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등호는 비교의 기호. 화해는 비교를 멈추는 일
수학 시간, 처음으로 등장하는 신기한 기호 중 하나는 부등호다.
‘>’, ‘<’, ‘≥’, ‘≤’.
아이들은 금방 외운다.
“선생님, 이건 입 벌린 쪽이 큰 거죠?”
“네, 먹는 쪽이 더 큰 수.”
부등호는 수의 크기를 비교할 때 쓴다.
작은 것과 큰 것, 먼저와 나중, 이긴 것과 진 것.
누가 더 잘했는지, 누가 더 높았는지.
수학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관계에서는?
그 기호는 종종 벽이 된다.
나는 동생과 자주 싸웠다.
게임기를 누가 더 오래 했는지,
리모컨을 누가 먼저 잡았는지.
초등학생 시절, 전쟁 같은 하루 대부분은
‘누가 더 ~했다’는 말로 시작됐다.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똑같이 나눠 써라.”
“먼저 한 사람이 양보해라.”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왜 내가 항상 져야 하지?’
그때 내 마음속에는 늘 부등호가 있었다.
‘나 < 동생’
‘나 < 인정받는 사람’
‘나 < 양보하는 사람’
커가면서도 그 부등호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가장 친한 친구와 멀어진 적이 있다.
나는 대의원이었고, 친구는 회장이었다.
같은 학생회에서 일했지만, 역할은 달랐다.
학교 행사를 같이 준비하면서 다툼이 생겼다.
서로 맡은 일은 다르지만,
나는 항상 뒷정리를 도맡았고,
친구는 칭찬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처음엔 괜찮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쓰였다.
‘왜 저 친구만 인정받지?’
‘왜 나는 조용히 일만 하지?’
그때 내 마음속 부등호는 이렇게 생겼다.
‘나 < 회장’
‘나 < 더 주목받는 사람’
그 감정은 삐침이 되고,
삐침은 거리감이 되었다.
서로 말도 줄고, 눈빛도 어색해졌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우연히 SNS에서 그 친구를 다시 봤다.
댓글 하나 남기려다 지웠다.
‘괜히 어색해지면 어쩌지?’
그런데, 그 친구가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오랜만이다. 예전엔 미안했어.”
그 한 문장에,
내 마음속 부등호가 지워졌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화해는 이기는 것도, 지는 것도 아니다.
비교를 멈추는 일이다.
누가 옳았는지 따지지 않고,
누가 먼저였는지 기억하지 않고,
그냥 그 사람을 다시 ‘점’으로 바라보는 것.
좌표평면 위에서 두 점 사이에는 거리만 존재한다.
누가 더 위고, 아래고, 그런 건 좌표가 판단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꾸 부등호를 새기지만,
사실 감정은 비교로 증명되지 않는다.
아이들과 수업하다 보면,
가끔 친구와 싸웠다는 얘기를 듣는다.
“선생님, 걔가 먼저 시작했어요.”
“걔가 잘못했는데 왜 제가 사과해야 해요?”
그럴 때 나는 말한다.
“네가 먼저 지우면, 걔도 따라 지울 수 있어.”
아이들이 말한다.
“그럼 제가 손해 아닌가요?”
“아니, 손해 아니야.
그건 네 감정의 부등호를 지우는 거니까.
그 순간, 넌 비교가 아니라 연결을 선택한 거야.”
사람은 누구나 틀린다.
실수하고, 미워하고, 거리 둔다.
중요한 건, 그 뒤에 부등호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오늘도 누군가와 서먹한 사이가 있다면,
용기를 내자.
하나의 문장을 꺼내면 된다.
“그땐 미안했어.”
그 한 줄이, 마음속 부등호를 지운다.
비로소 우리는 같은 선 위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다음화 예고
15화. 고백은 미분 불가능한 순간이다
순간의 감정,
그 찰나의 흔들림을 수학은 측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