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
오랜 기간 고생하고 사업이 성장해 이익도 나고 규모도 커져 자리를 잡으면, 창업자는 사업이 쉽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도 많이 떠오르고, 뭐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주변에서도 칭찬하고 부추긴다. 자신의 손이 '미다스의 손'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무리하게 발을 담근다. 성공한 창업자뿐만 아니라 이익도 내지 못하면서 조금 유명해진 창업자나 어쩌다 정치권 주변에서 놀게 된 창업자들이 거치는 홍역과 같은 질환이다. 이를 앓는 과정에 상당수는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 나는 이를 창업자가 대부분 걸리는 질병인 '첫 번째 성공 증후군'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모든 기업에도 필요하지만 특히 스타트업에는 강력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 투자자가 이사회에 참여해 사업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며 함께 경영에 참여하거나, 투자 계약서에 이를 예방하는 조항을 명시해 둘 수 있다. 동시에 직언을 하고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회사 내의 인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첫 번째 성공 증후군'을 앓는 대신 본업에 집중할 수 있다면 한국의 스타트업이 더 많은 세계적인 벤처가 될 것이다.
많은 실패들의 진짜 이유가 능력이나 돈의 부족이 아니라 욕심과 교만이라는 것을 아는가?
사람들은 창업가들이란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을 하는 사람이라 한다. 틀린 말이다. 창업가들이야말로 진짜 위험을 싫어하고 피하려고 전전긍긍한다. 대부분 사업이 잘 나가다가 갑자기 어려워져 실패했다고들 한다. 실패는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연속된 실패가 누적된 과정의 결과이다. 지금도 어떤 사업가는 연속된 실패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서 겉으로는 잘 된다고 말하며 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욕심과 교만 그리고 허세의 족쇄에 매여 깊은 바다로 끌려가면서도 기존에 투자한 돈과 기회를 아까워하며 그 족쇄를 끊지 못한다. 이것을 경영학 용어로 매몰 비용이라 한다. 매몰 비용을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히 버려야 한다.
실패를 숭배하지 말자. 스타트업은 작은 성공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피터 드러커는 어느 인터뷰에서 "한 가지만 당부하자면 다른 사람의 실수로부터 배우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성공으로부터 배우도록 하라"라고 충고했다.
그러면 실패로부터 배우는 길은 없는가? 실패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가 과정의 작은 실패를 결과적인 큰 실패로 끌고 가지 않는다. 성공도 역시 수많은 실패와 외복의 반복적인 결과다. 작은 실패에서 배우고 회복하는 것은 성공들이 모여서 결과적인 큰 성공을 만들어낸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내가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내가 '맞다'는 생각만으로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면 결국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른 채 단지 틀렸다는 것만 알고 경험의 문을 닫는다. '내가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면, 결과가 좋지 못해도 틀린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다른 분야에도 마찬가지이지만 창업가가 가져야 하는 좋거나 나쁜 사고의 차이는 쉬운 답에 안주하는지 혹은 답이 없는 불편한 상태를 오래 견딜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내가 틀렸을지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 때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은 그럴듯한 아무 가정이나 받아들이고, 정신적으로 불편한 상태를 끝내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좋은 태도는 반성적 사고를 하는 것이다. 반성적 사고는 지속적으로 탐구를 하는 동안 판단과 결론을 보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정신적 습관을 훈련하는 데에는 두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첫째는 결론을 보류하는 태도를 갖는 것, 둘째는 내 생각의 가정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증명하거나 부정하기 위한 방법을 습득하는 것이다. 창업가는 고뇌하는 철학자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