으면 좋은 것
3단계 : 필요한 것
4단계 : 없으면 안 되는 것
5단계 : 고통스러운 것
당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추구하는 가치를 여기에 대입해 보라. 고객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나 어떤 분야에서 '없으면 안 되는 것'을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