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의 본질로 정의하는 인문학적 콘셉트 발견 공식
이 책의 제목은 <본질의 발견>이다. 제목의 기저에 깔려있는 주 관심사는 브랜드와 마케팅이라는 세계에서 경쟁자 대비 '나음'이라든가 '다름'에 있지 않다. 다만 지금 기업이나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다름'에 대해 쭈뼛거리는 이유는 그들이 말로는 '다름'과 '온리 원'을 외치지만, 실상 경쟁자와 본질적으로 차별화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근본적으로 보자면, 그들이 말하는 그 '차별화'라는 것의 목적과 방향이 잘못 설정돼 있다는 것을 지울 수 없다.
본원적 실체에 대한 비즈니스 혁신이 없는 상태에서 차별화된 인식을 만들어야 하는 작업은, 심할 경우에 지나친 포장 주의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많다. 차별화의 함정이다. 제품과 서비스 경험 자체를 혁신하기보다 콘셉트이나 마케팅 차원의 톡톡 튀는 표현에 집중한 논의가 많다. 하지만 '온리 원'을 위한 진정한 차별화는 비즈니스의 차원에서의 본질적인 혁신을 의미해야 한다.
본질을 정확히 전달하는 단순함이 더욱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고객이 원치 않는 것이라면, 자기 본질을 끊임없이 되묻고 재정의해야 한다. 본질을 고민하지 않은 채 튀기 위한 차별화 콘셉트만을 갖고서는 더 이상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다. 현상의 차별화가 아니라, 본질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할 화두는 '달라야 한다'가 아니라, '왜, 누구를 위해 달라야 하는가'이다.
'소비 시민의 보다 나은 삶'이라는 뚜렷한 목표에 기반해 있을 경우에만, 차별화라는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업의 본질에 기반하지도 않고, 그것을 혁신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은 채, 좀 더 있어 보이는 차별적 키워드 도출만을 위해 수개월간 표면적 유행만 관찰하는 얄팍한 포장 주의. 그것을 넘어 '소비 시민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업의 본질을 회복하고 혁신하려는 진정한 태도가 필요하다.
대부분 사람들이 기초 교육을 통해 어렴풋이 알고 있는 '동굴의 비유'. 플라톤이 이야기하는 동굴의 모습은 이러하다. 동굴 안에는 죄수들이 벽만 바라볼 수 있게 결박돼있다. 그탓에 죄수들은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지 못한다. 죄수들 뒤에는 간수들이 특정 사물을 들고 교대로 움직이며, 그 뒤로는 불이 타오르고 있어 사물의 그림자를 죄수가 바라보고 있는 동굴의 벽면으로 투사시킨다. 간혹 간수들이 지나가면서 소리를 낸다면, 죄수들은 그 소리가 그림자에서 나온다고 생각할 것이다. 비유를 풀어가다 플라톤은 재미있는 가정을 한다. '만일 한 죄수의 결박을 풀어준다면?'
이러한 가정은 현시대의 브랜딩과 마케팅 담론에 상당히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대목이다. 중요한 것은 동굴 벽에 그림자를 투사하는 행위보다 결박을 풀고 진실로 안내하는 실질적인 태도다. 브랜드를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동굴의 비유'는 '진정한 브랜드의 본질을 만들고 소비 시민에게 소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는 질문으로 다가온다.
소비자들은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에 다가가고 있다. 그리고 진실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브랜드 경험 접점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혹자는 소비자들이 똑똑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 생각엔 소비자가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진실의 관점을 보여주는 디바이스들(인터넷, SNS 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이 발전되고 있을 뿐이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소비자들은 여전히 속기 쉽다. 그래서 소비자들을 속이지 않는 진정성이 기본으로 전제돼야, 점점 더 사슬을 끊고 탈출하는 소비자들에게 배신감을 주지 않을 것이다. '실체'라는 본질의 회복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아직 동굴 벽을 향해 묶여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실체를 왜곡하거나 은폐하지 않고 전달할 수 있는 그림자 투사 기법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투사의 모든 방식을 조정하는 건 바로 '콘셉트(Concept)'이다. 콘셉트는 전달되는 이미지가 실체의 본질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브랜드 컨셉션(Conception)은 실체의 본질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브랜드 실체를 은폐, 왜곡하지 않는 콘셉트, 겉만 번지르르한 이미지로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는 콘셉트. 그것이 최선의 콘셉트이다. 남들이 다 알고 있는 실체의 본질을 다시 한번 숙고해 보는 것. 혹은 당연하다고 알고 있는 것이 '왜' 그래야 하는지 본질적 성찰을 던져보는 것. 그리고 그렇다면 나는 왜 이일을 하는지를 깊게 고민해 보는 것. 그것이 진정 차별화된 컨셉션의 시작이다.
