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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Apr 19. 2019

연인들은 왜 별을 따 준다고 할까?

'캐니스 마조리스'와 '골프공'의 상관 관계

당신이 원한다면 저 별도 따다줄 수 있어


수십년 또는 수백년간 이어져왔을 연애의 단골 멘트이다. 실제로 별을 따온 사람들이 있다고 듣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그 오랜 시간동안 별들은 수많은 커플들에게 언어적으로 ‘채집’을 당해왔다.


왜 연인들은 그렇게 쉽게, 별을 따는 이야기를 해 왔을까?

왜 연인들은 그렇게 쉽게, 별을 따는 이야기를 해 왔을까?


인간이 관측한 별 중에서 가장 큰 별, '캐니스 마조리스'


현재 관측되는, 인간이 눈으로 확인해 낸 별 중에 가장 큰 별은 ‘캐니스 마조리스(Canis Majoris)’는 별이다. 

이 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보다 7,000조배가 크다. 이 숫자가 얼마나 큰 숫자인지 생각해보자.

지금으로부터 100만초를 뒤로 돌린다면 불과 12일 전이지만, 지금으로부터 1000조초를 과거로 돌린다면 3,000만년 전이 된다. 

그런데 무려 7,000조배. 

캐니스 마조리스 옆에 지구를 붙여놓는다면 아니 태양을 가져다놓는다 할지라도 아마 먼지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별을 먼지에 비유하기 자존심이 상한다면 골프공 정도로 격상시켜 볼 수 있겠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 격상 규모에 비례하여 캐니스 마조리스를 확장하면 에베레스트 산 정도의 크기가 된다. 

태양과 지구의 크기 비교


캐니스 마조리스와 태양과의 크기 비교



어쩌다 '캐니스 마조리스'는 연인들의 '채집 대상'이 되었나


그렇게 큰 별조차도 그 동안 수많은 커플들에게 언어적으로 채집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시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달달한 사랑의 표현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캐니스 마조리스 같은 큰 별이 그 규모 그대로 보였다면 ‘따 준다’는 표현은 아마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캐니스 마조리스는 지구보다 7,000조배 크지만 지구로부터 4892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지구를 1초에 일곱바퀴 반을 돈다는 빛의 속도로 쉬지 않고 가더라도 거기까지 가는데에는 4892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캐니스 마조리스의 모습은 사실 단군 할아버지가 사실 적에 그 곳에서 보내온 모습이다. 



우리 삶에서 고장나버린 '원근감'


우리는 그렇게 우리의 감각을 믿으며 살아간다. 

수많은 착시와 원근감의 부재를 경험하면서도 눈 앞에 있는 것들이 ‘실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좇아서 매일 발걸음을 재촉한다. 캐니스 마조리스는 우리에게 그저 한 점에 불과한 별이지만 우리 눈 앞에 골프공이 있다면 그 골프공은 우리 시야 전체를 차지하며 엄청난 비중으로 다가온다. 본질상 캐니스 마조리스는 지구보다 7,000조배가 크지만 우리는 눈 앞에 있는 골프공이 더 커 보인다. 

본질상 캐니스 마조리스는 지구보다 7,000조배가 크지만 우리는 눈 앞에 있는 골프공이 더 커 보인다.


원근감을 조정하고 세상을 바라보기


무엇이 과연 인생의 본질일까?

우리는 많은 경우에 눈 앞에 있는 것들을 좇으면서 산다.

인생의 과업들은 누구에게나 비슷하게 주어진다. 어렸을 때는 학업이, 청년에게는 취업과 결혼이, 직장인들에게는 승진과 보수가, 정치인들에게는 명예가, 부모들에게는 자녀의 학업과 취업과 결혼이 마치 눈 앞의 골프공과 같은 존재들이다. 눈 앞의 성공의 기회는 더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시야를 가리고,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듯 당장의 과업들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눈 앞의 성공의 기회는 더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시야를 가리고,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듯 당장의 과업들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한 번만 멈추어서 먼 곳으로 시야를 돌려도 훨씬 더 본질적이며 근본적인 것들이 자리하고 있을 수 있다. 

우리가 그런 가치들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면 그럴만한 기회를 갖지 못해서일지도 모른다. 골프공보다 7,000조배는 더 크고 중요한 것들. 있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들. 그래서 그 영원히 변하지 않는 가치를 선택함으로 인해 눈 앞에 있는 작은 것들은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느끼게 되는 그런 것들. 


밤 하늘을 올려다보면..


밤 공기가 조금 따뜻해지고, 미세먼지가 다소 걷힌 어느 날 밤, 그 날만큼은 우리 앞에 산적한 급한 일들을 조금 제껴두고,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인생을 휘감고 있는 온갖 급하고 중요해보이는 골프공만한 일들보다 더 크고 밝은 것들을 발견하게 될런지도 모르니 말이다. 

우리 인생을 휘감고 있는 온갖 급하고 중요해보이는 골프공만한 일들보다 더 크고 밝은 것들을 발견하게 될런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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