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쁨작가 마드쏭 Nov 09. 2022

고객님~ 비행기가 안 뜬답니다...! '그래서예~?'

상황은 좋고 나쁜 것이 없다



"고객님~~ 어쩌지예...  12월에 사이판 비행기가 안 뜬답니다! 아유.. 죄송합니데이."

나는 더 좋은 일이 있으려고 그러나? 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은데 그런 내 마음과 다르게 여행사 직원은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며 상황이 잘 안 풀린다며 미안해한다. 



 5년마다 있는 남편의 안식휴가로 연말에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여름에 일찍 예약하려고 처음 알아봤을 때는 4박 5일 사이판이 가족 패키지로 매 식사도 포함되어 있어 가격도 조건도 모두 마음에 들었었다. 당장 계약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한 번 더 검토하자며 상품 출력물만 들고 집에 왔다. 다시 봐도 마음에 들었던 상품. 그러나 예약해야지 생각만 하고 전화를 미루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 달 뒤 계약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그 상품이 없어졌단다. 아니, 있긴 한데 가격도 오르고 식사도 불포함이었다. '에고.. 내가 미룬 탓이지.' 아깝긴 했지만 그럼에도 다른 선택지들보다 괜찮아서 바뀐 상품으로 계약을 했다. 그렇게 결정한 선택인데 이제는 그 비행기마저 뜨질 않는다고 하니 더 할 말이 없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지? 올해 해외 나가지 말라는 건가? 아니면 다른 곳을 가라는 것일까?'

멘탈 코칭을 배우는 요즘 '나를 시험하려고 하는 것일까? 나에게 더 좋은 길로 안내하기 위함일까?' 

여러 생각들이 지나가며 지금 상황이 안 좋아 보여도 당장 알 수는 없지만 나를 더 좋은 곳으로 이끌어주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였다. 



 결국 12월 사이판 여행이 무산되고 3박 4일 괌 여행으로 변경하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취소하고 제주도로 완전 계획을 수정했다. 아직 어린아이들과 같이 가기엔 이른 아침 출발과 짧은 일정 때문이었다. 여름에 작은 애가 손목 통깁스를 하는 바람에 제대로 물놀이를 하지 못해서 이번 여행에 아이들이 물놀이를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4시간 반씩 장거리 오가며 물놀이하기엔 3박 4일이 아쉬웠다. 그래서 어차피 물놀이 위주로 할 거라면 국내에서 겨울에도 따뜻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좀 더 여유롭게 다녀오자고 목적지를 제주도로 바꾸게 된 것이다. 그런 결정을 하며 처음 원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 이 상황들이 나를 좀 더 풍요롭게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을까 혼자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의 복직 관련 물음에 '휴직도 복직도 모두 좋다'는 답변을 하고 그 여행사를 지나면서 불현듯 '상황은 좋고 나쁜 것이 없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몸으로 받아들여졌다. 익히 여러 책들에서 많이 보고 들은 얘기지만 이번처럼 나의 세포 하나하나로 받아들여진 적은 없었다. 



 여행 일정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처음엔 '어떤 좋은 일들이 나에게 오려고 그러는 것일까?' 하며 밖에서 나에게 뭔가가 주어지길 기다렸다. 나에게 더 좋은 것이 찾아와 주길 바랐다. 그런데 나의 밖에서는 좋고, 싫은 그 어떤 것도 없었다. 그냥 상황 자체만 있을 뿐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외부에서 나에게 좋은 것을 가져다주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내가 좋은 거라고 생각하면 좋은 것이고, 나쁜 상태로 느끼고 싶으면 나쁜 거라고 내가 규정지으면 그만이었다. 



 여태 생각과 감정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거라고 머리로는 알고 말하면서도 또 이런 상황에서는 우주가 나에게 좋은 것을 가져다주길 기다리고 있었다니... 그런 나를 알아차리니 상황과 내가 분리되어 현재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어떤 순간도 내가 행복하고 싶다면 지금 내가 행복하다고 스위치만 바꾸면 된다. 나에게 선택할 수 있는 힘과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미래에 좋은 일이 일어나길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기쁨과 행복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물론 때로 슬프고 울고 싶으면 울 수 있는 자유도 나에게 있다. 그런 감정도 나를 정화시키고 평온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 되는 감정이니까. 이 날은 한 뼘 더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내 감정과 선택의 주인이 된 것 같아 감사한 순간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기쁨작가 마드쏭의 마음일기 첫 시작인 

아래의 브런치북 '나와 만나는 감정여행' 6~11

https://brunch.co.kr/brunchbook/4myfreed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