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
코호트 분석(Cohort analysis)은 특정 고객의 그룹(특정 기간에 가입한 고객 집단 등)의 행동을 서로 비교하는 분석이다. 전체 매출이나 전체 가입자와 같은 누적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서 발생하는 오류를 피하기 위해 해야 하는 분석이다. 많은 스타트업 팀들이 누적 앱 다운로드 숫자, 누적 회원 숫자, 페이지 뷰(PV, Page View) 숫자들에 대한 측정에서 그친다.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는 이런 누적 지표를 '허무 지표(vanity matrics)'라고 부른다.
문제는 재방문자의 비율이다. 만일 재방문자의 비율이 매우 낮다고 한다면 그 말은 성장의 이면에는 단지 열심히 홍보한 결과 호기심으로 들어온 첫 번째 혹은 초기 방문자들이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허무 지표상의 방문자 숫자 중에 신규 방문자와 재방문자 비중만을 비교해 봐도 문제의 징조는 알 수 있다. 재방문자 비율이 높아야 고객들이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 검증된다. 때문에 재방문자 비율을 측정하고 높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재방문자 비율에 대해 코호트 분석까지 하면 누적 지표로는 보이지 않는 개선의 효과나 제품과 서비스의 문제점을 빠르고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의 생애 주기가 있다. 모바일의 경우 앱을 다운로드, 회원가입, 그리고 소위 '눈팅'만 하다가 글을 남기기 시작하고, 아이템을 구매하고, 시들하다가, 탈퇴한다. 이들 생애 주기별로 고객의 행동을 코호트 분석하며 각각의 주기별로 고객을 구분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경영의 지혜가 있어야 측정과 분석을 시작할 수 있다. 분석을 위한 설계가 우선이다. 어떤 지표를 어떤 기준으로 측정하고 비교할지 결정하는데 이것은 왜 이 사업이 잘될 것인지에 대해 잘 정리된 가설을 스스로 알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사업의 독특한 속성과 제공하는 고객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코호트 설계를 할 수 있다. 무엇을 측정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사업의 본질에 대한 혜안에서 나오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측정하면서 개선하려는 노력이 바로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일이다.
상사의 권위란 지표의 분석과 내용의 의미 그리고 판단과 결정에서 나와야 하는데 정작 오늘날 직장 상사의 권위는 품의서의 오타를 발견하는 일에서 주로 세워진다. 권위와 권력을 혼돈하고 가치에 정렬하는 것과 통제를 뒤바꾸고 공적인 우선순위와 개인의 취향을 뒤섞는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말한다.
"모든 숫자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이것을 알아야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온다. 하지만 날씨나 불황 탓으로 돌리면 대책을 세울 방도가 없다. 그래서야 경영이라 할 수 없다."
숫자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그 숫자를 통해 의도하고 얻고자 했던 고객의 자발적인 행동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측정을 설계할 때는 그 일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에 대한 결과물에 집중하라. 경영자가 세세한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전부 다 알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흐름과 현상을 가지고 해석하면 작은 예외 사항이나 예외적인 숫자와 현상을 보지 못하거나 무시하기 쉽다. 자신의 해석에 맞지 않아 무시하려던 그 작은 예외적인 현상과 숫자가 '왜 발생했는지' 도대체 그런 예외적인 것까지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해석은 없는지'끊임없이 질문하고 질문해야 한다.
현상의 원인이 '이것인지', '이것일 것 같은지', '누가 이것이라고 말한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자신이 '확인한 것인지', '단지 짐작인지', '남의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진짜 그런가?', '정말 그런가', '왜 그런가?',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주변 사람의 피상적인 해석을 확인해봐야 한다. 파고들어야 한다. 논쟁해야 한다. 누군가가 어떤 것이 전부인 것으로 말하면 그 반대 대척점을 만들어 반대 관점으로 물어봐야 한다. 이것이 비판적 사고의 훈련이고 창업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고 능력이다.
