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쓰는 법

'최은영 작가이야기'

by 최성아

늦어도 좋습니다.


20대 후반 처음 소설을 써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조금 늦게 시작한 거라 조급한 마음도 있었지만, 요즘은 천천히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소설이라는 게 나이가 들수록 수월해지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30살 데뷔 당시, '쇼코의 미소'라는 책이 나왔을 때는 한국어 강사로 일할 때였습니다. 그전에는 초등학교 방과 후 교사, 대학원 신문사 기자를 했어요. 이공계 글쓰기 교실에서 학생들의 글을 봐주는 동시에 영어 과외 선생으로도 일했어요. 그때는 일이 곧 돈이었어요. 근데 글쓰기는 달랐습니다. 제가 했던 수많은 일 중에 '돈을 못 벌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했던 유일한 일이었거든요. 그 마음 덕분에 지치지 않고 소설가라는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마음을 다해 매달리면 끝낼 수 있습니다.


원래도 자신감이 없는 편인데, 작가로서의 자신감은 더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첫 책을 냈는데, 제 예상과 다르게 너무 잘된 거예요. 기쁘기보다는 충격에 가까웠습니다. 나 자신도 나를 믿지 못하는데 또다시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거잖아요. 2019년에는 1년 가까이 일기조차 못쓸 정도로 아예 글을 못썼습니다. 그 시기를 버틴 후 겨우 쓰기 시작한 작품이 장편 소설 '밝은 밤'이었어요. 기능이 완전히 멈춘 것 같은 순간에도 마음을 다해 매달리면 끝낼 수 있더라고요. 붙잡고 매달리면 완성은 된다는 걸 경험하니까 조금씩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매번 다시 0에서 출발합니다.


작품을 많이 쓴다고 해서 숙련도가 쌓이지는 않더라고요. 매번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다시 0에서 출발합니다. 어떻게 썼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 끝냈는지는 분명합니다. '마감' 덕분에 가능했어요.

설계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는 건데, 제가 소설 속 인물이 된 것처럼 생각하고 씁니다. 인물 속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굳이 캐릭터의 속성을 설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말과 행동이 떠올라요. 흐름에 몸을 맡기고 쓰다 보면 어느샌가 소설이 끝나있습니다.



단점이 아니라 새로운 '눈'이 되었습니다.


저는 멘털이 약합니다. 눈물도 많고, 상처도 잘 받아요. 늘 그게 약점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나 자신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나는 왜 원치 않는데도 상처를 받는 걸까' '상처 주고 싶지 않은 순간에도 상처를 주게 되는 이유는 뭘까' '의도적으로 상처주려 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며 축적된 것들이 글에 자연스레 녹아든 거 같아요.



일이 힘든 이유는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최은영작가님은 '일을 하면서 힘든 이유는 진심으로 일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잘하고 싶고, 내가 만든 게 세상 사람들에게 닿길 바라니 괴로운 거라고요. 그래서 그 간절함이 글을 쓰는 매 순간 따라오지만 이 괴로움까지도 작가라는 직업의 일부라고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글을 쓰는 좋아하는 감정과 뒤따르는 괴로움까지 책임지는 작가님의 글쓰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리고 작가님은 온 우주를 통틀어 나의 존재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기에 모든 사람은 고유하다고 말합니다. '나는 특별하지 않아도, 고유한 사람이다.' 저는 이 문장이 난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마음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와닿는 문장이었습니다. 보통 우리는 일을 하며 만나는 많은 어려움과 마주할 때 흔히 자기 비난을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이번 아티클을 보며 이런 시각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나를 사랑하며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해낸다는 것은 나답게 삶을 써 내려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12843


keyword
최성아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CEO 프로필
팔로워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