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와 <라이프크래프트>

"하나로 꿰었다"

by 윤형준

시작 시각: 미국 동부시 2025년 8월 24일 오후 3시 10분


나의 본업은 교수이지만, 매년 36주만 학교와 계약인 상태이다. 52주 중 16주에 해당하는 거의 4개월에 육박하는 기간 동안은 다른 일도 할 수 있다. 또한 풀타임 교수들에게는 주당 10시간까지 컨설팅 등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이 허용된다 (Penn State AC80). 이러한 제도를 활용하여 나는 여름에는 한국의 태전그룹과 풀타임으로, 다른 기간 동안에는 원격으로 주 4시간에서 8시간가량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다.


태전그룹에는 독특한 독서 경영 문화가 있다. 구성원들이 추천한 도서를 투표에 의해 선정하여, 선정된 도서를 신청한 사람들은 매달 같은 도서를 읽고, 독후감도 내고, 시상도 한다.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신청만 해놓고 독후감을 못 낸 때도 있었고, 해외에 있다 보니 신청조차 하지 못한 때는 더 많다.


6월 도서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선정이 되었다. 다음은 나의 독후감 전문이다. 제출 마감 당일에 약 20-30분 시간을 들여 작성한 것으로 기억한다. 자필로 작성하였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텍스트 형태로 옮겨 보았다.


책이름: 채식주의자
출판사: 창비
저자: 한강
날짜: 2025. 7. 3
1줄 컨셉: 하나로 꿰어 내는 능력


노벨상 수상작이라는 호기심과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의 수상작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일종의 의무감으로 책을 들었다. "채식주의자" 편까지는 문체와 내용을 새기며 약간의 호기심으로 읽었다. 두 번째 편의 "몽고반점"으로 넘어갔을 때 혼란스러웠다. 장면이 완전히 바뀌었고, 등장 인물도 바뀐 듯했다. 외설적인 내용도 보여서 '이러한 외설이 흥행요인이기도 했을까...?' 하는 생각도 (옴니버스 형태의 소설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잠시,


(두 번째 편이) 첫 번째 편의 등장인물, 스토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글 쓰는 시점도, 화자도 달라져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림도 잠시, 이제는 내용에 호기심이 생겨 책 속에 빠져들어 갔다. 중년의 부부, 남성의 일탈. 하지만 본인의 완성의 추구.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것이지만 나름의 기준으로 삶을 진지하게 영위하는 부분들이 남성과 영혜 모두에게 한편으로 부러움이 생겼다.


불꽃같은 2장이 막을 내리고, 다소 슬픈 3장이 시작되었고... 인간의 욕망, 이기심, 가진 자 혹은 힘 있는 자의 횡포의 폐해를 목도할 수 있었다. 사회적 통념이라는 틀을 활용하여 채식주의자(영혜)가 탄압을 받고, 사회적으로 용납 할 수 없는 사건들로 인하여 정신병원 행이 이뤄졌으며, 사실 이러한 것들은 어린 시절 억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진정한 치유의 길 대신, 파국으로 치닫는 많은이들의 삶을 대변한 작품이다.


<채식주의자>는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3개의 다른 스토리를 하나의 책으로 엮었으며, 하나의 스토리로 독자들의 호기심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형태로, 외설과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우리의 인생도 여러개의 서로 달라보이는 점들이 어느 순간 모두 연결이 되듯, 한강 작가는 세 개의 이야기를 예술적으로 이었다. [그 잇은 과정과 결과가 예술인 것이다.]


우리 회사도 매우 다양한,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시도들이 있어 왔다. 골똘히 모색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많은 활동들을 하나로 꿸 수 있지 않을까? 달라보이지만 하나로 이을 수 있는, 그래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나의 예로서, 현재 기능별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희망-실천 컨설턴트 양성과정 3기 2조의 프로젝트인데, 각각으로 운영되던 각 회사의 기능 간의 시너지를 찾기 위함이다.


아이디어 적용 방안

- 회사 간 유사 업무 파악 / 소통

- 사내 프로젝트 간 유사성 파악, 필요시 통합

- 몽고반점. 불나방처럼 자신의 몸이 산화되더라도 각자의 일에서 뛰어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 동물약 / 인체약 서비스 간 교차 아이디어를 적용할 것은 없을까? (예: 동물약 픽업 예약하기 --> 노량 픽업 예약하기)


위에서 보듯, 나는 <채식주의자>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를 "하나로 꿰어내는 능력"으로 보았다. 에필로그에서 한강 작가 자신도, 그 꿰어내었다는 것에 대한 흡족함과 자부심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어찌 보면 그것이 화룡점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라이프크래프트>의 "이 책의 활용법"(p. 8)에 나는 이렇게 기술한다.

"이 책의 꼭지를 각각 따로 떨어뜨려 보면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 이 책의 진가는 모든 활동을 하나로 꿰었다는 데 있습니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독후감을 쓴 시점은 내가 이미 책을 쓰고 마지막 퇴고를 하던 시점이었다. 꿰어내는 것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항상 염두에 두었기에, 한강 작가의 꿰어냄과 그 성찰을 보고 희열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을지 모른다.


자기성찰과 미래에 대한 상상을 엮고, 상상과 목표를 엮고, 목표와 실행, 성취를 엮는다면. 그렇게 진행한다면 상상은 현실이 되고, 자신이 그렸던 소설 같은 허구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한강은 정신병원을 잘 묘사하기 위해서 현장에서 관찰도 하는 등의 결과를 거쳐 마치 해당 장면들을 보는 듯하게 묘사해냈다고 한다. 우리네의 자기 삶에 대한 소설(Fiction)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꿈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Your Fiction Becomes Reality.jpg


오늘 이 글을 쓰는 것은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오늘은 한강의 소설(fiction)이 나의 신간 <라이프크래프트>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살펴보았는데, 이 픽션이라는 표현은 내가 매우 좋아하는 표현이다. "Your Fiction Becomes Reality"는 내가 나의 연구실을 드나들며, 또 나의 학생들이 드나들며 항시 볼 수 있게 한 문구이다. 내 삶의 에이전트로서. 이곳에서는 내일 신학기가 시작되는데, 새로운 학생들을 맞으며,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를 다시금 새기며, 그 유래 등에 대한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남겼다.


글 마침 시각: 미국 동부시 2025년 8월 24일 오후 4시 00분


작가의 이전글LifeCra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