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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세정 Oct 08. 2024

배리어프리 러닝 첫 번째 시간

나는 장애를 극복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운동 좋아하는 사람이랑 대화하면 백이면 백 달리기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제는 너무 지겨워서 다른 운동으로 넘어가야 하나 할 정도로 너무 열풍인 달리기. 그 흐름에 나도 빠질 수 없지------만 이왕 달리는 거 색다르게 달려보자.라는 나의 생각과 맞다는 배리어프리 러닝. 솔직히 장애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 없고 내 인생에서 관심밖의 일이었다. 생각해 보니 내 옆자리 직원도 장애직으로 채용된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었네. 그리고 회사에서 매년 하는 장애인식 교육. 제대로 들은 적이 없었다.


유튜브 세바시영상에서 박위라는 키 크고 인물 훤칠한 청년이 하루아침에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된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측은한 마음과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되는 건 아니겠지라는 불안, 지금 두 다리가 멀쩡함에 안도의 감정이 교차했던 순간이다.


인스타 광고에서 배리어프리런 프로그램을 용상청년공간 지음에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애인청년 5명, 비장애인청년 5명을 모집해 3주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했다. 참가비도 없으니 일단 지르고 보는 천성으로 지원했다. 그리고 선정되었으니 최종 참여여부를 회신해 달라는 문자를 받고 나서 또 고민에 빠졌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내 소중한 금요일 저녁을 3주나 투자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고민은 잠시. 고민보다 GO. 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막상 당일이 되니 두려움이 앞섰다. 내가 뭐라고 장애인이랑 같이 활동을 해. 그냥 집에 가서 저녁 먹고 누워있고만 싶어졌다. 그들을 마주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이대로 잠수를 할까? 수없이 고민하였지만 별 수 있나. 그냥 내 다리여 움직여라. 금요일 퇴근 후 용산 청년 지음센터로 갔다. 요즘 구별로 청년센터가 있는데 카페같이 잘 지어놨다. 운영시간도 평일은 10시까지라고 한다. 중앙 홀에는 청년들이 업무/독서 등을 하고 있었다. 북카페인데 무료로 눈치 볼 것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꿀 공간이다.


책장에는 책도 많이 꽂혀 있고 일자리센터도 같이 있다. 휴게실에는 안마의자도 있다. 스터디룸도 있고 스튜디오 같은 시설도 있다. 청년들의 쉼터! 프리랜서들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여하튼 두려운 마음으로 제일 안쪽에 있는 커뮤니티 홀로 들어갔다. 머뭇머뭇 자리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전동휠체어를 하고 앉아있는 사람이 보였다. 이 사람들과 대체 어떻게 달린다는 걸까.


시간이 되고 첫 주차 모임이 시작되었다. 첫 주는 내부에서 강의와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시간이고 두 번째, 세 번째 주는 직접 달린다고 했다. 떨리는 첫 만남. 첫 만남은 너무 어렵다. 서로 수줍게 자기소개를 하고 장애인 청년의 장애인 인식개선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사분은 선천적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그럼에도 휠체어를 타고 달리기 대회에 나가고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장애를 극복하지 않았습니다]라는 책도 썼다고 한다. 여러 가지 화려한 이력을 보니 불평불만 많은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장애인 중 90%는 후천적 장애인이라고 한다. 장애인은 나와 관련 없는 저기 먼 외국인 같은 사람들이 아니란 뜻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비율은 전체인구의 5%라고 한다. 이 비율은 외국 선진국에 비해서 현저히 낮은 수치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을 15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타 선직국에 비해 장애인의 범위를 좁게 보고 있다고 한다.


복지천국 스웨덴에서는 스웨덴어에 서투른 외국 이민자 또한 사회적 장애인으로 분류한다고 한다. 솔직히 우리 주면에 기본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왜 장애라고 하면 휠체어 탄 사람만 떠올리는가. 우리 모두는 어느 한 부분에서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전반부 강의가 끝나고 후반부에는 장애인을 도우며 활동하는 활동가 님의 강연이 이어졌다. 세상에는 이렇게 선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 회사에서 가십이나 쫒던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진다. 패럴림픽을 비롯해 다양한 장애인 스포츠 활동을 소개해 주셨다. 배리어프리 크로스핏도 있다고 한다. 장애인 분들을 위한 수영시설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역시 참여하길 잘했어. 새로운 세계를 만나니 도파민이 뿜어져 나온다. 배리어 프리런. 이 세상 모두는 달릴 자격이 있다. 달려야만 한다. 다음 주 금요일이 기대된다. 이왕 달린다면 우리 모두 함께 달리자. 이번 배리어프리런을 마무리하면 시각장애인 분들을 위한 가이드러너 프로그램도 참여하고 싶다. 내 무릎아 제발 잘 버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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