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일하면 결과도 '나만의 것'으로 나옵니다.

'윤가은 감독 이야기'

by 최성아

'나'라는 존재도 결국 바뀝니다.


10대 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는 포부를 품었어요. 40대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방향이 크게 바뀐 적은 없는데 흔들린 적은 너무 많아요. 특히 재능과 자질에 대한 의문이 컸었는데, '내가 영화를 할 만한 재능이 있나'하는 질문에 너무 괴로웠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선명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어요. 영화가 아니라 나를 주어로 놓고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30대 막바지에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두 번째 장편 영화를 만든 뒤 어느 순간 너무 멀리 온 것 같았거든요. 처음 세웠던 계획과 너무 다른 방향으로 흘러온 거 같아 불안했어요.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나'라는 것도 결국 바뀌는 존재잖아요. 집중의 대상이 나다움에서 '변화하는' 나다움으로 옮겨간 겁니다.



변수는 선물입니다.


영화 찍으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게 있습니다. '사람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구나, 애초에 계획이 소용이 있나.' 싶을 때도 많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계획과 대비뿐입니다. 최대한 철저히 준비해요. 과거에는 반드시 계획한 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게 감독의 의무이고, 카리스마라고 믿었거든요. 근데 그 고집이 현장에서 무참히 깨지는 상황을 너무 많이 만났어요. 심지어는 계획대로 하려다 더 심하게 탈이 나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제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변수는 선물이다.' 영화에 신이 있다면 '네 계획은 틀렸다'라고 미리 알려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선물처럼 찾아온 우연한 기회를 활용하는 유연성을 키우는 게 더 낫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노하우는 쌓이지 않습니다.


예전부터 늘 '재능이 있는 게 판명 나면 이 일을 계속한다'면서 저를 실험대 위에 올려뒀었습니다. 영화 찍은 지 15년이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그래요. 어제도 친한 감독님에게 푸념했거든요. "감독님, 저는 영화에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능에 대한 고민을 수 십 년 하다 보니, 한편으로는 그만할 때도 됐다 싶어요. 어차피 매번 재능이 없다는 걸 재확인할 뿐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습니다. 내가 재능이 있나, 없나를 속속들이 파악한 뒤에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장편 영화 3편을 찍었지만 여전히 확신은 없습니다. 다음 영화는 또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잖아요. 그럼 처음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노하우는 안 쌓여요. 매번 처음 같은 감각으로 작업하는 거죠.

대부분의 일이 그렇지 않나요? 매번 새로운 케이스, 문제 상황을 돌파해야 하니까요.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은 무섭고 떨리지만 가만히 서있지 않는 것입니다. 뛰어들어가서 허우적대고, 해변에서 쉬다가 진정되면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고... 결국 천천히 돌파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나'처럼 일하면 결과물도 '나만의 것'으로 나옵니다.


윤가은 감독님은 좋아하는 마음을 무리해서 써버리면 힘들어지기에 조절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작업할 때도 이야기가 떠오른다고 밤을 새우지 않고, 내일의 분량을 남기며 균형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성격, 능력, 속도를 영화라는 일과 맞추는 방법을 계속 찾으며 내가 일에 맞춰가는 만큼, 일도 나에게 맞출 방법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타인의 기준보단 나만의 속도와 정도로 끊임없이 돌파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어내고 있지 않을까요? 나의 속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아티클이었습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1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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