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에서 구속까지, 정해진 항로를 탈출하는 법
2015년, 지금으로부터 7년 전에 집필한 책이 있다. 경제적 자유를 얻는 법에 대한 책이다. 여러분 추측이 맞다, 주식책이었다. 하지만 출간하지 않았다. 그럴싸한 성공스토리도, 배경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공개하려 한다. 수없는 실패, 그래서 더 이상 실패하지 않게 된 기록도 성공의 기록만큼이나 도움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한다. 재밌을 것이다.
처음부터 잘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실패, 또 실패, 반복되는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의 이정표다. 당신이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당신이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실패하면서 성공을 향해 나간다.
- 찰스 F. 키틀링 -
투자의 세계에 발을 디딘 후 몇 년간, 마음 성한 날이 없었다. 50만 원을 잃으면 미래의 500만 원을 잃지 않기 위한 수업료라 생각했다. 실패를 할 때마다 머리를 쥐어짰다. 괴롭기만 했다. 그땐 몰랐다. 퍼즐이 하나씩 채워지고 있었다는 것을.
주식이 자신만만해진 후, 더 큰 부를 쌓고자 선물옵션판에 뛰어들었다. 간신히 버티던 어느 날, 수중엔 천만 원밖에 없었다. 화가 났다.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이다. 내가 분석한 자료 파일만 만 개가 넘었기 때문이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어쩌란 말이냐. 내일 장은 상승할 수밖에 없을 터.
이것저것 되는 일 없던 사면초가 시절,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매한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장 종료와 함께 마지막 올인 배팅을 했다. 다행히 다음날 아침 폭풍 상승 출발을 했다. 9시 정각부터 수익률 100%였다. 천만 원 걸고 천만 원 수익. 보유기간은 하루, 장 운영 시간으로 따지면 1분 만에 천만 원을 벌었다.
하지만 웃음기도 잠시였다. 10분도 안되어 천만 수익이 사라졌다. 정오가 되기 전에 원금이 반 토막 났다. 탈출하려 했지만, 급등락 과정에서 컴퓨터가 먹통이 됐다. 시장이 패닉 상태였다. 하루 만에 자산이 백 토막 났다. 그렇게 1,000만 원은 10만 원이 됐다.
어차피 다 끝이라며 저질렀지만, 부모님 심정을 생각하니 끝낼 수 없었다. 그렇게 H를 찾았다. H는 미리 받은 상속만 백억 내외였다. ○○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사장님이자 사촌 형이었는데, 자존심 다 버리고 찾아가 맥주 한잔을 청했다. 그리고 그간의 일을 털어놨다.
선물옵션으로 다 잃었지만 주식은 잘하니, 주식으로 재기한다 했다. 그리고 2억을 빌려달라 했다. 한두 시간 설득 과정이 이어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땡전 한 푼 못 받았다. 기대했었기에 서운했다. 입장이 바뀌어 H가 찾아왔다면, 몇 억 정도는 줬을 사이였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날이 어두워졌다. 깜깜한 초등학교 운동장을 배회하다 친구에게 전화 한 통을 했다. 다니는 회사가 어려워, 사정이 안 좋았던 친구였다.
친구.
‘있는 대로 구해 줄게. 일단 현금서비스로 300만 원 되는데.’
나.
‘삼백?’
‘….’
‘됐다. 마음만 받을게.’
부모님 가슴에 못 박고, 그동안 모아 오신 전 재산을 털어 빚을 갚았다. 부끄럽지만 벌써 세 번째 못 박는 사건이었다. 젊은 날의 나는 왜 이렇게 한심했을까.
‘저번에 네가 해먹은 거, 여태까지 갚았는데….’
‘제발 투자는 그만해라. 이젠 가진 것도 없다.’
난, 남들이 볼 때 어느 정도 성공한 인생이었지만, 어느 날 돌연 객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반드시 승부를 봐서 이기고 싶었기에 겉으로 ‘네’라고 대답하며 속으로 다짐했다. ‘죄송합니다. 전 주식이란 놈을 반드시 이길 겁니다. 포기하느니 죽겠습니다.’ 말도 참 더럽게 안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깨달았다. 내가 하류 인생일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었다.
첫째, 거지의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H에게 한 행동은 표면상 부탁이었지만, 실제는 구걸이었다. 넘어져도 자기 스스로 일어나야, 부자의 정신이 깃든다. 넘어진 놈 손 잡아줘 봐야, 한 번 더 도와 달라 한다. 그때 가서 거절하면, 도와주고도 욕먹는다. 넘어진 놈에겐 스스로 일어나도록, 독기를 심어주는 게 낫다.
둘째, 해줄 능력도 없으면서, 인정만 많은 속 빈 강정이었기 때문이다. ‘나라면 몇 억 정도는 줬을 것’이라는 사고방식, 정말 큰 문제다. 수중에 몇 억도 없고, 몇 억을 벌어 본 경험도 없고, 몇 억을 관리해보지도 못했으면서, 몇 억이란 돈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태도. 명백한 루저의 사고방식과 태도였다.
스스로 부를 일군 사람은, 이런 말 함부로 못한다. 돈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 돈 알기를 우습게 알면, 돈에 지배당한다. ‘한 푼’도 귀중히 여기는 자에게, ‘백 푼이 별거냐’며 우습게 보는 사람이, 돈을 달란다. 신발 뒤축을 구겨 신는 사람이, 아끼는 새 구두를 빌려달라는 격이다. 애당초 진정한 부자는, 구조적으로 서민에게 돈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입장이 다르다.
부자 옆엔 파리가 꼬인다. 착한 동생이 똥파리가 돼서 나타났다. 이미 파리 여럿이 왔다 갔을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당신이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설득했을 것이다. 맥주를 마시던 날, H에게는 익숙한 광경이었다.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돈을 줘봐야 재차 망할 것이라는 점을. 그 판단은 옳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부자는, 대가를 치른 사람들이다. 돈을 만질 자격이 있는 자를 알아본다. 당신이 아무나에게 간을 빼주지 않는 것처럼, 부자도 그렇다.
지금은, 다행히 투자 잘하면서 수익은 챙기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경제적 자유를 향해 여행하실 분은 구독 주시면 유익하고 짠한 이야기로 보답하겠습니다. 다음 편엔 존경하는 형 G. 편이 이어집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