콘셉트는 브랜드와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노른자다. 좀 더 부연하자면, 비즈니스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모든 유형의 콘셉트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 광고 활동, 영업 활동 등을 한데 묶는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 브랜드 콘셉트를 도출하는 작업은 바로 비즈니스를 가장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출발점인 셈이다.
애플의 본질은 '스마트 디바이스'가 아니라 '개인 자유의 확장'인 것이다. 인간의 능력을 자유롭게 확장시키기 위해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Think Different), 혁신적 디자인을 통해 기계와 인간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보다 쉽게 만드는데 주목할 수밖에 없는 회사. 그들처럼 업의 본질을 설정하고 일관된 철학으로 업을 전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콘셉트. 명확하고, 본질적이며, 일관성 있게 지켜나갈 수 있는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 즉, 업(業)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가 필요하고, 이에 기반한 콘셉트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제대로 된 컨셉션은 '소비자', '업(業)의 본질'이라는 두 축을 강력한 버팀목으로 상정해야 한다. 콘셉트의 궁극적 존재 이유는 바로 '사람'이다. 방금 언급한 두 축의 개념은 자연스레 다음의 질문들로 이어진다.
1. 해당 업(業)의 본질은 무엇인가?
2. 목표 소비자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가?
3.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4. 최적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업(業)'은 언제나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집에 가서 밥을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식당'이 생겼고, 충치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어 '치과'가 생겼다. 사람들이 지닌 저마다의 욕망을 해소해주는 창구로서 업이 생긴다. 업을 정의하는 데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떠한 욕망을 가진, 누구를 대상으로 하느냐'하는 문제다. 고객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업은 그들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고, 그래야 업을 실천하는 우리가 누구인지 명확히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의 본질을 정의하기 위해 최소한 두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 1) 목표 고객은 누구이고, 그들을 대상으로 할 때 2) 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1) Who they are? : 우리 고객은 어떤 사람들인가?
목표 고객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몇 가지 용어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컨수머(Consumer)'와 '커스터머(Customer)'이다. 전자는 '소비자'이고, 후자는 '고객'이다. 두 개념을 쉽게 구분 지어 보면, '컨수머'는 '사용하는 사람'이고 '커스터머'는 '사는 사람'이다. 비즈니스를 할 때는 컨수머와 커스터머를 동시에 봐야 하지만, 커스터머, 즉 '사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봐야 한다. 목표 고객이 설정되면, 그들에 대한 면밀한 프로파일링 분석이 필요하다.
2) Who we are? : 우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업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목표 고객들이 일반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원하는 것, 즉 욕망은 마케팅에서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된다. 니즈(Needs)와 원츠(Wants)이다. 이 두 개념 역시 명확한 구별 없이 혼용될 때가 많다. 니즈는 '1차 욕구'이고, 원츠는 '2차 욕구'다. '배가 고픈 사람'이 지닌 1차 욕구는 '뭐든 먹고 싶다'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굶주림을 채워주는 무엇이든 있으면 된다. 하지만 충치가 많아서 딱딱한 음식을 씹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딱딱한 바게트나 질긴 음식은 먹기 곤란할 것이다. 배가 고프면서 치아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의 2차 욕구는 '부드러운 음식'이다.
일반적으로는 1차 욕구 충족을 시킨 후 2차 욕구에 대응하는 것이 맞다.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1차 욕구조차 없는 소비자에게 2차 욕구 차원의 메시지를 아무리 강조해도 구매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니즈와 원츠를 명확히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한다면, 구매를 일으킬 수 있는 '업의 정의'를 얻을 수 있다. 우리 업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위해서는 목표 고객을 정의하고, 현 단계에서 그들의 욕구가 니즈 차원에 있는지 원츠 차원에 있는지를 명확히 분석해야만 한다.
