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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아 Apr 11. 2024

세계가 주목한 도시 기획법,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

'박희윤 HDC 현대산업개발 개발본부장 전무' 이야기

1. 요즘 도쿄는 그야말로 핫플레이스입니다.


요즘 도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단순 여행도 있지만 대부분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 도쿄로 향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2023년 11월 초고층 복합시설단지 '아자부다이 힐스'가 완성됐는데요. 그걸 보러 가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제 주변에 다녀온 분들의 평이 비슷합니다. 그야말로 '넘사벽'이라고. 롯폰기 힐스 오픈 후 도쿄에 20년 만에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탄생했다는 점일 텐데요. 롯폰기 힐스가 등장했던 당시, 임팩트가 엄청 컸습니다. "롯폰기 힐스 같은 빌딩을 만들자"라며 국내에도 부동산 개발 붐이 크게 일어났습니다. 그 결과 유사한 건물도 생겼지만 롯폰기 힐스급은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뒤, 도쿄에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빌딩이 또 한 번 탄생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많이 따라잡았고, 일본을 뛰어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지만 아자부다이 힐스를 보면서 '역시, 우리와는 레벨이 다르다'라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2. 이 중심에는 '모리빌딩'이 있습니다.


롯폰기 힐스, 아자부다이 힐스는 일본 부동산 개발회사인 '모리빌딩'이 만들었습니다. 땅 사서 기획, 시공, 분양, 사후관리까지 부동산 전체 개발 과정을 총괄하는 디벨로퍼인데요. 일본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단아라고 불려요. 남들은 안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딱 한지역만 정해 재개발 사업만 합니다. 


국내로 치면 용산구 한남 3 구역 같은 곳을 사업지로 정한 다음 재개발해서 초고층 빌딩을 세우는 겁니다.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 기획 비하인드를 알고 싶다면, 일단 모리빌딩이라는 디벨로퍼가 어떻게 일을 하는 곳인지 알아야 합니다.


모리빌딩 창업주 모니 미노루는 선대부터 도라노몬 지역에서 쌀가게를 운영하며 부동산 임대관리 운영업을 오래 해왔습니다. 도라노몬은 우리나라 광화문 옆 서소문 같은 곳인데 일본에서 저평가된 동네였습니다.

모리집안은 창업 초기, 동네에 땅이 있던 사람들을 설득해 공동건축 빌딩을 올렸어요. 1번부터 45번까지 숫자를 매겨가며 건물을 지었는데 아파트 말고 오피스 빌딩만 지었습니다.



3.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무용 공간이 많아야 합니다.


모리빌딩이 오피스 빌딩만 지은 이유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거보다 업무용 공간이 많아야 한다고 본겁니다. 도라노몬이 일본 최고 비즈니스 거리가 되길 바랐고요. 그 생각으로 20년 동안 오피스빌딩만 60여 개를 올렸고, 외국계기업을 포함, 새로운 회사원이 많이 모였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건물을 짓고 나면 디벨로퍼의 역할은 끝나는데, 모리빌딩은 건물을 매각하지 않고 모두 보유해 건물이 완성된 그다음을 항상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4. 새도시 모델 '버티컬 가든 시티'


모리빌딩은 비즈니스, 사회 문제를 전부 해결할 새도시 모델 연구에 돌입했습니다. 고심 끝에 기획한 모델이 직-주-락이 함께 하는 콤팩트 시티 인 '버티컬 가든 시티'모델입니다. 도시 안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서 일하고, 배우고, 먹고, 즐기는 게 해결된다면 누구나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거라 봤습니다. 도심 안에 기존 오피스 외 새로이 주거와 문화 상업 기능을 채우되, 녹지를 넣어 편히 쉴 수 있는 동네를 만들기로 했어요. 1986년, 그렇게 일본 최초 민간 재개발이자 복합개발인 '아크 힐스'가 탄생했습니다. 완성되기까지 19년이나 걸렸어요.



5. 압구정, 성수, 여의도, 슬세권이 될 수 있을까?


최근 서울시를 비롯, 많은 곳에서 힐스 시리즈를 스터디하고 있어요. 글로벌 개발 트렌드도 '콤팩트 시티' 모델로 향하는 중입니다. 일본에서도 기존 도심인 마루노우치와 니혼바시, 긴자만이 아닌 부도심인 시부야, 신주쿠에서도 복합빌딩 개발 붐이 한창입니다.


'슬세권'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제가 처음 만든 말인데요. 걸어서 10분 거리에서 모든 게 가능한 곳, 슬리퍼를 신고 동네 안에서 직주락(職·住·樂)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하루에 개인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2배로 늘어날 겁니다.


사는 곳에서 직장이 가깝고, 교육, 의료센터까지 모두 한 곳에 모여있으니까 출퇴근 시간이 크게 줄어들겠죠. 그러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미술관, 서점, 전시 보러 갈 여유가 생기고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이 새롭게 교류하는 기회로 연결될 겁니다. 이게 바로 모리빌딩이 처음 의도한 '힐스'의 브랜드 철학입니다. 우리나라도 슬세권이 가능한 신도시가 하나 둘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도심을 벗어난 곳에 있어요. 그리고 집에서 오피스(지식산업센터), 상가까지 차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계속 공간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도시를 개발합니다.


그런데 관점을 살짝만 비틀어보면 압구정은 교통도 편리하고 한강도 가깝습니다. 아파트 말고 호텔, 오피스가지 전부 갖추면 어떨까요? 도심을 좀 더 매력적으로 집약적으로 쓸 수 있게 될 겁니다. 성수나 여의도도 마찬가지고요. 



6. 인생 설계도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땅 위에 건물을 짓는 건물 설계도에만 집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부터는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인생을 예측하고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모든 업에서 말하는 고객경험의 혁신은 더욱 광범위해지는 영역으로, 코어 타깃을 정하는 것은 더욱 예리해질 것입니다. 더 나아가 공간이 주는 고객경험뿐만 아니라 국가가 풀어야 할 문제들과 공간기획이 접목되어 브랜딩에서 빠질 수 없는 영역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7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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