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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메이커 Oct 10. 2024

회사원의 틈. 발리에서 요가지도자자격증 따기. day2

수업 시간표

첫 번째 수업, Pranayama

첫 번째 수업은 Pranayama로 아침 6시 30분에 시작한다. 어제 오리엔테이션에서 선생님들이 수업에 절대 늦지 말라고 몇 차례나 강조해서 얘기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시계를 보니 6시 27분. '망했다'라고 나지막히 내뱉고 빠르게 옷을 입은 뒤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아뿔싸, 가방을 안 들고 내려온 게 아닌가. 다시 뛰다시피 5층으로 올라가서 가방을 가지고 내려왔다. 다행히 아직 수업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Pranayama수업은 Sunil 선생님이 지도한다. 리시케시에서 온 인도인이고, 오후에 있는 아쉬탕가 수업과 명상수업도 수닐 선생님과 함께한다. 모든 수업의 시작은 옴과 만트라를 외는 것이다. 호흡을 크게 들이마시고 '옴' 한 번과 샨티 세 번을 왼다. 선생님마다 외는 만트라가 다른데, 산스크리트어라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들 열심히 따라 한다.


호흡을 깊게 단전 아래로 들이마시고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참고 내쉬었다. 처음에는 참는 시간이 짧았는데, 호흡을 거듭할수록 참는 시간이 길어졌다. 사람들이 평소에 숨을 얼마나 얕게 쉬고 사는지, 일상에 깊은 호흡이 들어왔을 때 삶을 보다 고요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갑자기 화가 나거나 일이 생각처럼 되지 않을 때 호흡이 얕아지는데, 그때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숨을 참기를 반복하면 금세 잦아든다고 한다. 그러면 앞섰던 감정을 가만히 바라보게 된다.

Yin Yoga

아사나 수업은 반을 2개로 나눠서 소수로 진행한다. 나는 두 번째 그룹에 배정되어, 5층인 내 방 옆에 있는 shala2로 이동했다. 뷰가 좋았다.

Yin yoga는 다른 요가와 다르게 이완을 주로 하는 요가이다. 인도네시아 분으로 보이는 여자 선생님이 진행하는데,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영어가 능숙하지 못해 수업이 매끄러운 편은 아니었다. 


아침식사

아침식사는 같은 아사나 수업을 듣는 독일에서 온 레이야와 파키스탄에서 온 짜린과 함께했다. 짜린은 캐나다인 남편과 결혼했고, 굉장히 유쾌한 친구였다. 레이야도 독일인 치고 몹시 수다스러웠다. 아침에는 계란 요리를 곁들일 수 있어서 오믈렛을 주문했다. 용과를 간 살짝 밍밍한 스무디와 모링가와 레몬즙이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건강음료도 함께 곁들였다. 아주 건강해지는 맛의 음식들이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날씨가 좋았다. 


Yoga Philosophy

요가 철학을 배우는 시간으로 Wayan선생님과 함께했다. 와이얀 선생님은 영어를 아주 잘하시고 선생님들 중 가장 유머러스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첫째 아들이나 딸의 이름을 Wayan으로 지어서 엄청 흔한 이름이라고 한다. 발리에 도착한 첫날 나를 픽업해 준 드라이버의 이름도 Wayan이었다.


처음 배운 것은 우리가 매 수업을 시작할 때 외는 '옴'이 무슨 뜻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옴'을 욈으로써 머리에 진동이 오게 해서 머리에 긴장을 풀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잠이 안 올 때 '옴'을 하면 바로 곯아떨어질 거라고 했다. 세상을 연결하는 것은 internet인데 Yoga는 inner-net이라고 했다. 몸 안과 내면의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연결을 위해 하는 첫 번째가 챈팅이라고 한다. 챈팅을 하면 실체를 분명하게 보는 사람이 된다고 한다. 만트라를 통해 생각을 외연에서 내연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과 연관되는 듯하다. '옴'이 아니라 '아-우-음'을 외는 방법도 있다. '옴'은 마음을 가라앉고 편안하게 한다면, '아-우-음'은 몸의 깊숙한 곳부터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하타 요가

하타요가 선생님은 수염을 기르는 선생님이었는데 다른 선생님들과 다르게 냄새가 났다. 하지만 내 자리는 맨 앞이었고, 냄새에 코가 무뎌지기만을 기다렸다. '하타'는 힌디어고 '하티오'가 산스크리트어라고 한다. 파탄잘리가 8400000개의 아사나를 84개로 줄였고 그게 다시 32개로 요약되었다고 한다. Ha는 태양을, tha는 달을 의미한다고 한다. 


