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급등하는 지수함수다

지수함수는 x가 조금만 커져도 y는 순식간에 커진다.

by 작가 윤영진

지수함수의 그래프는 이렇다.
처음엔 별 변화가 없다.
조용히, 거의 평평하게 누워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이 지나면
곡선은 갑자기 고개를 든다.
작은 변화에도 반응하며,
순식간에 치솟는다.


마치 감정 중 하나, 분노처럼.


나는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화를 내면 오히려 내가 혼났다.
손해 보는 건 늘 나였다.
그래서 참는 게 익숙했고,
어느새 참는 게 ‘성격’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분노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건 조용히, 아주 천천히
내 안에서 누적되고 있었을 뿐이다.


딸이 있다.
믿고 싶은 존재다.

“아빠, 나 요즘 정말 열심히 해.”
“게임은 안 해. 나 진짜 바뀌었어.”


나는 그 말을 믿었다.
믿음은 곧 애정이고,
애정은 곧 신뢰였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새벽 6시,
모두가 잠든 집에서
딸이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는 걸 봤다.


그 순간,
나는 평소처럼 논리적으로 말하지 못했다.
대안도, 이해도, 그때는 없었다.


그건 실망이 아니라,
분노였다.


누적된 말들과
차곡차곡 쌓인 믿음 위로
한 줄의 거짓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래프는
급격히 상승했다.


고등학생 때도 그런 적이 있었다.


사귀던 여자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을 통보했다.

“동생이 아파서… 부모님도 안 좋고…
이젠 널 만날 수 없어.”


이해했다.
그래서 슬펐지만 받아들였다.


그런데 한 달 후,
절친이 말했다.


“사실 나, 너네 헤어지고…
그때부터 걔랑 만나고 있어.”


나는 말했다.
“딱 한 대만 맞아라.”


그리고
있는 힘껏 때렸다.


그게 내 인생에서
가장 정확한 분노의 지수함수였다.


참다가, 참다가,
그래프는 폭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친구와는 아직도 친하다.
분노는, 어떤 관계의 끝이 아니라
경계를 그어주는 선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나는 밑이 2보다 작은 지수함수다.
웬만한 자극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거짓말.
그건 다르다.
그건 곡선의 기울기를 바꾸는 밑이 된다.


가족이 다치거나,
딸이 나를 속이거나,
내가 사랑한 사람이
내 마음을 조롱할 때.


그때, 내 감정 곡선은
천천히 올라가다,
어느 순간 폭발한다.


분노는 나쁜 감정이 아니다.


그건 신호다.
내가 뭔가를 간절히 지키고 싶다는 마음.
내가 무너지고 있다는 알림.
그리고 내가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


나는 분노를 자주 쓰지 않는다.
그래서, 쓸 때는 신중하다.


딸에게 화를 냈던 날도,
친구를 때렸던 날도,
그 안에는 미움보다
‘믿고 싶었는데’라는 슬픔이 더 많았다.


지수함수는 급격히 상승하지만,
그래프는 항상 함수다.
정의역이 있고,
조건이 있고,
언제든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분노도 마찬가지다.


함부로 써선 안 되지만,
때로는 그게 나를 지키는 공식이 된다.


다음 편 예고
: 우울은 빠르게 오지 않는다.
그건 아주 천천히,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마음을 끌어내린다.

9편. 우울은 음의 극한으로 수렴한다

이전 07화외로움은 공집합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