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음 Jan 03. 2019

첫째 태어나던 날(2015.2.7.)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던 순간

2015년 2월 7일 토요일


새벽 다섯시쯤 되었을까

아내가 배가 뭉쳤다가 풀렸다를 반복했다.


전날, 우리는 원장님과의 면담을 마치고 결국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했었다.

어떻게든 하나님께서 주신 방법대로 자연스럽게 출산하고 싶었고,

가능하면 물 속에서 출산을 하고 싶었던 우리의 기대와 달리

병원에서는 아이가 너무 작아서 산도를 통과해서 나올만한 힘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아내는 많이 울었다.

이 병원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장 무뚝뚝한 수간호사가 내려와서

아내를 위로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상황에 대해서 곧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었다.

인생사 모두 우리 마음과 계획대로라면 하나님의 존재는 무엇이 될까..

우리의 의지를 막으시고,

모든 것이 하나님 주권 아래 있음을 인정하게 하셔서

우리는 정말 감사했다.

인생의 자잘한 순간순간들 속에

우리는 교만의 유혹을 쉽게 쉽게 받아들이곤 한다는 것을

이러한 상황 속에 깨닫게 하시고,

무력함을 인정하고 주님 앞에 무릎 꿇게 하셨다.




아내도 나도 새벽 일찍 일어나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샤워를 했다.

사촌 처제 수경이는 갑작스런 부산스러움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8시가 수술 예정 시각이었고, 7시 반에는 수술실에 들어간다고 했다.


출산 후 입원할 입원실에 아내와 함께 내려갔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수술을 준비하며 태동검사를 했다.

아내는 준비하는 시간동안 짐을 챙겨서 내려오면 좋겠다고 해서

나는 윗층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게 수술 전 아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7시 15분경에 다시 입원실로 내려왔을 때

아내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

간호사들에게 물어보니 이미 수술실에 들어갔다고 했다.

산모와 인사도 못하냐고 물어보았더니

이제는 할 수 없단다.

이상하고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하지만 감상에 젖을 시간도 기회도 없었다.

수술은 예정보다 앞당겨 시작한 것 같았고,

곧 영상 촬영을 우리에게 부탁받고 한 걸음에 달려와 준

광선이 형님이 도착했다.



분만실 앞에서 나는 초조하게 기다렸다.

어느 순간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분만실에서 들려오는지 다른 입원실에서 들려오는지

잘 알 수가 없었지만 신생아 특유의 우렁찬 울음소리라서

우리 아들의 목소리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8시가 조금 넘었을까..

김 간호사님이 아이를 안고 나왔다.

그것이 감동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겉싸개로 둘러싸인 그 속에 감동이는

아직도 울고 있었다.




입원실 안에서

나는 감동이와 대화를 했고,

그 아이가 처음 눈 뜨는 것을 보았고,

써 놓은 편지를 읽어주었다.


아이는 우려와 달리 3.14kg이라는 평균적인 몸무게였다.

솔직히 많이 아쉽고, 당황스러웠다.

아이가 너무 작다고 해서 자연분만을 포기했었는데, 

자연(수중)분만을 위해 멀리까지 찾아온 병원에서 작다는 이유로 그것을 포기했었는데,

3kg이 넘는다니.

감사함과 다행스러움, 아쉬움과 당황스러움이 혼재하는 복잡한 감정 속에서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이와 엄마가 건강하다는 것이었다.

사람의 실수와 악재 속에서도 

하나님께서는 때에 맞게 준비해놓으신 여러 장치들을 가동하셨음에 틀림 없다.

하나님의 주권 안에서 우리가 생명을 얻고, 또 그것을 숨쉬며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값진 일이다.




곧 아내가 돌아왔다.

그녀는 살아있었고, 감사하게 의식도 있었다.

물론 아내는 몇 시간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처음 겪는 전신마취와 개복에 아마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래도 이미 그녀는 엄마가 되어 있었다.

나에게는 물론 사랑스러운 여인이지만

감동이에게는 이미 엄마가 되어있었다.



오후가 되어 장모님과 서울 아버지가 도착하셨다.

두 분은 모두 좋은 표정을 감출 수 없으셨다.

7번 째 손주를 보신 분이나 젊은 나이에 첫 손주를 보신 분이나

표정은 비슷했다.

아버지는 감동이 나오기 전부터 야곱과 요셉 이야기를 하곤 하셨다.

요셉이 팔려가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야곱이 말년에

요셉과 그의 자녀들을 보았을 때, 했던 말들을

아버지는 나를 보실 때마다 하셨다.

늦둥이를 낳고 나서 항상 상상만으로 존재했던 장면들이

그 분께 실제가 되었을 때 느끼는 감격이 얼굴에 드러났다.


낳기 전부터 했던 마음 고생과 몸고생,

출산과 수술의 고통,

또 바로 주어지는 수유의 고통,

아이가 울 때마다 깨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씻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미세하게나마 아이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을지 염려하는...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된 것이다.

우리의 부모님이 이러한 과정들을 네번씩이나 세번씩이나 겪으셨다.

그 분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가슴이 먹먹했다.

우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열악한 상황에서도

고통들을 이겨내고,

아내와 나를 사랑해주신 부모님...


교만한 마음 가지고

스스로 하나님 되고자 했던 나를

사랑으로 품어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하다.

이제 나도 그 사랑을 받지만 않고 주면서 살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 감사하다.

모든 것이 막막하지만

보이는 것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보기를 원한다.



주님,

감동이를 저희에게 새 식구로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이 아이가 주님께로 말미암았으니

주님께로 돌아가길 원합니다.

주님의 주권을 인정합니다.

저희의 소유권을 진작부터 내려놓습니다.

주님께서 직접 양육하여 주시고,

저희의 욕심대로 키우지 않도록 도와주시옵소서!


모든 것이 막막하지만

주님 의지하겠습니다.

어린 사무엘도 어린 모세도 그러했듯이

어려서부터 주님을 알고 섬기는..

주님께 영광 돌리고,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아이로

양육하여 주시옵소서!


이 혼탁한 세상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힘을

이 아이에게도 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였습니다.

아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