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
직원을 채용해서 나가는 급여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가장 큰 자금 소진의 요인이 된다. 하지만 많은 창업자들은 창업의 순서가 사업자 등록, 사무실 임대, 직원 채용 그리고 제품의 개발과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며 직원 채용을 서두른다. 심지어 많은 스타트업 안내서에서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언제 직원을 채용해야 하나? 원칙은 '본업에서 지속 가능한 매출 이익으로 급여를 줄 수 있을 때'이다. 혹은 외부 투자를 받아서 일정 기간 동안 안정적인 급여를 주면서 사업을 궤도에 올릴 수 있다고 판단될 때이다.
멋진 아이디어 외에는 자신이 직접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아이템으로 창업하려 하는가? 그것은 자기 사업이 아니다. 그래도 그것을 꼭 해야겠다면 그 일을 직접 배워라. 창업의 열정을 빚을 얻어서 직원을 관리하는데 쓰지 말고 그 일을 배우는데 쏟아라. 사업의 핵심요소를 자신 혹은 공동 창업자의 힘으로 구현할 수 있을 때 창업하라. 자신의 손으로 성공의 초석을 만들고 나서 직원을 채용하라.
면접과 채용은 점수로 사람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 조직과 개인이 서로 맞는 상대를 찾는 과정이다.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자리가 아니다. 초보 면접관 CEO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묻고, 베테랑 CEO는 '무엇을 했었는지'를 묻는다. 초보 CEO는 보이지 않는 미래의 잠재성을 찾으려 하고, 베테랑 CEO는 눈에 보이는 현재의 능력을 확인하려 한다. 나는 내가 경험하지 못했거나 지식이 없는 분야의 면접에는 반드시 그 분야를 경험해서 잘 아는 사람을 공동 면접자로 초청했다. 면접자로서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무엇이 좋은 답인지, 심지어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비개발자 스타트업 CEO가 개발차를 채용할 때 꼭 참고하라. 면접의 팁을 하나 더 이야기한다면 응시자가 종사했던 이전 직장의 사업 분야에 대해 배우고 교육받는다는 자세로 질문해 보라. 그의 전문성과 태도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GE의 회장인 잭 웰치에게 '면접 볼 때 하나만 질문해야 한다면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왜 이전 직장을 그만두었는가?'였다. 그 질문의 답을 파고 또 파고 또 질문하면 그의 직장 윤리, 능력, 지혜, 시장에 대한 안목 등 모든 것이 다 나온다고 했다.
중요한 포지션에 맞는 사람을 채용하려면 찾아다니고 시간을 들여 삼고 혹은 사고초려하며 기다리면서 채용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라. '내 돈 벌어줄 남을 잘 모시는 것이 좋은 경영'이라고 말하고 싶다.
직원 채용은 신중해야 한다. 채용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일을 잘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창업한 회사의 문화를 보존할 수 있느냐이다. 에어비엔비(Airbnb)의 창업자들은 창업한 후 첫 직원을 채용하는 데까지 6개월이나 걸렸다고 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이 일을 앞에서 개척해야 할 사람을 채용할 때는 더 신중해야 한다. 적임자가 없으면 차라리 그 일을 추진하지 말고 적합한 사람을 발견할 때까지 보류하는 것이 좋다. 과거에 검증된 성과가 있고, 비전과 능력이 '딱 이 사람이야' 할 바로 그 사람을 만날 때까지, 그 일의 추진을 보류하며 견딜 뚝심이 있는가? 아니면 적당히 무난한 사람을 채용하며 타협할 것인가?
"A급 플레이어가 A급 플레이어를 채용하지만, B급 플레이어는 C급 플레이어를 채용하고, C급 플레이어는 D급 플레이어를 채용한다. Z급까지 가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회사는 그렇고 그런 사람으로 금방 채워진다"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다. 사람 관계에서 가장 힘든 일은 상대가 변할 것이라 기대하며 시도하는 것들 때문에 발생한다. 실망, 고집, 다툼, 분노, 강요 등등이다. 독일 출신의 심리학자 레빈(Kurt Lewin)은 인간의 행동 원리를 정의하면서 인간의 행동은 타고난 인성과 이를 둘러싼 환경의 변수와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하면서 인성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함수를 만들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의 잠재성과 변화될 미래의 모습이 아니라 현재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함께 할 것인지 고민하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 인간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 가정하면 무엇보다도 채용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는다.
'매니저'란 자기 일을 부하 직원에게 떠넘기고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의 일을 하면서 부하 직원의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다. 전자는 5년 이내 머리와 입만 살아 있고, 본인의 손발로 직접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화석이 될 것이고, 후자는 리더로 성장할 것이다. 피터드러커는 상사의 책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래로 향한, 다시 말해 자신의 부하들에게 대한 책임들을 져야 한다. 그는 먼저 부하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또 이해하도록 분명히 교육을 시켜야만 한다. 그는 부하들이 그들의 목표들을 수립하는 것을 도와주어야만 한다. 아래로 향한 관계를 단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조력(assitance)'이라는 말이 가장 가까울 것이다. (중략) 부하들의 직무들은 마땅히 그들의 것이다. 그것은 객관적인 필요 때문에 존재한다. 부하들이 거둔 성과와 결과들 역시 마땅히 그들의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부하들이 그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해 도와주는 것은 상급자의 의무다."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의무로 재정의해야 한다. 중간관리자의 업무는 항상 자신의 상급자의 목표에 무엇을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상향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좋은 매니저는 평범한 사람을 데리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경영자다.