고객의 니즈와 원츠가 명확히 분석된 후에는 그들을 위해 업이 제공해야 하는 것들을 명료화할 수 있다. 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속성을 본질적으로 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업의 '본질적 속성'과 '부가적 속성'을 구분해야 한다. 본질적 속성은 '반드시 그러해야 하는' 속성이다.
How they feel? : 고객들은 무엇을 불편해하는가?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문제점을 발견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직접 물어보는 방법 2) 관찰하는 방법. 직접 물어보는 방법은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해 정량적으로 조사를 하는 방법과, 관련 타깃 패널들을 한데 모아 물어보고 토론하게 만드는 FGI(Focus Group Interview), FGD(Focus Group Discussion), IDI(In-depth Interview) 같은 방법들이 있다. 이러한 조사 방법은 소비자가 직접 이야기하는 방식이기에 스스로를 속여 응답하거나, 주변 패널의 이야기에 영향을 받는 등 편향적인 언급이 나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관찰방법 중에는 직접 해당 타깃 군으로 들어가 동화되어 생활하는 '참여 관찰법'이 있다. 이는 집단에 동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발 빠른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기업에 적합하지 않지만 학술연구에 적합하다.
보다 구체적으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불편한 지점(Pain Point)을 찾는 방법도 있다. 이런 작업을 할 때는 소비자가 1)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기 이전, 2) 경험하는 동안, 3) 경험 이후의 3단계 과정 내 모든 경험 접점을 분석적으로 나열하여, 면밀히 검토하는 고객 구매 여정 분석을 실시하게 된다. 각 접점별 중요 요소를 평가하고, 그 요소들이 각자의 만족도에서 몇 점을 차지하는지 분석하여 가장 큰 불만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What to do? :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앞 단계에서 문제점이 명확하게 분석되면, 해결 방안은 의외로 쉽게 도출될 수 있다. 다양한 관점에서 해결방안들이 제시될 수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해결 방안을 사업 주체가 실행에 옮길 수 있는지 여부다. 도출되는 해결책 중에서 사업 주체가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선별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문헌 연구와, 동료 혹은 전문가들과의 '크리에이티브 토크'를 통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 할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토크'에는 반드시 중심을 잡아주는 사회자가 필요하고, 해당 영역과 관련되는 다양한 포지션의 전문가들이 사전 스터디를 하고 나서, 압축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상호 평가하는 절차가 포함돼야 한다.
Why we are? : 업의 존재 이유
콘셉트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업의 본질과 얼마나 강하게 연관'돼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아무리 멋있고 좋아 보이는 콘셉트이라도 업의 본질과 연관성이 미약하다면 과감히 포기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에서는 소비자의 마음을 감동시켜 저절로 지갑을 열게 하는, 그래서 매출을 제고할 수 있는 콘셉트가 가장 훌륭한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살펴봐야 할 기준은 '실행 가능성'이다. 아무리 좋은 콘셉트이라도 현실적으로 구체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면, 아깝더라도 폐기 처분해야 한다. 실행 가능성은 인력, 자본, 시스템 등 내부 조직의 역량과 시장 내 현실 등 각자 상황에 맞는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
다음 검토해야 할 기준은 '차별성'이다. 고객과 업에 대한 본질적 탐구에서 추출되는 아이디어들은 자칫하면 매우 일반적인 콘셉트로 기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별성은 내부 임직원, 고객,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경쟁사 대비 차별성 정도를 집계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비즈니스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해체하고 자기 강점과 역량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해석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업의 본질은 누가 정의해도 똑같아질 것이다. 내가 주장하는 업의 본질은 모든 현상이 가장 본질적인 관념으로 환원되는 형이상학 같은 게 아니다. BEAT 모델에서 이미 밝혔듯, 1) 고객은 누구인가, 2) 우리는 누구인가(=우리 역량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의해 정의돼야 한다. 나아가 나에 대한, 내 조직에 대한, 우리 사회에 대한 '본질'을 새롭게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과 태도는 분명 우리 공동체를 보다 풍성한 의미로 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