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드림은 살아날 것인가[매경이코노미 2283호]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이끌어온 중국이 흔들린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4.6% 성장하는 데 그쳤다. 2분기 성장률도 4.7%였다. 2개 분기 연속 목표치인 5%를 밑돈 것이다.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은 내수 부진과 부동산 침체다. 중국 경제는 흔히 '삼두마차'라 불리는 세 가지 요인이 성장을 견인한다. 최종소비, 투자 그리고 순수출이다. 이중에서도 내수와 관련이 깊은 최종소비의 비중이 가장 크다. 중국 GDP 중 56%를 소비가 차지한다.
코로나 충격으로 얼어붙은 중국의 소비 심리는 '리오프닝' 이후에도 풀리지 않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여전히 중국 경기 회복을 저해하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상황이 가장 나은 상하이마저 집값이 30% 가까이 빠졌다. 침체가 길어지자 중국 정부는 본격적인 경기 부양책 도입을 예고 하고 있다.
경기 부양책 목표는 내수 활성화다. 그러니 재정 투입만으로 중국 내수가 살아나기는 힘들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중국은 국영 기업을 제외한 민영 기업은 정년이 짧고 해고가 쉽다. 부실한 사회안전망과 고용 불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돈을 쓰기보다는 저축하려는 이가 많다. 소비로 쓰여야 할 돈이 풀리지 않으니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중국 경제가 부침을 겪는 배경으로 현지에서는 3가지 원인을 제시한다. 시진핑 주석 3 연임과 함께 도입된 '공동부유정책', 반간첩법 시행 등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 축소 그리고 사회 불안 기조 강화다.
원인 1. 성급했던 공동부유-부동산, 플랫폼 등 성장동력 약화
경기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는 요인은 단연 '공동부유론'이다. 2연임까지만 해도 '중국몽'을 내세우며 외연 확장에 집중하던 시진핑 정부는 3기 시작 후 '다 같이 잘 살아야 한다'는 뜻의 공동부유 정책을 본격 도입하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과 플랫폼 그리고 사교육 업체를 공동부유론을 저해하는 공공의 적으로 지목했다. 부동산 업체는 투기를 조장해 인민이 잘 곳을 빼앗는 탐욕스러운 사업자로 몰렸다.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플랫폼 업체는 독과점을 무기로 떼돈을 버는 적폐로 낙인찍혔다. 사교육 업체는 공고육을 위협하는 불량산업으로 전락했다.
정부는 이들 산업을 3년에 걸쳐 철저히 규제했다. 결과는 처절한 실패였다. 수요가 급감하여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자금이 막혔다. 중국 중산층 대다수가 부동산에 자산이 묶여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중산층 자산이 급감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중국 정부도 '공동부유'의 실패를 인정하는 모습이다. 2024년 들어 모든 정부 정책 문서에서 '공동부유론' 단어가 사라졌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모두 풀었다. 알리바바 독점 규제도 해제했다. 내수 진작을 위한 각종 정책을 도입하고 있지만 반등 속도는 느리다.
원인 2. 빠져나가는 외국자본-미국과의 분쟁, 반간첩법 여파
중국 경제에서 외국 자본이 차지하는 기여도는 상당하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심화, 반간첩법 시행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당수의 외국 기업이 중국을 떠났다.
원인 3. 커지는 미래에 대한 불안-저축만 하는 중국 MZ
부실한 사회안전망도 도마에 오른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지만, 기업 시스템만 보면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에 가깝다. 민영 기업은 법의 보호가 무색할 정도로 유연성이 높다. '따이장(대장, 큰 공장이라는 뜻)' 이라 불리는 텐센트, 샤오미, 화웨이 등 테크 기업은 평균 퇴직 연령이 35세다. 과거 경기가 좋을 때는 이른 퇴직이 큰 문제로 작용하지 않았다. 창업이나 재취업을 통해 문제없이 생계를 해결했다. 공동부유 도입으로 경기가 침체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중국인은 '소비'대신 '저축'을 택했다.
향후 중국 경제 전망을 둘러싸고 글로벌 시장에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충돌한다. 중국 현지에서는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는 의견이 주류다. 경제 뇌관으로 지목받은 부동산 업황은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 경제 '펀더멘털'을 담당하는 기업들의 경쟁력 또한 여전히 나쁘지 않다. 발목을 잡았던 미중 무역 분쟁 역시 '해외 투자'라는 활로를 통해 극복하는 모습이다.
중국이 지난 9월 1조 위안(약 190조 원) 규모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으며 상하이종합지수를 비롯한 중국 증시가 급등했다. 투자자를 속상하게 했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살아났다. 중국 내 '핫한' 종목은 IT다. 수익률 상위를 기록한 중국 ETF에 공통적으로 붙는 명칭이 있다. '과창판'이다. 과학창업판의 약자로 상하이거래소 산하에 만든 시장이다. 중국 나스닥이라 불린다. 눈에 띄는 종목은 반도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증신궈지)는 2020년 상장 이후 최고가를 경신하는 중이다. 중국 증권가는 반도체주 상승 여력이 여전하다고 본다.
그러나 부양책만 믿고 투자하기에는 여전히 불안하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증시의 상승세가 지속가능하려면 디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돌파하고 기업 수익성이 바닥을 찍고 반등해야 한다"라고 진단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주식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1000억 달러(약 130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낙관론을 일으켰지만 경제의 근본적 약세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 있어 투자자와 기업이(상승장에) 동참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라고 분석했다. 당장 미국 견제도 주가에는 악제다. 중국 증시 영향력이 막강한 개인 투자자 쏠림 현상도 경계해야 한다. 중국에서 개인 투자자 비중은 전체 투자자 수익의 약 99%(거래액 기준으로는 60%)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