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라면'에서 '세계라면'으로 성장한 이야기

'신영석 범일산업 대표' 이야기

by 최성아

끓는 물속의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창업한 회사를 이어받았습니다. 하던 일은 전기밥솥용 열판과 인덕션레인지용 히팅코일을 만드는 거였어요. 그걸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일본과 국내 대기업에 납품했습니다. 기술을 우리가 가지고 있으니 수출도 꾸준히 했고, 매출도 잘 나왔어요. 그렇다고 저도 회사도 현재에 머물 수 없었습니다. 겉으로는 안정적이었지만 먼 미래를 보면 '앞으로도 계속 괜찮을까?'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환율에 따라 회사의 실적에 영향을 받게 되니까요. 매출원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반대가 심했어요. 굳이 왜 개발을 하냐고요. 모든 사람이 반대했습니다. 심지어 가족과 아버지까지요. 제조업에서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기술 개발하다가 회사 망한다.' 개발비가 계속 들어가는데 얼마나 들어갈지 모르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으니 나온 말입니다. 그동안 저희 회사는 부품만 만들어서 기업에 납품했어요. 그런데 이제 완제품을 만들어서 직접 팔겠다고 하니 연구소 직원들은 물론 기존 직원들도 새로운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사람을 뽑을 여유도 없었으니 어쩌면 반대가 당연한 상황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부터 '무조건 된다'는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가능성을 발견했었어요.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나는 당신들이 못 본 시장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틈새를 계속 찾았습니다.


시장조사를 정말 많이 다녔습니다. 국내외 전시회, 가전 박람회 같은 건 가능한 많이 가봤어요. 거기서 느낀 것은 대기업이 안 하고 있는 영역을 찾아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대기업이 이미 하고 있는 걸 우리가 따라 하면 100전 100패거든요. 자본, 인프라가 다르기 때문에 게임이 다릅니다. 그래서 작은 기업들은 자금이나 기술 때문에 하기 어렵고 대기업은 아직 시장이 작아서 들어오지 않는 영역을 찾았어요. 그래서 찾은 시장이 라면 조리기였습니다. 우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면서 잘 키우면 확장성이 있는 시장이라 생각했거든요. 사실 그전에도 라면 끓이는 기계는 있었지만 영세한 회사들이 만든 거라 기술력이 부족했습니다. 확장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었고, 내부를 뜯어보면 위생상태도 엉망이었습니다. 원래 우리는 히팅 코일을 만드는 회사잖아요. 조리기에 관한 기술력도 있었습니다. 해외에는 아예 없는 상품이고, 국내에서도 시장이 애매한 단계였기에 이걸 제대로 풀면 시장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패는 할 때 힘들지만 마일리지처럼 쌓입니다.


처음 완제품이 나오기까지는 2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1년을 더 다듬었고요.

1. 완제품을 만들어서 해외 전시회에 나가 시연하고 2. 관심 보인 바이어들 연락처를 받습니다. 3. 전시 끝나면 직접 찾아가서 다시 시연하고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4. 대화 속에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디테일을 파악하고 5. 회사에 돌아와서 의견을 제품에 반영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 과정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실패가 참 독특한 게, 할 때는 힘들어도 마일리지처럼 쌓이더군요. 저는 실패 마일리지를 많이 쌓아본 사람입니다. 그동안 쌓인 마일리지 덕분에 완제품 개발도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대충 해서 얻는 건 없습니다.


가장 실패를 많이 한 건 횟수로 본다면 '맛있는 라면 끓이기'일 겁니다. 라면을 5만 개는 넘게 끓였을 거예요. 우선 다양한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게 중요했으니까요. 회사에서도 끓이고, 국내외 전시회나 행사장에 가서 끓이고, 주말에는 집에서 끓였습니다. 집에서는 다른 사람 말고 중학생 아들에게 먹여봤죠. 거짓말을 안 하거든요. 물 온도 조절하고, 끓이는 온도랑 시간 바꿔보고 맛있다고 말할 때까지 끓였습니다. 물 400cc에 시간은 3분 50초. 저희 히팅 시스템에 딱 맞는 공식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기계 한대를 집에 가져가서 24시간 돌려봤어요. 고장안나면서 동일한 맛을 내야 하니까요. 라면하나 끓이는데 4분이니까, 하루에 한대당 360그릇 정도 나오거든요. 오류가 한 번도 안 나는 거 보고 '됐다'싶었습니다. 이렇게 완성한 저희 제품의 경쟁력은 네 가지입니다. 맛, 안전, 에너지 효율, 위생이죠. 더불어 지역 특성도 함께 챙기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휴게소에 제품을 넣기 전에는 그 지역의 수질을 확인합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지하수를 주로 쓰는데 어떤 지역은 석회질이 엄청 많아요. 그러면 필터가 빨리 망가질 수 있습니다. 제대로 조사 안 하고 들어가면, 다시는 못 들어갑니다. 대충 해서 얻는 건 절대 없습니다. 설령 대충 해서 얻더라도 그런 건 금방 사라져요.



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강라면'의 키워드를 만들어낸 라면 조리기. 이 조리기를 만든 사람이 바로 신영석 대표입니다. 아티클에서 신영석 대표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제품 개발에 힘을 실어 결국은 성공적으로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더 클 수 있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특히나 아티클 원문에서 언급했듯, 제조업에서는 개발하다 망할 수 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리스크가 큰 일임에도 불구하고 틈새시장을 찾았기에 해낼 수 있었습니다. 요즘 세바스찬 말라 비의 '투자의 진화'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오늘 이 아티클을 보다가 인상 깊었던 문장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투자자가 창업자에게 이 아이디어가 왜 성공할지에 대한 설득을 압력 하기보단 자신이 이 아이디어가 안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 증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문장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낸다면 엄청난 성공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전 이 문장이 인상 깊었던 이유가 모두가 돼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낼 때 (물론 중요하지만) 오히려 반대의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시각 전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야 함의 원동력이 되기에 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1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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