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승리하기 위한 비법 중 내가 첫 번째로 손꼽는 것은 나의 삶에 잠시나마 공허함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공허함을 만들다.
일상에서는 이런 공허함을 가지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고 먹고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다시 자고 먹고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기를 무한 반복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시그널'에서 보면 하루에 16번 지구를 도는 우주정거장에서 지구와 통신이 완벽히 두절되는 구간이 발생한다.
이때에는 지구의 컨트롤타워로부터 감시당하는 기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런 자유로움, 나만을 느낄 수 있고 나만 존재하는 기분, 공허함이다. 말 그대로 “공허”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그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심리적 차원에서는 고통, 불편, 슬픔을 의미한다.
이런 공허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 이 공허함이 있어야 나를 위해 필요한 무언가를 채워갈 수 있는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공백을 채우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나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에서 신나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놀고, 먹고, 즐기고, 마시고, 잔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서 놀고, 먹고, 즐기고, 마시고 잔다.
지겨울 때까지 해보는 거다. 일상이 그리워지고 절실해 질만큼...
훌쩍 떠나서 고요한 바닷속에서 느끼는 적막함은 나에게 공허함을 선사해 준다.
이 공허함을 충만하게 채울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고 이전에는 생각지 못한 여러 가지 나를 채울 방법들이 떠오른다.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나를 심연의 바닷속으로 인도한다.
그래서 나는 다이빙을 해도 아침 일찍 일출 바로 직전에 하는 딥다이빙을 선호한다.
물속에서는 물속에서, 육상에서는 노을이 지는 시간에 바다멍을 때리며 맥주로 공허함을 채우는 것 또한 매력이지 않을 수 없다.
마시자!! 마셔 ~
각자 자신을 충만하게 채울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다만 그 공허함 느낄 수 있지만 뭐로 채울지 모른다면 시간이 지남에 공허함이 고통, 슬픔으로 전이될 수 있다.
그전에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다. 처방전은 별다른 게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냥 해보는 거다.
효과가 없는 것 같다면 다른 처방전을 받아서 해보는 거다. 생각보다 세상에는 재미난 일이 많다.
이런 것을 찾아가는 여정 자체도 공허함을 채우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많은 계획을 세우고 이동 동선을 생각하고, 어디를 탐방할지 고민하기보다는 그냥 훌쩍 계획 없이 떠나보는 것도 의외로 쉬운 처방전 일 수 있다.
일상에서는 시간이 주어지면 꼭 뭐를 해야 하고 어떤 것을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여행 가는 데까지 데리고 다닐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