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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에충 Jun 19. 2024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다

연천DMZ랠리

부모님이 은퇴하신 후 지금 살고 계신 곳은 DMZ와 지척에 있는 연천 장남면이다. 집에서도 한 시간 10분 정도면 도착하는 멀지만 가까운 거리다.  그런 곳에서 연천 DMZ 랠리가 열린다는 소리에 어떤 고민도 없이 신청을 하였다. 

주변지역을 많이 다녀봐서 길도 익숙하고 코스 중에 부모님 댁 근처 큰길로도 지나가서 더욱 반가웠다. 


랠리 코스의 거리 및 획득고도도 크지 않아 가볍게 탈 생각에 대회 전날에도 부담 1도 없었다. 

대회 당일 기상하여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가려는데 밖에 비가 오고 있었다. 비 예보는 있었지만 내심 기상청이 구라청이 되기를 기대했는데 비가 적잖이 오고 있었다. 

어차피 비 와도 탈생각이었기에 익숙한 길을 따라 대회장까지 운전하여 가는데 날씨가 맑아지고 있었고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에 진입하자마자 거짓말같이 비는 오지 않았고 하늘에 먹구름도 보이질 않았다. 도착한 경기장에는 햇살까지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아침 7시 30분경 도착하여 배번호 수령하고 대회 시작시간까지 여유롭게 기다렸다. 운동장 잔디밭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있는 시간이 무척이나 상쾌하였고, 살랑이는 바람에 내 마음 또한 나풀거렸다.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이었을까? 접수는 800여 명이었는데 실제 참석자는 400~500명 정도로 보였다.



대회 시작을 알리는 음악과 함께 출발!


출발지점에 계측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퍼레이드가 끝나는 10킬로 지점에 설치되어 있다는 안내에 따라 퍼레이드 구간은 여유롭게 달리려고 했는데 공도 2차선이라 다들 생각보다 빠르게 페달을 굴렸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합류하여 달리다가 계측기를 지나쳐 버리는 실수를 하였다. 뒤따르던 여러 라이더분들도 지나쳐 버려서 다시 방향을 돌려 계측기로 향했다.

편도 2차선인데 계측기가 1차선에만 설치되어 있어서 2차선으로 달리던 사람들이 계측기 쪽 1차선으로 끼어들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잘 포장된 공도를 여러 팩과 함께 달리니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 38~43km/hour로 달린 듯하다. 이렇게 공도를 달리면서 내 다리는 점점 잠기기 시작했다. 달리다 보니 부모님 댁 근처도 지나가고 40킬로 지점에는 보급도 있었지만 물만 있다고 해서 그냥 지나쳤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거기에는 물과 함께 바나나, 이온음료 등이 있었다고 한다. 사전에 충분한 안내가 없었던 것이 아쉬움을 남겼다. 


55킬로 지점부터 팩을 놓쳤다.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한번 놓치니 영영 오지 않는 자전기 무리들. 혼자 꾸역꾸역 타다 보니 인정 많으신 분들이 지나가면서 붙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고 말도 걸어 주신다. 참가자가 적어서 그런지 건네는 말속에는, 경쟁보다는 무사히 모두 안전히 라이딩 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는 듯했다. 힘을 다해 같이 라이딩하다가 뒤에 쫓아오는 라이더분이 말을 건네온다. 


깔끔하게 메디오로 갈려고요


이 길이 메디오죠? 메디오로 가실 거죠? 

생각할 겨를 없이 그냥 "네"라고 대답하고 한마디 덧붙였다. 

그란폰도로 신청했는데 그냥 메디오로 깔끔? 하게 돌려고요. 


페달을 너무 누르면서 라이딩을 한 건지 다리도 빨리 잠기고, 종아리 쪽에 쥐가 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기에.


이렇게 73킬로 메디오를 마쳤다. 결국 그분들은 나보다 몇 분 앞서서 피니쉬 하였고, 내 기록은 1시간 52분으로 마무리하였다. 메달이 없었는데 메달을 주는 게 아닌가? 또다시 미흡한 안내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메달이 있다고 했다면 좀 더 참가자가 많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자축의 의미로 목에 걸어본다.  


정리하고 부모님 댁으로 가는 길은 어릴 때 소풍 가는 느낌이었다. 설레었다. 왠지 오늘하루 정말로 알차게 쓰는 것 같아 더욱 흐뭇하고 부모님 볼 생각에, 맥주 먹을 생각에 한껏 들뜬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시골길은 언제나 정겹고 여유가 넘친다. 


운영과 안내의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내가 잘 아는 동네에서 라이딩을 할 수 있고, 부모님 댁을 어렵지 않게 방문한다는 점에서 나에게는 최고의 대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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