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한 기록학자'이야기
우리가 저녁이 되면, '아, 오늘 너무 열심히 살았어. 완전히 소진돼 버렸어. 그런데 나는 소모품처럼 살아가고 있네.' 이렇게 생각할 때가 많지 않나요? 그건 자기 하루를 현재라는 몸에 붙이고 있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내 일상이 휘발되고 없는 거죠. 왜 그럴까요?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을 기능인, 돈 버는 수단으로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 순간 자기를 느끼며 주체적으로 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기록하면 행복해진다.' 이건 명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행복에 도달할 확률은 훨씬 높아져요. 휘발되지 않고 누적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감정 기록을 중시합니다. 감정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올라와요. 그런데 다 날아가고 없어져버립니다. 그런데 내가 느끼는 감각, 감정이 진짜 '나'예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떤 걸 느꼈는지 기록하면 그 감각이 날아가지 않고 몸에 각인이 됩니다. 그럴수록 행복감이 더 커져요. 예를 들어 우리가 자기 전에 누우면 어떤가요? 주로 기분 나빴던 것만 떠오릅니다. '아, 피곤해', '그 인간 정말 나쁜 사람이었어'. 그런데 매일 감정을 기록하면 깜짝 놀랍니다. 좋은 게 70% 나머지가 30%예요. 감정의 메타인지가 됩니다. 그러면 행복의 기본 지수가 올라갑니다. 그걸 반복하면 현재가 몸에 착 붙는 느낌이 들어요.
기록의 출발은 생각이에요. 생각을 뾰족하게 하고 일하는 사람은 당연히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록은 생각을 다듬어주는 도구일 뿐이죠. 그래서 제가 꼭 권하는 것이 '구상 기록'을 써라는 겁니다.
구상기록은 내가 오늘 할 중요한 일이 3가지가 있다고 하면, 그 일에 대한 구상을 3번 쓰는 겁니다. '이 일은 이런 식으로 하면 좋겠네?' '여기에 방점을 찍어야겠네?' 하면서 일의 목적, 핵심 성공요인(CSF, Critical Success Factor : 목표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을 적는 겁니다. 사실 우리는 일의 목적을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쓰면 더 목적에 충실할 수 있게 됩니다.
제가 권장하는 건 꼭 아웃풋을 써라는 거예요. '이 일을 해서 내가 얻을 건 뭐지?' 목적이 추상적이라면 아웃풋은 구체적입니다. 예로 '에리히 프롬 3부작을 읽겠다'는 목적이에요. '그걸 A4 3장으로 요약하겠다'. 이건 아웃풋이죠. 이런 구상기록 하루에 3번, 1년 쓰면 1000번이에요. 습관으로 몸에 붙으면 완전히 전략적인 사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록하면 성장한다.' 인과관계는 없습니다. 기록을 아무리 많이 해도 성장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기록을 안 하고 성장할 수 있느냐? 또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록이 형식화, 패턴화가 되어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종종 기록을 했다는 것에 만족하고 뿌듯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형식화되는걸 철저히 경계해야 합니다. 그런 경우는 기록을 조금 나이브하게 할 수 있어요.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기록을 훨씬 더 자유롭게, 덕후처럼 해야 합니다. 자주 메모장에 낙서하듯 자유롭게 생각하고 쓰고. 핑거 스냅하면서 '아! 여기에 포인트를 줘야겠구나'깨달음을 확 얻는 것, 그게 기록입니다. 기록의 본체는 생각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정답 찾는 훈련을 해왔습니다. "거기로 가면 안 돼, 이 길이 맞아." 저도 그랬는걸요. 그래서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보는 방법을 잊어버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무리 마음속을 들여다봐도 모르겠다. 어제는 이것 같았는데 지금 보니 아니야. 이런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나요? 그럴 때 제가 추천하는 건 인생 지도 그리기입니다.
이렇게 가운데에 흐릿하게나마 꿈을 쓰고 일, 가족, 놀이 등으로 나눈 삶의 영역에 지난달 꿈과 관련해 한걸 짧게 쓰는 겁니다. 그러고는 오른쪽 표에 '이번 달'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쓰는 거죠. 중요한 건 안 되는 이유는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걸 한 두 달 하면 기록이 정형으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열두 달 하면, 선으로 이어져요. 1월부터 12월까지 쭉 이으면 그동안 깨닫지 못한 내 삶의 방향성, 지향점을 조금이나마 알게 됩니다. 단, 아무리 잘해도 최소 1년에서 2년은 해야 합니다. 앞으로 30년, 내 삶의 방향을 가늠하는 일인데 2년을 투자하는 것, 해볼 만한 일 아니겠어요? 꼭 길게 잡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아티클을 읽으며 생각난 2024년 다이어리. 다이어리는 아직 봄을 맞이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꿈은 원대하면서 실행으로 옮기는 뾰족함이 부족했다는 걸 새삼 반성하게 됩니다. 김익한 작가님이 제시해 준 인생지도 그리기를 통해 지난달 제가 꿈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생각을 되짚어봤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늘 찍은 점들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만 내일은 어제의 점들이 선으로 이어지는 날이 옵니다. 그걸 글쓰기로 경험했던 저였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다시 놓고 있었네요. 다시 한번 점을 찍어보는 오늘이 되어야겠습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6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