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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세정 Aug 27. 2024

처음 해보는 인요가

  인요가? 요가면 그냥 요가지. 인요가는 또 뭐람. 인요가가 있으면 아웃요가도 있는 걸까? 처음 듣는 단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요가 수업을 들어보기로 했다. 인요가의 인은 음양을 말할 때 음을 영어로 발음한 거라고 한다. 양은 활기차고 태양 같은 느낌이라면 음은 뭔가 음습하고 어두운 느낌을 준다. 긍정적이고 밝은 것이 좋다고 여기는 세상에서 음요가라니? 한번 음침한 세계에 빠져보도록 한다.


  지하에 위치한 요가 수련실을 들어간다. 조명은 적당히 어둡다. 중앙에는 요가 선생님이 앉아있고 한켠에 싱잉볼이 놓여있다.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8명이 반원으로 둘러앉을 공간이었는데 덕분에 아늑한 느낌을 준다. 배경음악으로는 인도 전통 음악 같은 것이 흘러나오고 있다. 덕분에 이 공간에 들어온 것만으로 신비한 느낌을 준다. 공간이 주는 느낌에 압도되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정각이 되자 조용히 앉아있던 선생님이 드디어 입을 뗀다. 역시나 요가 선생님의 목소리는 상상한 그대로 아름답다. 요가강사과정에서 발성이라도 배우는 걸까? 목소리 덕분에 더욱 차분해진 나는 이미 내면의 평화를 얻었으니 인요가고 뭐고 건너뛰고 사바사나(송장자세,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자세)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얌전히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몸을 움직이도록 한다. 처음 시작은 평온하다. 가볍게 몸을 풀어주고 스트레칭을 하는 시간이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굳어있던 내 몸이 꿈틀 되는 시간이다.


  예열 과정이 지나가면 이제부터가 본격적이다. 이제 인요가와 내가 맞느냐 안 맞느냐를 판단할 수 있는 본격적인 자세에 들어간다. 앉은 자세에서 오른 무릎과 왼 무릎을 꼬아 앉는다. 그리고 몸을 앞으로 숙인다. 다리에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 든다. 몸을 앞으로 숙일 수 없을 것 같은데 숙이라 하니 어떻게든 몸부림쳐 몸을 아래로 숙인다. 그러면서 또 허리는 펴란다. 앞으로 숙이면서 허리를 펴라니. 동시에 가능한가? 싶은데 가능하단다. 나는 숙이는 건지 펴는 건지 알 수 없는 어정쩡한 자세를 취해본다. 보통의 요가였다면 보통 10의 숫자를 세고 편안한 자세로 돌아오기 마련이다(10까지 숫자 세는 것도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아니 근데 선생님? 이 상태로 3분을 머물겠다고 한다.


  내 귀를 의심한다. 다리는 이미 피가 안 통해 찌릿찌릿 저려오는데 이 상태로 3분이라니. 이거 오늘 벌 받는 날인가? 인요가는 굳어있는 근육, 인대, 건을 풀기 위해 한 자세에서 길게 머문다고 한다. 길게 머물면 처음에는 근육이 풀리고 점점 몸 안 깊은 조직까지 풀린다고 한다. 숙련자들은 5분, 10분으로 머무는 시간을 늘려간다고 한다. 난 숙련자는 되지 않으련다. 3분의 시간이 흐르면 세상 살 것 같다. 이 해방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고통을 견디는 것인가?


  쉴 틈도 없이 다음 자세로 이어나간다. 요가하면 흔히 하는 비둘기 자세라든지 옆구리 스트레칭 등의 자세를 평소라면 한번 쭉 당겼다가 돌아올 것을 3분간 버티는 고행을 이어나간다. 이래서 요가를 수련이라고 하는구나. 자세가 빨리빨리 바뀌면 생각할 겨를도 없는데 이건 뭐 3분간 버텨야 하니 머릿속에서는 별생각이 다 든다(가장 많이 드는 생각:언제 끝나냐 이거). 한 자세를 계속하다가 인대가 늘어가 다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확실히 한쪽 다리를 풀고 나면 양다리의 차이가 느껴진다. 3분의 시간을 버틴 나의 다리는 훨씬 가볍다. 효과가 있긴 한가보다.


  고행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하며 시계를 보니 어느덧 시간은 한 시간이 흘러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금세 단련된 건지, 3분 후에 오는 해방감에 중독된 건지, 어느 순간 처음보다는 훨씬 덜 힘들다는 느낌을 받는다. 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하는 요가 플로우보다 하나에 길게 머무는 게 덜 지루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요가 종류보다 인요가를 더 좋아하게 될 것만 같다. 반야사, 하타, 아쉬탕가 이런 요가를 하며 한 시간 내내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현타가 오기도 했다. 가끔 어려운 자세(머리 서기 등)를 시킬 때도 도저히 내 몸이 따라가지 않아 요가에 흥미를 잃기도 했었다.


  인요가는 물구나무 자세를 시키지 않는다. 반복도 없다. 다만 머무르는 시간이 길 뿐. 오래 머무르다 보니 깊은 이완을 느낄 수 있다. 머무르는 자세가 결코 쉬운 자세는 아니다. 타깃 부위를 풀어주는 자세다 보니 다리가 저리기도 하고 몸이 계속 근질거린다. 몸에서 힘을 풀고 그 자세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평화가 찾아온다. 불편하다고 힘을 주면 버틸 수 없다. 몸의 힘을 풀게 해주는 것이 인요가다. 몸이 깊이 이완되며 내면까지 차분해진다. 이래서 사람들이 3분의 시간을 버텨내며 인요가를 하나보다. 초급 레벨에서의 인요가는 대만족이다. 인요가, 앞으로 자주 하면서 내 몸의 변화를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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