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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아 Sep 15. 2023

능력, 자본, 인프라 없이 성장한 비결

'빅크 김미희 대표' 이야기

1. 80살이 된 내가 지금을 돌이켜본다면 후회할 거 같았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삼성전자에 입사했습니다. 마케터 업무를 하다가 UX 디자인 파트로 옮겨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기획했어요. 쉽지 않았지만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숱한 과정을 거쳐 시장에 태어나는 게 재밌었습니다. 다만 조직이 크다 보니 제 아이디어를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 답답했어요.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 숨죽이는 과정을 몇 년 반복하니, 갈증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스타트업, 창업 관련 글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은 모두 메모해 두고 직접 UX를 그리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회사를 그만둘 용기는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제프 베조스의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라는 걸 알게 됐어요. 좋은 선택을 하는 방법에 관한 글이었는데 80살이 됐다고 가정했을 때, 내가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하면 되다는 게 골자였습니다. 더 이상 내면의 소리를 무시할 수 없어 고민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튜터링을 창업했습니다. 사내 공모전에 냈다가 떨어지고, 알 품듯 가지고 있던 아이템이었습니다. 다행히 론칭 5개월 만에 흑자를, 3년 차에 100억 원대의 연 매출을 냈습니다. 회원수도 100만을 돌파했고, M&A 제안을 받아 고민 끝에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전 또 한 번의 창업을 했습니다.



2. 가장 큰 원동력은 '결핍'입니다.


여기까지 온 가장 큰 원동력이 뭐냐고 물으면, 저는 '결핍'이라고 대답합니다. 우울감, 열등감, 분노는 좋은 연료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결핍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결핍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확하게 마주해야 해요. 그리고 그 결핍이 해결됐을 때의 모습을 그리며 목표를 구체화해야 합니다. 정교하게 다듬다 보면 목표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떠오를 겁니다.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핍에서 발견하는 기회, 즉 페인 포인트에 집중해야 살아남아요. 일단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페인 포인트를 노려야 합니다. 공감의 사이즈가 시장의 사이즈를 결정하니까요. 본인도 결핍을 느끼는 분야라면 좋아요. 절박한 만큼 열정을 붓게 되어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문제를 나만 갖고 있는 탤런트와 인사이트, 커리어로 풀 수 있느냐를 봅니다. 내 강점을 확장할 수 있다면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3. 결핍을 나누고 보완할 수 있는 '팀'이 있어야 합니다.


어느 날 생각해 보니, 제가 삼성에 있는 동안 참여한 서비스들이 다 사라졌지만 튜터링과 빅크는 생존에 성공했습니다. 차이가 뭘까 생각해 보니 다른 건 딱 하나, '팀'이었습니다. 삼성은 자본, 인프라, 팀을 다 갖췄지만, 저희는 팀밖에 없었거든요. 저는 스스로 사업가 기질이 부족하단 인식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완해 줄 동료를 열심히 찾았어요. 자연스레 어떤 사람들이 빠르게 성장하는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해야 서비스의 성공에 닿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눈이 길러졌습니다. 정량화된 스펙, 학벌로 파악할 수 없는 성장 DNA를 알아보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모인 이들이 시너지를 내며 일할 수 있는 공기, 즉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5가지로 정리해 저희 팀이 일하는 문화로 공유하고 있는데 그중 2가지를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3-1. '셀프 스타터'


주도적으로 일을 만들어내고 해내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서 나오는 동기로 일합니다.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일한다면 일의 목표도, 결과도 그 지시 수준이상으로 갈 수 없습니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 정의할 수 있어야 더 높은 성장으로 갈 수 있습니다.


3-2. '전문 오지라퍼'


내 분야만 고집하지 않는 겁니다. 내가 할 일과, 네가 할 일을 자꾸 나누면 쉽게 방어기제를 갖게 됩니다. 자신의 영역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거죠. 프로젝트는 추진력을 잃게 됩니다. 하나의 목표를 두고 함께 속력을 내려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즐겁게 참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4. 정답이 없기 때문에 순수함과 겸손함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창업은 힘들다고 함부로 그만둘 수 없더라고요. 퇴근 후에 일과 나를 분리할 수도 없습니다. 프로덕트가 제 일부가 되거든요.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하는 생각도 종종 합니다. 후회라기보다, 너무 힘들어서 뱉는 한숨 같은 마음이에요. 그럼에도 이걸 계속하는 건 창업의 과정이 제게 주는 의미가 크기 때문입니다. 거창한 말 같지만, 제가 만드는 서비스가 누군가에게 임팩트를 준다는 사실이 삶에 엄청난 활기가 됩니다. 제 삶이 생생해지는 거 같아요. 앞으로도 순수함과 겸손함을 잃지 않고 일하고 싶습니다. 창업가는 바보 같은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거든요. 순수한 믿음 없이는 선택할 수 없는 결정이요. 너무 계산에 밝으면 리스크를 생각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스타트업 신은 신생 업계라 정답이 없습니다. 계속 공부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열정도 필요하지만 겸손하기도 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업력이 더 쌓여도 궁금하고, 낯설고, 호기심이 생기는 게 계속 많았으면 좋겠어요.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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