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브랜딩 : 잘 봐. 언니의 인생 언니 만드는 방법이야.
티빙에서 공개한 '서울 체크인'을 보다 이효리와 엄정화가 나눈 대화가 와닿았다.
"언니는 언니 없이 어떻게 버텼어요?" 우리는 사회에 나갔을 때 '사수'라는 이름의 선배를 만나게 된다. 업무적으로 힘든 상황을 만나게 될 때 도움을 받거나 내가 나아갈 지침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그 지침서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선배가 되었을 경우, 혹은 선배가 없는 경우, 그리고 내가 원하는 선배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이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상황을 탓하기보다는 직접 환경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 환경을 만들었던 경험 브랜딩을 이야기하려 한다.
이전 글에서 강연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나의 어려움을 풀었던 이야기를 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막연하게 몇 년 차는 이래야지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생각했기 때문이다.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고유의 업무라 여겼던 진료실 업무가 나와 맞지 않았기에 난 다른 길을 찾았다. 그러니까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장점을 강점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이들과 같은 길을 가려고 노력했다면 아마도 난 이미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을 영영 놓아버렸을지도 모른다. 평균값에 날 맞추기보단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찾아다녔다. 예를 들어 '강의가 하고 싶다.'라는 목표를 만들었다면 대개의 경우 임상과 공부를 병행하며 대학원으로 진학해 교수가 되는 목표를 삼는 경우가 많다. 난 진료실 업무에 대한 흥미가 없었고 전공을 심화해 공부하기에는 전공 공부에도 큰 흥미가 없었다. 때문에 치과위생사이지만 임상 현직자가 아닌 성공한 선배가 누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바로 나의 스승님이신 대학교수님이 생각이 났다. 그 시대에 일반적인 치과위생사의 길을 걷지 않으셨던 분이셨다. 졸업하고 수년이 흐른 다음에서야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다. 고민 상담을 하고 싶다며 무작정 여름휴가 기간을 이용하여 찾아뵙겠다 했는데 교수님께서 흔쾌히 시간을 건네어주셨다.
그간 나의 고민과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이야기했는데 그런 고민들의 시간이 좋은 거라 하셨다. 그러면서 교수가 아닌 내가 원하는 강사를 시작할 수 있게 발판을 마련해 주셨다. 내가 원하는 선배, 환경이 없다고 불평할 시간에 내가 원하는 것을 먼저 찾고 그것을 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라.
치과위생사 1년 차 때부터 데스크 업무를 보던 난, 사수 선배가 없었다. 오히려 1년 차 때부터 병원 코디네이터와 함께 데스크 업무를 보며 내가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 더 많이 있었다. 그래서 이효리가 엄정화에게 던졌던 질문에 순간 울컥했다. 나도 언니가 없던 그 시간들이 생각났다. 하지만 난 그 시기에 혼자 좌절하기보다는 회식자리에서 리더인 원장님에게 질문을 많이 던졌던 기억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원장님께서는 원래 그런 거야. 혹은 그런 걸 왜 나한테 물어봐?라는 대답 대신 이렇게 대답하셨다. "난 진료만 보는 사람이라 솔직히 잘 모르지만 그 자리를 거쳐갔던 직원들이 몇 년 차 때 이런 이야기와 이런 고민을 하더라고. 지금 내가 너에게 말해줄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은 이 정도일 거 같네. 미안해. 내가 잘 몰라서." 다른 사람들이 치과위생사 면허증 아깝다고 하던 그때도 원장님께서는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을 스스로 주홍 글씨로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고 하셨다. 오히려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강점으로 가져갈 수 있다며 여러 가지 업무적인 방향성도 잡아주셨다. 사수 선배는 없었지만 나의 인생 언니는 원장님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도 선배가 되어보고 중간관리자가 되어보니 원장님의 힘듦이 느껴졌다. 그런데 나의 힘듦을 말할 곳이 없어 더 힘들었다. 그때 난 원장님에게 물었다. "원장님, 제가 상담을 하고 후배도 생겨보니 후배들이 말하는 힘듦도 알겠고 환자분들이 말하는 힘듦도 이해가 돼서 힘들어요. 모두 저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하는데 정작 저는 누구에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요. 근데 이런 생각을 하니 원장님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장님은 힘들 때 어떻게 해요? 누구한테 말해요? 원장님은 원장님이잖아요."라고 말하니 그러니까 술을 마신다고 하시며 이제는 네가 알아주지 않냐고 대답하셨다. 그러고는 코흘리개였던 1년 차가 어느새 이만큼 컸다며 웃으셨다.
그 뒤로 가끔 내가 힘든 일이 있거나 원장님이 힘들어 보이는 날이 있으면 내가 술을 사기도 했다. 이 병원은 내가 무려 3번 퇴사하고 2번 재입사한 곳이기도 하다. 직원은 나의 힘이라며 내가 하고 싶은 게 병원이 하고 싶은 거라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독려를 해주셨다. 돌이켜보면 팀장이라는 직급을 처음 가졌을 때, 목표와 결과 도출도 없이 아이디어를 제시했던 때에도 뭐라 하지 않으셨다. 반대도 없이 아이디어를 수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성장해나가고픈 직원에게 쉬이 좌절을 안겨주고 싶진 않으셨던 거 같다. 그래서 나 또한 야근까지 불사하며 재밌게 일을 했었다. 원장님과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치과계 친정 아빠라며 힘든 일이 겪은 뒤에는 찾아가 뵙고 온다. 갈 때마다 뒤돌아 나가는 나의 등에 대고 말씀하신다.
“또 와. 그대로 있으니까. 여기가 너의 친정이잖니.” 내 인생에서 가장 재밌게 공부하던 시기였고, 가장 재밌게 일했던 곳이었다. 그리고 리더의 무게를 알게 된 곳이기도 하다. 가끔은 기꺼이 리더에게 술을 사는 직원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인생 언니를 만나게 될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은 당신으로부터 부름을 받기만 기다리고 있다.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들도 당신을 원하고 있다.
그것을 얻으려면 단지 행동을 하면 된다.
Jules Renard
무엇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그런 사람이 없다고 주어진 환경을 불평하기 전 스스로 어떤 노력을 행동으로 했는지 다시 생각해 보자. 생각만 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행동하고 경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