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편지 - 희망을 가진 존버의 미래는 밝다

by 아동


입춘이 지났구나.

머지않아 봄소식 전해질 때쯤 너의 일상에도 따스함이 전해지기를 바라.


여태껏 인생 멘토 혹은 롤모델 삼으라면 누굴 떠올릴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인생 반백에 책을 통해 그를 찾았다. 반백이 다 돼서야 말이야.

너희 클 때, 베갯머리에서 읽어 준 「사랑하는 내 아들아」라는 책 기억나니?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건넨 다산의 편지글인데 한쪽 다 읽기도 전에 내가 잠들기도 하고 너희가 잠들기도 했지.


너에게 보내는 이 편지 역시 그 책에서 시작이 된 것 같구나. 요즘 다산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눈으로 읽는 것만이 아닌 손으로 쓰고 몸으로 실천하는 실용적 삶을 사신 듯하다.

자신을 먼저 알고 더불어 사는 세상 속 누군가에 도움이 되고자 한 삶. 어쩌면, 지금의 네 삶의 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인생사 우여곡절 끝에 중년에서야 사랑의 결실로 만난 이들의 이별 소식에 황망한 한 주다. '죽음'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이별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나는 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남은 이의 슬픔을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무게를 알 방법이 없다. 그저, 충분히 애도하고 슬퍼하고 다시 무릎 펴고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고 보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게 인생인가 보다.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것인지 생각해 봤다. 그저 매 순간 충실히 살아가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그래서 지금 웃고, 지금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오랜 유배생활로 침울해 있는 아들들에게 다산은 위로의 편지를 보내곤 했다. 그 편지에는 슬퍼 말고 자주 웃으라 했다.

주변에서 웃을 거리를 찾고 없으면 남의 것을 빌려서라도 웃으라고 하더라. 눈물은 아버지가 죽으면 흘리고 슬퍼 말고 자주 웃으라는 말.

참 쉽고도 어려운 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 말난 김에 지금 당장 거울 한번 보자. 요즘은 휴대폰으로도 내 모습을 실시간 볼 수 있다.

한번 보자. 반돌반돌 잘 닦인 조약돌 같은 빛상인지, 찡그린 얼굴의 우중충한 짠상인지.

좀 구깃해졌다면 숨 한번 고르고 복 들어올 자리 다시 펴놔 보자. 편안한 웃는 상에 복이 온단다. 믿어 보자꾸나.


말수를 좀 줄여가고 있다. 입이 보살이라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된다 안 된다 두부모 자르듯 말로 내어 놓을 필요가 없다.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으니까. 매 순간 최선 다하고 물러나야 할 때는 미련도 후회도 없이 멋지게 마무리하는 거지. 가끔은 기다려야 하는 때가 있고 하기 싫고 힘들어도 때를 잘 만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한 듯하다.

무엇보다, 내 마음 흔들린다고 휘청휘청 대지 말고 중심부터 잡아나가자. 순응하고 살다 보면 일생일대 좋은 때는 반드시 온다. 다 내 손 끝에 달렸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들은 단어가 하루 종일 마음에 남았다. 묵묵히.

부산스럽고 무분별하게 움직이면 다친다. 경거망동하면 그냥 망한다. 지금 내 자리에서 내 할 일로 본분 지켜 살다 보면 좋은 날 온다.

희망을 가진 존버」의 미래는 밝으니까.


끼니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간단히라도 이어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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