고객과 시장을 안다고 가정하고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고 회사를 창업한 CEO는 사업이 아니라 버킷리스트 지우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고객을 단지 자신의 능력 검증의 보조적인 들러리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고객의 필요와 고통에 대해서 관심이 없으면 질문도 없고 측정할 필요 없다. 신규 회원이 하루에 500명 등록하던 것에서 400명, 300명으로 줄어들고 있는데도 총 회원수는 어제 400명 늘었고 오늘도 300명 늘어났기 때문에 사업이 여전히 잘되는 걸로 오판한다. 그럼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
좋은 지표는 간단하면서 사업의 본질을 강화하고 전체를 조망하는 지표다. 많은 통계와 수치들이 특별한 환경 혹은 특정한 전제를 가진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통계수치를 믿기보다는 믿을 만한 수치를 근거로 거시적 방향을 확인하고 방향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객의 '말'은 틀릴 수 있지만, '행동'은 항상 옳다. 그래서 고객의 칭찬의 말보다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그렇다면 제품을 완성하기도 전에 제품에 대한 고객의 행동을 어떻게 측정할까? 린 스타트업적인 접근법이 있다. 가설을 확인할 실험 도구인 최소 기능 제품을 가지고 고객의 행동을 유도하고, 이를 측정하고 분석해 의사를 결정하는 경영이다. 고객에게 말이나 글로 대답하도록 물으면 오류가 많을 수밖에 없다. 행동으로 답하게 물어야 한다.
자기 사업은 이렇게 힘든데 남들은 항상 쉽게 사업을 하고 돈을 버는 것 같다. 내 길은 곳곳이 지뢰밭이고 오르막이고 힘든데 다른 회사는 탄탄대로 내리막길처럼 보인다. 바로 그때, 내 옆에 돈이 쉽게 벌릴 것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한다. 쉽게 가는 방법이 보인다. 누가 와서 이렇게 가면 더 잘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제휴하면 좋다고 한다. 빠르고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이런 것들을 내가 만든 새로운 경영학(?) 용어로 '사탄의 유혹'이라 부른다. 모든 창업자들이 직면하는 유혹이다.
캐스 R. 선스타인(Cass R. Sunstein) 등이 지은 <넛지(Nudge)>라는 책에 대개의 경우 기존 일을 끝내는 것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법이라고 했다. 실제로 많은 창업가들이 자기 사업을 제대로 키워보지도 못한 채 엉뚱한 일들을 벌여 좌초했다. 코스닥 등록 기업의 몰락 원인의 상당수가 '신규 사업'이라는 것을 아는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 혹은 좋아 보이는 기회라 하더라도 자신이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 역량에서 벗어날 위험이 있다.
사업을 하면서 '크고', '많고', '멋있고', '유명'한 것들을 만드는 것은 어떤 일에도 일차적 목표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들을 가져야 할 타당한 이유가 생긴다. 사탄의 유혹이자 속임수다. 목표와 동기에서 이 네 가지를 제외하고 다시 점검하라. 포커스는 어떤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을 것을 결정하고 '절제'하는 것이다. 절제의 미덕을 가진 자만이 '사탄의 유혹'을 이긴다.
배움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물론 이 두 길은 결국 한 곳에서 만나지만 과정은 다르다. 첫 번째 배움은 '지식의 배움'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다. 지식은 지식 자체의 발전, 즉 학문 분야에서도 요긴하지만 산업, 사회의 발전에도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남들이 도달하지 못한 깊은 분야에까지 도달하는 탁월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은 학문 분야에서나 창업 분야 모두에서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두 번째 배움은 '행동의 배움'이다. 이 세상은 사람들이 어울려서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곳이다.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수학이나 기계적 결정이라기보다 인문학적 가치에 의거한 가치관의 결정이다. 창업의 과정은 일종의 행동을 배우는 과정이다. 고객과 제품에 대한 쉽고 간단한 문제를 풀면 일차적인 보상을 받고 다음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 즉 팁과 자본을 얻는다.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학습은 스타트업 발전에 필수 불가결한 부분이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활동이 아니라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나는 이것을 '유효한 학습'이라고 부른다. 스타트업 핵심 측정 지표에서 항상 성과로 거증되기 때문이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가 마음대로 상상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그리고 아무 관련이 없는 것들을 학습하는 것도 아주 쉬운 일이다. 따라서 유효한 학습은 진짜 고객으로부터 나오는 실제 데이터로 증명되어야 한다."
내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는 오로지 창업자 자신만이 알 수 있다. 빨리 배우는 창업자들의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큰돈을 투자받으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느리게 배우는 창업자들도 많다. 느리게 배우는 사람들은 진득하고 뚝심을 가진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든 배움은 멈출 수 없고 멈춰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