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쨍하게 춥구나.
버스 기다리며 휴대폰 연락을 살피느라 잠깐 장갑 벗었는데 금세 손이 벌게졌다.
동해 바다 짠바람에 손 끝이 땡땡해졌다. 차가워진 공기를 원망하며 볼멘소리 장전하다가...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 치우고 있을 너를 떠올리며 ' 시리다'는 말은 뜨거운 목구멍으로 꼴깍 삼켰다.
오늘 아침 들은 지친 네 목소리가 생각나는구나.
"힘이 좀 듭니다. 제가 지기에는 짐이 좀 무겁네요.
물론 더 무거운 짐 지고 살아오셨겠지만, 저는 지금이 제일 무거운 것 같아요."
무겁지. 아무렴.
그 무게 스물너댓 청춘이 지기엔 무거운 짐일 테다.
아무렴. 아무렴. 우짤꼬. 우짤꼬.
메아리 같은 안타까운 내 외마디에 넌 짧은 숨을 내 쉬었지.
한동안, 우린 서로 말이 없었지.
눈을 밟는지 뽀득뽀득 네 발소리가 내 머리를 가득 채웠고 막 시작될 근무 준비 속 회의 일정이 나를 쫓아왔지.
"그냥. 그렇다고요. 바쁜 아침이니깐 서로 파이팅 해봐요!"
애써 경쾌하게 인사를 하는 너에게 눈길 조심과 끼니를 당부했다.
삼켰다 생각한 뜨거움이 다시 목구멍을 울컥 올라왔다. 주책도 바가지지...
무거운 줄 알면서도, 나는 그 위치에서 그 시간에 네가 짊어진 짐을 덜어 줄 수가 없다.
안타깝다. 그 안타까움으로만 치면 수천번도 더 달려갔을 테다.
덜어내주고 싶다. 대신할 수만 있다면 수만 번도 더 했을 테다.
대신에 나는,
네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네가 열두 살에 정한 그 마음과 꾸준히 이어 온 노력과
현실의 벽 앞에 실망해 방황해도 너를 응원한다.
그래서 빈 주먹으로 네가 와도 그저 온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할 거다. 오로지 너만으로도 나는 벅찬 마음일 테니깐.
지금, 최선을 다하고 지금, 행복하면 좀 낫다.
맷집도 생기고 체력도 생겨서 그 등짐 좀 덜 무거워질 수도 있을 거다.
잘 안되지. 물론.
힘이 들어 죽겠고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실수는 연발인데 어떻게 최선을 다하고 행복하기만 하겠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간다. 시간 속 경험이 쌓일 테고 보이지 않는 레벨업을 하고 있을 테다.
그건 속성이 없다. 한 방도 없다. 좀 지겹지만 흘러가야만 만날 수 있다.
사람은 본래 부족하고 실수하고 역경에 둘러싸여 산다. 그렇게 살며 깨닫고 고치고 바로잡고 또 나아간다.
각자의 자리에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기.
너와 내가 서로 외쳐준 파이팅 속 무언의 약속 아니었나 싶다.
끼니는 꼭 이어 가거라.
ps. 사회생활 먼저 해본 선배로써, 애정이 없으면 까지도 않는다.
25년 넘도록 마~이 까여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좀 섭하다 들리는 소리도 매운 애정이 숨겨져 있기도 하더구나.
섭한 소리에 과몰입 말자. 있는 그대로, 우리는 귀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