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인정하는 기록법

'콰야 작가'이야기

by 최성아

일하면서 괴리가 있었습니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입시를 오래 했는데, 그림과 디자인의 갈림길에서 결국 디자인을 선택했습니다. 어른들이 그림은 나중에 취미로라도 그리면 된다고, 일단 디자인을 하는 게 낫지않겠냐고들하셨어요. 하지만 일하면서 괴리가 있었습니다. 하고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의 간극이 컸어요. 저는 포멀웨어 말고 아트웨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당장 다니는 회사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었고, 제 역량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보니 그림을 더 그리고 싶더라고요. 생각할수록 안 그릴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에, 당장해볼수도 있고 그림은 저 혼자 그리면 되니까요. 그렇게 일과 병행을 시작했고, 2017년부터 전업작가로 살았습니다.



납득할만한 땔감이 생기면 지속했습니다.


작업을 유지할 원동력이 필요했었기에 지속할 동력을 찾고 싶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였어요. 일단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할지요. 회사를 그만둘 때쯤 타이밍 좋게 전시 제안이 왔고 전시를 한번 치러보니 해볼 법하다 싶었어요. 제가 생활하는데 품이 많이 드는 편은 아니라 이 정도면 충당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심리적인 동력, 작업하던 게 너무 즐겁던 시기라 이건 충분했습니다. 당연히 매일 지킬 수는 없겠지만 하루에 하나씩 그림을 그려 꾸준히 SNS에 올리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했고요. SNS를 제가 직접 운영하는 갤러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록은 저에게 뿌리 같은 겁니다.


어릴 때부터 뭐든 기록하고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한 폭에 그리면 그림이고, 텍스트로 적으면 메모죠. 그림은 제 생각을 정리하고 담아내는 기록의 방식이에요. 그때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감정과 생각에 머물렀는지 그대로 표현되니까요. 시간이 지나고 보면 제작업과 생각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작업의 출발은 메모입니다. 평소에 뭐든 계속 적습니다. 어디 에든요. 노트, 핸드폰, 블로그. 일상에서 느끼는 '느낌'이라는 흐릿한 이미지를 텍스트로 구체화하는 겁니다. 느낌을 바로 느낌으로 표현하지 않고, 한차례 텍스트를 통과시켜 선명하게 한 뒤에 그림으로 이어갑니다. 그리고 적은 메모들을 자주 훑어봅니다. 그럼 눈에 띄는 게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메모에 살이 붙거든요. 경험, 사람, 고민, 환경 같은 것들이 닿으니까 생각이 좀 더 깊어지기도 하고, 아예 다른 관점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기록의 가장 좋은 점은 온전한 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학력, 경험, 역량, 여러 가지로 제가 부족한 거 같았습니다. '아는 거라도 많아야 한다.' 그래야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는 게 많으면 그게 다 내 거인 줄 알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아닌 거예요. 부피는 커지는데 안은 텅 비어있고.. 스스로 단단해져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멋있는 것보단 좀 더 온전한 내 것을 만들고 싶었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영감 찾기를 그만뒀어요. 그러니 그림 그리면서 내 속을 들여다보는 걸로 시작했어요. 나는 요즘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나는 뭘 그리고 싶을까? 그래서 기록을 더 의지하게 됐습니다. 기록의 가장 좋은 점은 온전한 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 근간인 내관점을 다질 수 있다는 거예요. 영감이라는 게 어디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주변의 사람과 환경, 상황을 보면서 생기는 느낌과 관점에서 시작되더라고요.



고민은 늘 존재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콰야 작가는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하고 있는 것의 괴리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고민이 더 이상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여전히 살아있지만 당장 풀어야 할 만큼 무게가 있진 않으며 나이가 들고 이 일을 한 시간이 쌓이고 환경이 바뀌어도, 그러면서 또 다른 고민이 떠르기도하며 완전히 해소될 수 있는 고민일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언젠가 또 무거워지면 그때 주워 들고 그게 아니면 구석에 두며 함께 그 고민이랑 산다고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명확성을 가지길 바라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을 해내야 하는 것처럼 그 경계란 명확지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그 경계를 구분 지으려는 행동자체는 좀 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게 합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오롯한 나를 만나는 습관, 그게 기록의 습관이라면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남겨보는 건 어떨까요?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1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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