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웅 CJ ENM 예능 PD 이야기'
어느 날 회사에서 "마동석 배우가 찾아왔는데 네가 만나봐야 할 것 같아."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바로 달려 나갔어요. 이유는 복싱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사실 3년 전, '여자 복싱 서바이벌 프로그램' 기획안을 냈었는데 그때 통과가 안 됐거든요. 그 기획안을 기억하셨던 선배 PD가 저를 연결해 준 거예요.
2022년에 우연히 여자 복싱 세계 타이틀전을 봤었어요.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상징적인 경기였는데, 두 선수가 10라운드 동안 피 터지게 싸웠어요. 나중에는 체력이 다 털려서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데 계속 주먹을 내더라고요. 경기 끝난 뒤에 두 선수가 껴안고 우는데.. 제가 진짜 눈물이 없거든요. 그때 생각했어요. '이 장면을 재현할 수만 있다면, 대박 나겠는데?'라고요.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안 볼 수 없게, 이 도파민을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출가해야 한다 싶을 정도로 도파민 터지는 기획을 던져보려고 했습니다. 연예인 싸움 1등이라 불리는 줄리엔강과 킥복싱 헤비급 챔피언 명현만을 붙인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건 복싱 그 자체였거든요. 그렇다고 1화에 복싱을 잘하는 선수 경기를 60분 내내 보여준다? 그럼 아무도 안 볼 거예요. 그래서 원초적인 본능을 건드리는 겁니다. 저는 그걸 '곶감 빼먹기'라고 해요. 사람들이 반응할 지점을 자극하는 거예요. 그런데 찬장에 있는 곶감 하나씩 빼먹다 보면, 곶감이 떨어지면 결국 프로그램도 끝나버려요. 우리가 진짜 보여주고 싶었던 주인공을 천천히 보여드려야 했어요. '얘랑 쟤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가 궁금해서 들어온 시청자가 '저 선수 멋진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게 미션이었어요. 그래서 곶감을 얼마나 꺼내야 할지 비율을 항상 고민했습니다.
저는 남들 시선 엄청나게 신경 쓰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강철부대> 때는 스트레스로 이가 빠졌고, <2억 9천>과 <아이 엠 복서>를 하면서는 두 번이나 폐가 터져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사실 흥행은 시청자와 시대가 선택하는 영역이라 우리가 통제할 수 없어요. 그런데 어떤 이는 실패 후 은퇴를 고민하고, 어떤 이는 계속해서 새로운 걸 하고 싶어 합니다. 저는 후자가 '위대한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차고 넘쳐서, 주위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창작자입니다.
이원웅 PD는 프로그램을 절대 혼자 만들 수 없다고 말합니다. 결국 주변 사람들이 나와 함께 일을 하고 싶게 만드는 인간적인 매력이 필요하다고 해요. 더불어 그 재능을 뒷받침할 체력이 필요하다 말합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건 결국 실행력인데 그 실행력이 꾸준히 이어지기 위해 체력이 유지되어야 함을 절감하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원웅 PD님의 창작 체력이 마치 링 위에 올라선 복서처럼 끈질긴 노력이 뒷받침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재밌는 아티클이었습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12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