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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본질에 다가서라

책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

by 최성아

1. 고객의 관점으로 사업을 정의하라


비즈니스 모델을 정의할 때 꼭 질문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이다. 우리의 사업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창업가 내면의 신념, 직원들의 기대, 우리 제품 자체에 집중하면 답을 구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눈을 내부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외부에서 우리를 바라봐야 한다.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정의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우리 사업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정의해야 한다.


조안 마그레타는 이것을 제조업자적 사고방식과 마케팅적 사고방식으로 구분했다. 제조업자적 사고방식이 회사 내부에 초점이 맞춰 우리가 무엇을 만들 것이냐 또 어떻게 만들 것이냐를 더 많이 생각하고 질문하는 것이라면, 마케팅적 사고방식은 고객들의 눈으로 바깥에서 안을 보고 고객이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특정한 문제를 가진 특정한 고객'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면, 창업가는 도대체 왜 이일을 하는가. 사업가는 예술가와 다르다. 예술가는 자신의 내면 정신과 욕구와 예술성에 집중한다면, 사업가는 외부 고객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우리의 사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부차적으로 질문하고 답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 첫째는 '누가 고객인가?', '그 고객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이고, 즉 '나의 잠재적 고객이 어떤 대안 제품과 기존 제품에 머물러 있나?', '그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가?'라고 확대해서 물어야 한다. 둘째는 '그들이 실질적으로 구입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의 마음속 욕구와 기대는 무엇인가?' 등등에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 또한 '고객이 다양한 선택 가운데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가?'도 질문해야 한다. 셋째는 '우리 사업의 궁극의 모습이 무엇이고,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가?',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등에 대해서도 질문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창업자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포괄적인 시장 이야기와 트렌드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구체적인 목표 고객이 정해지면 시장과 트렌드는 자신의 사업과는 거리가 멀고 상관없게 느껴진다. 지금은 한두 사람 혹은 일부 작은 집단처럼 보이지만 이 구체적인 집단이 바로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의 구체적인 고객이다. 그들의 눈으로 우리 사업이 무엇인지 정의하자. 그 작은 집단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면 충성도 높은 핵심 고객층이 생긴다. 여기서 사업이 시작되고 충분히 만족한 고객은 주변 고객을 끌어들인다. 결국 사업은 고객 만족 그 자체다.



2. 사업 목표는 확장이 아닌 본질에 있다


창업가들이여, 다른 산업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너그러이 용서(?) 하기 바란다. 산업 전체를 바꾸려고 씨름하지 말자. 기존의 산업 환경 속에서, 자신이 원래 하고자 했던 서비스에 한정한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A를 잘하기 위해 B기능과 C기능을 추가한다고, A가 경쟁력이 생기거나 잘되지 않는다. B가 필요한 사람은 B가 주력인 제품을 쓸 것이고, C도 마찬가지다. A가 주력이면서 A에 경쟁력 있는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B와 C를 덧붙이는 데 힘을 쓰지 말고 A의 본질에 집중하고 혁신해야 한다. 기능이 많으면 고객이 좋아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작 고객은 불편해한다. 고객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때 하나 혹은 두 가지의 핵심 기능 때문에 그 제품을 사용한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를 너무 많이 생각하면 길을 벗어나 본질을 훼손한다. '본질'을 잘하기 위해 도입한 '수단'이 일차적 목표가 되고 본질이 이차적 목표가 되는 순간 배는 산으로 올라간다. 본질을 충족한 고객들로 회원이 늘어나야 한다. 본질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성장 자체가 목표가 되면 안 된다. 회원이 많으면 사업이 잘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충족하면 사업이 잘된다. "세상의 모든 지름길은 다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나폴레옹이 말했다. 원래 하려던 그 일을 하며 고객을 하나하나 만족시키는 일은 느리게 보일지라도 어쩌면 가장 빠른 지름길일 수 있다.



3. 신규 사업보다 기존 사업을 혁신하라


창업가는 바람둥이 기질이 많은 것 같다. 이성친구(잠재 고객)를 애인(고객)으로 만드는 데까지만 공을 들이고(고객 유치), 일단 애인이 되고 나면, 딴 이성 친구를 찾기에 급급해한다. 사업의 성공은 사랑을 고백해 준 애인을 감동시켜 확실한 관계를 만드는 것(고객 유지와 참여)이 기반인데 끈기 없이 새로운 애인만 찾아다닌다.

홈페이지 혹은 랜딩 페이지에 관심 있다고 이메일 주소를 남긴 잠재 고객 리스트는 보지도 않고, 다른 대기업이나 회사들과 제휴하거나 대규모 마케팅 이벤트를 기획하느라 미팅하고 인터뷰를 한다. 관심 의사를 밝힌 잠재 고객을 먼저 만나서 문제점과 기대가 무엇인지 먼저 물어야 하지 않을까?



