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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세정 Oct 07. 2024

지휘자의 얼굴 in 지브리 콘서트

지휘자의 앞모습

정말 오랜만에 음악회를 갔다.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지는 않지만 가끔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을 누구든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도저히 시간 내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러 가진 않는다. 시간도 시간인데 돈을 내고 들으려니 좀 좋은 공연을 보고 싶고 그러면 굳이 클래식 공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가고 싶어 진다. 자원과 시간은 한정적이다 보니 클래식 공연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다.


우연히 명철 연휴에 지브리 OST 클래식(오케스트라) 콘서트를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도 음악단체의 네임밸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 같은데 막귀인 내가 퀄리티를 따질 이유는 없다. 게대가 공연장소가 롯데콘서트 홀이다.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그 꿈의 공연장을 드디어 가볼 수 있는 기회. 거기에다가 가격은 가장 싼 가격 기준 28,000원. 저렴해도 너무 저렴하지 않은가. 그전에 가보고 싶어서 알아봤을 때는 최소 5만 원이어서 못 갔다.

 

거기에 사실 혼자는 잘 안 가게 되는데 요즘은 어떤 세상인가. 같이 갈 사람을 인터넷으로 구하기도 좋은 세상이다. 이 공연을 알게 된 것도 취미플랫폼에 동행을 구하는 글을 보고 따라 산 것이다. 공연은 혼자 보는 것인데도 같이 갈 사람을 구한다는 게 신기한 일이다. 각자 예메를 하고 입장 전 만나서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공연 끝나고 저녁을 먹으면서 공연에 대한 느낌을 나누는 식이다.


롯데콘서트홀은 신기하게 무대를 360도 둘러싸고 좌석이 있다. 완전 뒤편은 합창단석이라 공연 좌석으로 쓰는 것 같지 않고 합창단석 제외 270도를 좌석이 둘러싸고 있는데 나는 지휘자의 얼굴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에 뒤편 자리로 예매했다. 공연을 볼 때 지휘자의 표정이 궁금했었다. 한때 아마추어 합창단을 활동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때 잠시나마 지휘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한 적이 있다. 음악 전공자도 아닌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인생을 길다.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으로 남겨두고 있다.


지휘자는 정면에서 보면 뒷모습만 보이지만 뒤쪽에서 보니 표정이 정말 다양하다.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와 호흡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 반해버렸다. 60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악기들의 편성을 다 외우고 어디서 누가 들어오는지를 알고 있다가 큐 사인을 준다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합창단지휘가 궁금해서 사이버대 성악과 전공 강의로 합창지휘 실습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다. 강의 듣고 따라 하기 너무 어려웠다. 합창은 겨우 4파트인데도 너무 정신이 없었다. 쉽게 덤빌 수 있는 역할은 아니었다. 피땀눈물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한때는 그런 생각도 했었다. 사람들은 악보를 보고만 있는 것 같은데 지휘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일단 지휘자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다. 당일 공연 때만 짠 하고 나타나는 사람이 아니다. 연습과정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역할. 그리고 평면의 음표들의 조합인 악보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세밀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음악적으로 강약을 조절하고 어느 곳에서 어떻게 표현할지를 조율한다. 이것은 테크닉적으로 단순히 박자만 맞추는 것이 아니다. 단원들 하나하나의 음악적 표현은 다를 수 있다. 각자의 음악을 하나로 합쳐 하나의 노래로 만드는 것이 지휘자이다.


공연 당일에는 표정과 몸짓으로, 온몸으로 음악을 표현한다. 지휘자가 이렇게 다양한 표정이 있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지휘하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었으며 언뜻 보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땀을 얼마나 많이 흘리는지 연신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내더라. 음악을 들어야 하는데 지휘자의 모습, 타악기 세션 연주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느라 시선을 빼앗겼다.


공연은 하모니스트와 색소포니스트의 협연이 잘 어우러져 지루할 틈이 없었다. 노래편곡이 화려해서 그 큰 공연장의 악기소리로 가득 찼다. 가상악기에서는 채울 수 없을 것만 같은 가슴 깊은 울림이 내 몸 전체를 감싸고돌았다. 가슴이 쿵쿵 울리는 느낌을 받으며 노래를 듣는 게 얼마만인가. 라이브음악의 매력은 집에서 누워 유튜브로 동영상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을 준다. 그렇기에 디지털 대세인 시대에도 우리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연장을 찾는다. 이 시간, 딱 한 번뿐인 이 공연.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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