생명 에너지 'prana'가 흐르는 통로는 'nadi'라고 하는데, 우리 몸에 있는 여러 개의 나디 중 대표적인 것이 오른쪽의 Pinghla와 왼쪽의 IDA, 그리고 양쪽이 균형을 이루는 순간인 Sushmana가 하루를 구성한다고 한다. 하타요가의 주된 목적은 이다와 핑갈라 나디에서 프라나의 균형 잡힌 흐름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선생님 설명이 어려워서 한글로 된 설명을 찾아봤다. https://blog.naver.com/yogapi/223444029557)


아유르베다

생각보다 힌두교에 대해서 딥하게 배우기 시작했다. 어떤 신들이 있으며 그것이 인도의 대체의학인 아유로베다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배웠다. 점심시간 전이라 배가 몹시 고프기도 했고, 내용이 쉽지 않아서 조금 지루했다.


점심시간

점심시간에는 멕시코에서 온 Pam과 뉴질랜드에서 온 emma와 함께 식사했다. Pam은 요가를 10년 정도 했고, 일을 그만둔 뒤 발리에 온 지 11개월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요가를 하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일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작년에 yogmantra에서 200시간 TTC를 수료했고, 이번에는 300시간 과정을 들으러 왔다고 한다. 이번 과정이 끝나면 다른 곳에 가서 선생님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anatomy & alignment

점심식사 후에는 해부학 수업을 들었다. 점심 식사 후라 그런지 몹시 졸렸다. 다음은 얼라인먼트 수업이었는데, 선생님 말이 너무 느려서 또 졸렸다. 얼라인먼트에서는 시퀀스를 짜는 법을 배울 예정이다. 아직 오리엔테이션이라 특별히 많은 내용을 배우지는 않았다.


아쉬탕가 요가

아침에 pranayama 수업을 했던 수닐 선생님이 들어왔다. 하루 종일 매 수업시간마다 자기소개를 했는데, 이 시간까지 합하면 거의 5번은 한 것 같다. 덕분에 다른 학생들 이름을 거의 외웠다. 자기소개가 끝나자마자 갑자기 바로 시퀀스에 들어갔는데, 한국에서 하던 시퀀스의 3배속 정도로 몹시 빨랐다. 게다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냥 무턱대고 시키는 바람에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었다. 만약 아예 요가 초심자라면 거의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다들 잘 따라 했고, 한 시간 뒤에 옷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사바 사나를 하는데 선생님이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람이 살랑이며 지나갔다. 앞으로 남은 21일간 아침저녁으로 이런 시간이 계속될 것이다.


명상

아쉬탕가가 끝나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요가 니드라를 시작했다. 맨바닥에 누우려니 허리가 시렸다. 앞으로는 5층에서 매트, 방석, 블록을 챙겨가야겠다. 요가 니드라를 진행할 때 선생님이 '옴~마니 뱀매홈~'이 무한반복되는 만트라를 틀어주시는데, 선생님 말이 아니라 자꾸 저 만트라에 집중하게 된다. 옆에서는 코 고는 소리가 났다. 문득 눈을 떴는데 하늘에 떠있는 별이 보였다.


저녁식사

저녁은 독일에서 온 비비안과 함께 먹었다. 자꾸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으니 밥을 먹는 게 조금 불편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어쩔 수 없이 조금의 긴장을 하게 되고, 얘기를 나누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 식사시간도 수업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일주일 정도는 편해지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비비안은 인도와 네팔을 여행하다가 발리로 왔다고 했다. 발리에 오기 전 롬복에서는 화산섬 등반을 했는데, 4일 동안 텐트를 들고 다니면서 야영을 했다고 했다. 멋모르고 했지만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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