4. 잘될 것, 잘되는 것, 잘된 것


회사원과 사업가의 다른 점은 '운신의 폭'이다. 회사원은 회사의 규정과 시스템에 의해 통제된다. 반면 창업가는 다르다. 통제 없이 모든 것이 쉽게 넘어갈 수도 있다. 옆에서는 관행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니, 큰 문제가 없다는 등 부추기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난다. 자신도 모르던 자기 안에 감춰진 자아가 등장할 문이 활짝 열려 있다. 그래서 창업가는 위험한 직업이다. 허영심과 과시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원칙을 지키느라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미 성공한 것처럼 느끼는가? 성공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영점 조정하라. 성공의 느낌을 두세 클릭 뒤로 조정하라.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할 때보다 2~3년 후에 그것을 하라. 주변에 비슷한 수준의 사장들이 하는 것보다 두세 단계 낮은 레벨을 선택하라. 자가용도 주변 사장들보다 낮은 단계의 것을 선택하라. 거기가 안전지대다. 정말로 돈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회사 돈이 아닌 개인돈으로 하거나 엑시트(exit) 한 후에 하라. '잘될 것'과 '잘되는 것' 그리고 '잘된 것'을 구분하자. 잘될 것 같을 때, 이미 잘된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던 사업가가 밀스와 같은 뉴스를 만들 수 있다. 조심하자.



5. 뿌리가 있는 사람은 넘어지지 않는다


미국 최고의 벤터 투자회사인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의 대표인 맷 머피(Matt Murphy)는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창업자를 만나면 우선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인생의 가치관은 무엇인지를 듣는다. 질문을 많이 하는 것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창업 멤버들이 창업자의 가치관과 경험을 공유하는지, 어떤 비전을 품고 있는지도 확인한다. 이런 것이 바로 우리가 확인하고 싶은 창업자의 스토리이고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말의 뜻이다."


나 역시 처음 만나는 스타트업 창업 팀에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있다. '왜 사업을 하려고 하는가?' 그리고 '왜 굳이 이 분야의 사업을 하려고 하는가?'이다. 나는 '어떻게(How)'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왜(Why)'를 묻는다. 두 가지를 물으면 사업에 얽힌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창업자가 과거에 무엇에 몰입하며 살아왔고, 현재 사업이 자신의 인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들어보면 종종 놀라운 스토리를 만난다. 많은 경우 사업이 창업가의 인생과 분리되지 않는다. 그것이 창업가의 인생이고 소명이다. 그것을 좋아하게 된 계기와 스토리가 있다. 그것을 해야만 하는 더 깊고 근원적인 동기의 뿌리가 있다. 사업의 과정은 최악의 환경에서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력으로 밀어붙여 자신을 벼랑 끝까지 밀어낸다. 가치관, 인격, 용기 등 모든 것의 한계에 내몰린 후에 남는 것이 무엇인가? 그게 바로 자신도 모르는 자기의 진짜 정체이다. 반대로 사업이 잘될 것처럼 보이기 시작만 해도 모든 이론과 지식, 이성적 판단을 무력화시키는 욕심과 교만의 화산이 분출하며 자아를 지배한다. 정말이다. 사업이 잘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번 것도 아니고 다만 잘 될 것 같기만 해도 인간의 내면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말은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고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도록 만드는 뿌리가 자신에게 있는지 확인한다는 말이다. 좋은 투자자는 아이디어, 학력, 기술과 같은 것을 보기보다 살아 있는 스토리를 가진 반듯한 사람에게 투자하기를 좋아한다.



6. 청개구리 창업자가 성공한다


겉보기에 비슷해도 동일한 사업은 없다. '각각 자기 땅에서 각자 더 빨리 개간하기'이다. 조금 더 과장하면 사업은 자기와의 경쟁이다. 필 리빈(Phil Libin) 에버노트(Evernote) CEO는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 나보다 낫다고 해서 내가 꼭 실패하는 게 아니에요. 반대로 내가 상대를 실패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못합니다. 벽돌이라도 던질 수 있을 것 같나요? 안됩니다. 그럴 시간 있으면 자기 제품 더 잘 만들어야 해요. 가장 좋은 전략은 경쟁 자체를 하지 않는 겁니다."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 제품을 차별화하고 시장을 세분해 자신만의 시장을 만들고 그 시장에서 독점하거나 일등을 하라는 말이다.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를 통해 자신만의 시장을 가져야 한다.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작더라도 남들이 가지 않는 나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잠재 고객인 사람을 관찰하는 대신 기존의 다른 제품을 보면 모방의 길로 빠진다. 남들이 이미 하는 것을 조금 다르게 하는 기능적 차별화를 할 것이 아니라, 남들이 아예 가지 않는 곳을 가는 존재론적 차별화가 진짜다. 청개구리의 심사를 가지는 것이 차별화의 시작이다.



7. 사장의 윤리는 회사를 비추는 거울이다


창업가는 직장인과 다르게 선을 넘을 권한을 가질 뿐 아니라 선을 넘어갈 때 경보가 울리지도 않는다. 윤리의식은 후각과 같아서 오염된 향에 취해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감각이 마비되는 경향이 있다. 버진그룹의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말했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윤리다. 그것은 비즈니스의 목적 그 자체다."


사장이 하는 것을 임원이 따라 하고, 임원이 하는 짓은 똑똑한 팀장과 직원들이 따라 한다. 모를 것 같지만 사장이 게으른 것, 딴짓하는 것, 개인적인 일에 회사 돈과 시간을 사용하는 것, 친인척이나 개인 회사에게 사업권을 빼돌리는 것들을 훤히 안다. 알면 그냥 있지 않고 흉내 내며 자신의 권한 범위 내에서 회사보다 자기 이익을 우선해서 챙긴다. 반대로 사장이 투명하고 성실하며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고 개인을 희생하고 회사를 위해 솔선수범하면 임원과 직원들은 역시 그를 따라 한다. 사장의 윤리는 그 회사를 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이다. 이 두 회사 가운데 어느 회사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있을까? 기업 윤리는 전염성이 강한 이타적 경영의 중심에 있는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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