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유
드르륵
9시가 조금 넘은 월요일 아침.
책상 위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여보세요?"
사모님 어쩌죠?
계약을 취소하시겠답니다...!
부동산 소장님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전해졌다.
선금 300만 원이 들어온 일요일 그날.
평일엔 시간이 안되어 당일 계약서를 썼다. 일요일이라 계약금 일부는 월요일 바로 입금해 주기로 했다. 월요일 이른 아침까지만 해도 부동산 소장님께 계약금 입금하겠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아침 9시가 넘어서는 선금 포기하고 계약을 취소하시겠다고 한다. 계약서를 썼기 때문에 포기하더라도 계약금 전체를 입금해야 된다고 하지만 그냥 300만 원에서 끝내기로 했다.
계약당시 매수자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가면서까지 주차 걱정을 하셨다. 내가 이 집을 매수하고 수리하는 동안 원했던 매수자의 모습은 잘 수리된 집에 기분 좋게 이사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매수자의 모습은 내가 원했던 모습과 달랐다. 그래서 월요일 계약금 나머지가 들어올 때까지 마음 한구석엔 찜찜함이 남아있었다. 그냥 으레 가격을 깎고 싶어 하는 매수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는데 택시기사일을 하신다는 그분은 결국 주차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300만 원을 포기하셨다. 부동산중개수수료를 드려도 하룻사이 240만 원 정도는 벌었다고 남편은 좋아했다.
다행이다.
나도, 남편도 집이 팔릴 때까지 매월 내야 하는 이자와 관리비, 주말마다 가서 먼지를 닦아내는 수고로움이, 한 달 좀 넘었을 뿐인데 서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부담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지 않게 들어온 선금으로 좀 더 마음 편히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그 일이 있은 지 2주 뒤 토요일, 다른 부동산에서 집을 바로 사고 싶다는 매수자가 나타났다. 이번엔 저번보다 200만 원 더 높은 매도가다. 예비 매수자는 집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이거다. 내가 원했던 나의 매수자 모습은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매수자는 기존 전세계약이 끝나서 대출만 되면 바로 잔금치르고 입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예비 매수자는 혹시 대출 안되면 선금 돌려받을 수 있냐고 물으셨다. 돌려받을 수 있다면 선금을 바로 입금하겠다고 했다. 고가 아파트도 아닌데 대출이 안 될 수도 있나... 소장님도, 나도 웬만해선 대출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금 전액 반환 조건은 대출이 안 되는 경우에 한해서 다음 수요일까지 기한을 드리기로 했다.
이대로 나는 매도를 잘 끝낼 수 있을까? 집이 완전히 나가게 되면 단타 투자 이후 부동산 투자에 대한 배움과 생각변화를 공유하겠다. 빨리 그날이 오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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