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풋이 아닌 프로세스를 파는 새로운 가치 전략
물건만 좋다고 해서 잘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 개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의 누구라도 언제든지 인기 콘텐츠를 따라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사람도 물건도 쉽게 묻혀버리는 세상에는 완성품이 아닌 '과정'을 판매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프로세스 이코노미'다. '프로세스(과정)'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아웃풋이 완성되기 전부터 돈을 벌 수 있다.
둘째,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
셋째, 충성도가 높은 팬을 확보할 수 있다.
사람들은 최종 아웃풋이 비슷하다면 여러 선택지 가운데 감정이 이입된 쪽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프로세스를 공유해서 비록 적은 숫자일지라도 충성도가 높은 팬을 확보하는 것은 큰 힘이 된다. 프로세스에 가치가 생기려면 제작자가 제작 과정에 스토리를 담거나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관한 철학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벤처투자회사 앤드리슨 호로비츠의 투자팀 파트너인 다르시 쿨리칸은 "커뮤니티를 지배하는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라고 말했다. 생산자가 사용자를 모으고 사용자가 비즈니스 동료를 모으면 그 비즈니스 동료가 더 많은 사용자를 모은다. 프로세스 이코노미 시대에는 사용자가 하나의 커뮤니티가 되고 또다시 새로운 사용자를 모으는 순환구조가 훨씬 중요해진다.
1. 30대 이하의 '욕망하지 않는 세대'는 태어났을 때부터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이와 달리 이전 세대인 '욕망하는 세대'는 결핍이 많은 환경에서 성장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행복해지려면 '성취, 쾌락, 긍정적인 인간관계, 의미, 몰입'이라는 다섯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이론을 대입하면 욕망하는 세대는 앞의 두 가지인 성취와 쾌락을 중요시하며 살았다. 하지만 욕망하지 않는 세대에는 '긍정적인 인간관계, 의미, 몰입'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 즉, 단순히 아웃풋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를 공유하는 그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2. 앞으로 상품의 가치는 '사용가치'와 '의미 가치'로 양극화되고 어중간한 상품은 도태될 것이다. 이를 두고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팀랩의 이노코 도시유키는 '글로벌 고품질 혹은 로컬 저품질'이라고 표현했다. 즉, 생존을 위해서는 누가 봐도 압도적인 질이 좋은 글로벌 고품질을 추구하거나, 신뢰할만한 특정 커뮤니티의 강력한 소속감을 바탕으로 한 로컬 저품질을 추구해야 한다. 여기에 중간은 없다. 만약 후자를 선택한다면 프로세스와 커뮤니티로 품질의 단점을 보완하고, 그 과정에서 참여자의 흥미를 유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3. 회사는 더 이상 커뮤니티가 아니다. 중요한 문제를 대신 결정해주지도 않는다. 종교 역시 인생이라는 모험에 누군가가 함께 걸어주길 원했던 과거에 비하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다. 현대사회에서는 이 역할을 브랜드화된 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 스티브 잡스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자신감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은 나이키 운동화를 신겠지?'처럼 말이다. 이제 사람들은 상품 그 자체가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메시지와 삶을 동일시한다.
4. 사람들은 태어났을 때의 경제 상황이나 부모의 사상 등에 영향을 받아 가치관을 형성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어떤 나이대에 인터넷상의 사람들과 연결되는가'가 크게 작용한다.
5. '모든 서비스는 내가 나답게 살기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 마켓 4.0의 대표적인 관점이다. 수동적인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업 활동에 참여하는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도전하는 것이다.
6. 젊은 세대의 가치관은 달라졌고, 소비자들은 아웃풋의 작은 차이보다는 기업의 메시지에 더 주목하게 되었다. 기술이 발전하면 아웃풋은 점점 무료에 가까워지고, 사용자는 아웃풋이 아닌 프로세스 자체에 돈을 지불하게 된다.
7. "나는 이런 인생을 살았다. 당신도 지금 이런 길을 걷고 있다. 나와 당신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을 토대로 연대하여 다 같이 변화를 일으키자." 즉, 자신의 이야기인 프로세스를 공유함으로써 듣는 이의 공감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을 향한 열광을 집단 전체를 향한 열광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8. 브랜드 경영론의 대가인 데이비드 아커는 그의 저서 <크리에이팅 시그니처 스토리즈>에서 브랜드는 반드시 '시그니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그니처 스토리'란, 기업이나 서비스를 대표하는 상징적이고 특징적인 이야기를 의미한다. 커뮤니티는 경영 전략의 핵심이다. 이 커뮤니티를 가장 밑에서부터 받쳐주는 요소가 바로 이야기와 서사다.
9.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움직이는 원동력 중 하나는 '이타심'이다. 그리고 이타심의 바탕에는 공감이 깔려있다. 프로세스 이코노미는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목표 아래 서로 협력해나갈 때 성립한다.
10. 아직 많은 사람이 아웃풋 이코노미에 익숙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 고객이 알아줄 만한 제품이 완성되었을 때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는 가치관이 우세하다. 하지만 프로세스를 공개하고 반응을 살피면서 끊임없이 수정해가는 쪽이 오히려 급변하는 요즘 시대에는 잘 들어맞는다. 언제라도 중간에 방향을 바꿀 수 있음을 전제로 한 수정주의야말로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적합한 방법이다.
11. 새로운 정보를 나만 알고 있겠다는 생각은 이미 틀렸다. 정보 자체에는 더 이상 큰 가치가 없다. 오히려 내가 가진 정보를 공유하여 동료를 만들고, 프로세스를 아낌없이 공개하는 편이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핵심 정보를 모으는데 유리하다.
12. 기획이 세워졌을 때부터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세컨드 크리에이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고 이를 다시 열 배 혹은 스무 배로 불려준다. 정보가 넘쳐나서 특정 상품을 인식시키기조차 어려운 인터넷 세상에서는 자발적으로 정보를 만들어서 확산해주는 이들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13. 어떤 상품이든 기능이나 성능은 복제할 수 있어도 아이디어에 담긴 가치관이나 취향까지는 따라 하기 어렵다. 프로세스 이코노미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취향'을 어떻게 전달하느냐다. 다만, 프로세스를 공개할 때는 내 안의 '왜', 즉 이일을 하는 이유와 철학, 그리고 가치관을 남김없이 드러내야 한다.
14. 단, 프로세스에만 집중하면 위험하다. 프로세스로 돈을 벌다 보면 처음 가졌던 '왜', 즉 이 일을 하는 이유와 가치관 혹은 철학을 잃어버릴 수 있다. 나는 왜 이일을 시작했는가,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항상 스스로 묻고 되돌아보는 시간이 중요하다.
15. 더불어 온라인 살롱과 라이브 방송, 소셜 미디어에서 프로세스 공개에 힘입어 팬과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아웃풋의 내용보다는 누가 어떤 생각으로 이것을 만들었는지에 시선이 쏠린다. 바로 이때 '필터 버블'에 빠질 위험성이 커진다. 특정한 방향으로 걸러진 정보만을 접하면서 시야에 갇히는 것이다. 따라서 필터 버블 밖으로 나와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살피려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