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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쁨작가 마드쏭 Dec 17. 2022

'짜증' 나도 괜찮아

감정은 선물 같은 하나의 신호다

그날이다. 

사춘기 이후 보통의 여자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그날. 

매월 어느 날보다 더 예민해지는 그것의 '첫날' 


첫 아이를 낳고 난 이후에는 신체적 통증이 없어져 많이 좋아졌었는데 요즘 들어 다시 그것의 첫날이 되면 스멀스멀 통증이 올라온다. 그날의 예민함으로 피곤해진 상태에서 저녁 설거지를 하려다 아이의 무슨 말에서인지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하... 요즘 마음이 많이 평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몸 하나 불편해졌다고 별것도 아닌 거에 짜증이 나는구나?! 육체의 불편함 하나 기꺼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전히 나약한 존재였어.' 


몸의 불편함에 나를 건드리기만 해도 짜증이 나던 상태와 그 짜증하나 다스리지 못해 아이에게 소리친 나를 질책하며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감정에 좋고 나쁨이란 없다.



류페이쉬안의 <감정은 잘못이 없다>의 들어가는 말 "감정에 좋고 나쁨이란 없다." 문구를 보는 순간 '아차'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부정적인 감정은, 몸이 나를 위해 보내주는 행동 신호라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상황 자체가 좋고 나쁜 것이 없는 것처럼 분노, 슬픔, 우울 등 감정 자체에도 좋고 나쁨이 없다. 



그날 내가 느낀 짜증 또한 마찬가지다. 몸이 불편하고 힘드니 빨리 내 몸을 따뜻하게 쉬어주면 되는 것이다. 그땐 당장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짜증이 났었지만 나에게 휴식이 필요한 상황인 것을 알았기에 최대한 빨리 해야 될 일을 마무리하고 나에게 '쉼'을 선물해줄 수 있었다. 






이론적인 지식과 나의 현실은 다름을 알게 되었다. 분명 머리로는, 좋고 나쁜 감정이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나에게 화와 짜증이 올라오는 순간, 

'이런 불편한 감정은 느끼고 싶지 않은데... 별것 아닌 일에 이렇게 짜증을 내고 있는 나는 여전히 미성숙한 사람이었어.'라고 내 생각과 마음이 자동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현실에서 그렇게 머리와 몸이 따로 반응하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면서 

 '다음엔 이런 감정이 든 나를 질책하는 대신에 그 감정이 보내주는 신호에 집중하자.'라며 좀 더 담담하게 내 감정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아이들이 서로 다퉈 울고 있을 때 "왜 우는데?"라고 묻는 것보다 "네가 원하는 게 뭔데?"라고 물었을 때 그 상황을 더 빨리 진정시킬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원인을 묻느냐, 최종적인 결과를 묻는 것이냐,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결국은 같은 것이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울고 있는 것이니 원하는 상태를 만들 수 있다면 울어야 될 이유도 없어진다.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말하는 감정은 우리 몸이 원하는 상태를 만들어달라는 신호이다. "왜 그런 감정을 느끼니?"라고 나를 질책하는 대신, "감정아, 네가 원하는 게 뭔데?"하고 자신에게 말을 걸어보자. 



혹시 오늘도 아이에게, 남편에게 짜증 내고 자책하거나 후회하진 않았는가? 


괜찮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어떻게 사람이 기쁨, 행복, 신남 좋은 감정만 누리겠는가?

항상 그런 상태인 사람에게 우린 미친 사람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때로 우울하고 외롭고 슬프고 화나고 짜증 날 수 있다. 

인간이 가진, 모두 소중한 감정이다. 


그런 감정을 좋다고, 나쁘다고 구별하지 말고 외면하지만 말자. 

달달한 감정은 아니겠지만 그런 감정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쉼'을 줄 수 있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나의 현재 필명 '기쁨작가 마드쏭' 

여기서 '기쁨'이란 하나의 상징적인 감정이다. 

누구나 선호하는 감정. 


2년 전에는 '신나는 마드쏭'이라는 닉네임을 썼다. 

그때는 내가 항상 신나고 싶었던 마음이었는데 '기쁨작가'는 작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글을 쓰듯, 누구나 원하는 감정을 언제든 선택하고 만들 수 있음을 나 스스로 기억하고 알리고 싶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감정을 선택하고 만들 수 있는 것을 넘어, 원치 않는 감정을 만나더라도 그것이 나에게 주는 신호임을 알아차리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자유와 여유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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