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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Jan 15. 2019

미세먼지로부터 피할 권리

가장 전통적인 인권, 숨 쉴 권리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하늘은 미세먼지로 뒤덮였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 바라보던 맑은 하늘을 우리의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건,

개인에게도 너무나 큰 슬픔이지만 사회적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처제가 베이징에 삽니다.

그 곳의 미세먼지 수치는 우리 나라의 수치에 자릿수가 몇 개 더 붙습니다.

학자들이 중국의 미세먼지와 우리 나라의 대기의 질을 상관분석했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게까지 열심히 연구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 미세먼지의 원인을요.


베이징에서 국가적인 행사가 있을 때는 당국에서 주변 공장들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멈추곤 합니다.

중국의 공권력이니까 가능한 이야기겠지요.

그럴 때 바라볼 수 있는 베이징의 희귀한 푸른 하늘은 이틀이나 사흘 뒤면 서울의 하늘이 됩니다.

반면 베이징에서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면 곧 서울에도 같은 조치가 내려지게 마련이죠.

저희는 방송의 일기예보보다 처제로부터의 미세먼지 예보를 더 빠르게 듣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을 향한 불만과 분노가 쌓여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숨 쉴 수 있는 권리는 이 세상이 창조될 때부터 인류가 지켜온 전통적 인권인데

그것을 보장받지 못하고,

우리는 올 겨울도 '발암물질'이 가득 담긴 공기를 마셔야만 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다니는 수 밖에요.

그래서 우리 가정에도 베이징 시민들이 쓰고 다니는 'KF94' 마스크가 구비되었습니다.

살려면 써야겠지요. 호흡이 불편하지만 먼지를 마시는 것보다야 훨씬 나으니까요.


하지만 마스크를 쓰는 것조차 눈치가 보일 때가 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데 소수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게 되면

숨 쉴 권리를 찾아나선 소수의 사람들이 오히려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숨 좀 쉬어보겠다고, 아등바등 살아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우스갯소리 한 마디조차 버거울 수 있습니다.




'불안한 미래, 초미세먼지'라는 주제로 진행된 KBS '명견만리'(2016.2.)


그러니 여러분,

미세먼지의 원인인 중국에 말 한 마디 못할 망정,

살아보겠다고, 숨 좀 쉬어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을 칭찬하고 인정해줍시다.

그래도 이 나라에 발 붙이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하는 거잖아요.


마스크를 쓰는 것 외에 딱히 숨 쉴 방법이 없다는 것도 슬픈 일인데,

그런 생존의 노력조차 눈치를 봐야하는 사회라면 더 도망치고 싶지 않겠습니까.




오늘(2019.1.15.)도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극심할 예정입니다.

모두들 부디 미세먼지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으시기를,

그리고 숨 쉴 권리를 쟁취하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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