경력에 따라오는 실력을 확인하지 않고 명성만을 보았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스타트업의 멤버로서 '일을 할 사람'을 찾아야지 유명세를 좇아 '상전'을 모셔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누가 스타트업에 멤버가 될 수 있는 경력자일까?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일'해서 '직접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다. 경력자를 채용할 때 많이 아는 척하는 사람보다 겸손한 사람을 채용하라. 이미 많이 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은 새로운 환경에서 성장할 준비가 안된 사람이다. 경력자를 채용한 후에도 회사 경영에 있어서 회사를 가장 잘 이끌 유일한 사람은 창업자 자신이라 생각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비전과 철학을 관철하라.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구현하는 '협력자'로서 경력자를 활용하라. '남이 내 돈 안 벌어준다'는 말은 외부 회사와 제휴를 할 때만 염두에 둘 것이 아니라 경력자를 채용해 내부 조직을 구축할 때도 꼭 기억해야 하는 신조다.
CEO는 오차 방정식을 풀 수 있지만, 조직의 직원들도 그 방정식 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조직과 직원에게는 일차 방정식을 제시해야 한다. 어쩌면 CEO가 풀려던 오차 방정식은 원래 답이 없는 가짜 방정식이고 직원들에게 설명할 간단한 일차 방정식이 사실은 해결해야 하는 진짜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조직의 비전은 분명하고 단순하게 정의하고 제시해야 한다.
모든 회사들은 자신의 북극성이 필요하다. 특히 성장을 하려고 할 때는 리더가 결정한 북극성이야말로 정말 중요하다. 마크 주커버그가 정한 북극성, 즉 페이스북의 핵심 목표는 회원이 가입한 지 14일 이내에 10명의 친구를 맺도록 하는 것이다. 간단하고 복잡하지 않다. 핵심을 아는 CEO는 정말로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간단한 북극성을 찾아 조직에게 알려주고 그 북극성을 기준으로 모든 일을 하도록 정렬시킨다. 조직 커뮤니케이션의 첫걸음이다. 이것을 <린분석>에서는 OMTM(One Metric That Matters, 하나의 핵심지표)라고 부른다. OMTM을 말할 수 있고 현재 단계와 일치하면 그 스타트업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나의 핵심 지표는 창업자의 경영철학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결정하지 못하는 창업자는 아직 자신의 사업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조직원들도 같이 모를 수밖에 없다. 속마음을 이야기하려 노력하지 말고, 그냥 무엇을 원하는지를 직접 이야기하라. 좋은 리더와 참모는 필요할 때 분명하고 직설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에 그런 직설적인 이야기를 수용하는 문화를 심어야 한다. 회사는 누군가 직설적으로 말하며 찬물 붓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
엄정한 기준과 평가가 없으면 양보와 배려는 단지 당사자의 권리로 이해되고 만다. 친절한 것만으로는 조직을 운영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평가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은, 평가는 자기 통제를 위해 필요한 도구이지 사람을 외부에서 또는 위에서 통제하거나 지배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평가는 직원의 동기부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도구이다. CEO는 직원의 인생을 의리로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이 성장해 스스로 자립할 능력을 갖도록 기회를 주고 도와주는 사람이다.
회사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필요하다. 이미 하고 있는 일을 지속적으로 잘하는 '연장선의 능력'을 가진 사람, 그리고 이미 하고 있는 일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는 '변곡점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많은 CEO들이 후자를 선호하고 전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연장선의 능력을 가진 사람도 중요하다. 후자는 소수만 있어도 충분하지만 다수의 성실한 전자는 회사의 성장을 지켜갈 것이다. 주어진 일을 잘하는 것도 최고의 처세술로 인정해야 한다.
사람을 관리하는 일에 있어서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을 관리하지 않는 것이다. 가장 뛰어난 실행 가는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자발성의 힘을 믿는 자만이 시도할 수 있는 경영의 모험이다.
스타트업이 10명 이하 규모일 때는 무엇이든 생각하면 금방 구현하고 실행해 효과를 본다. 재빠르게 많은 시도를 했기에 결과도 많다. 오히려 30~40명의 규모가 넘으면 10명이었을 때보다 실행 속도가 느려진다. 많은 사람이 아이디어를 모으면 더 좋은 결과물을 얻는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회의의 단위가 커지면 좋은 효과보다 나쁜 효과가 커진다. 작고 단순하며 결정에 필요한 사람만 모이는 것이 좋은 회의다.
초기 직원을 채용할 때, 창업자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는 목적으로 해야 하는데, 조직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선망하는 초보 CEO는 성급하게 중간 관리자를 세워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실수를 범한다. 중간관리자가 필요하긴 하지만,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때까지 회사는 수평적이어야 한다. 수평적 조직이란 직급 없이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이루지는 것이 아니라, 직원 사람 한 사람이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독립된 업무 권한과 책임을 갖는 것을 말한다. 직원에게 줄 권한을 뺏어 중간관리자에게 주지 마라. 게으른 CEO는 중간관리자의 요약 정리된 보고를 좋아하고 용기가 없는 CEO들은 조직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해 해결하려 하기보다 중간관리자 뒤에 숨거나, 사람을 새로이 충원해 문제를 피해 가려고 한다. 그런 회사는 CEO 뿐만 아니라 중간관리자들도 또 중간에 사람을 넣어서 CEO가 하는 방식을 흉내 내는 악순환이 형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