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발랄한 네 목소리 듣기 좋더구나. 멀리 강릉으로, 오로지 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니 반가웠다. 단 하루 짧은 시간일지라도 네가 너를 챙긴다는 소식만큼 좋은 소식이 없구나. 속이 몽글몽글 해졌다.
오늘 몇 안 되는 선배에게 '외골수적'이란 소릴 들었다.
평소 참 답답하다 느낀 상사와 닮아 있다는 말에 적잖이 충격이다. 화가 주체되지 않되더구나. "아, 그건 좀 아니잖아요." 격앙된 목소리. 내 귀로 들어도 알겠더구나.
저 마다 화날 때의 대처법이 있겠지만 내가 해본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일단 훅 올라온 감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참 실천이 어렵다. 그래도 멈춤은 중요하다.
스스로 의식했고 기다려야 함을 직감하면 우선 행동을 잠시나마 멈춰야 한다.
말이든 동작이든 행동이든. 눈동자를 텅~비우고 잠시 '멍'을 때린다. 그리고 숨을 잘 쉬어야 한다. 화에 낚여서 들락날락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가빠지고 답답해진다. 그렇게 또 복장 한 구석에 화가 쌓이면 언젠가는 꼬라지가 난다.
문제는 적재적소 터지는 게 아니라 엄한 때와 장소에서 참 모양 빠지게 터져 나온다. 한바탕 휘몰아친 뒤 부끄러움과 후회는 온전히 내 몫이다.
벌게진 내 얼굴을 본 선배가 어쩔 줄 몰라한다. 그런 뜻이 아니라 닮은 구석이 있다는 거지 꼭 같다는 건 아니란다. 때린 데를 또 때린다.
숨을 고르자 나와 상사를 떠 올려본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포인트는 뭔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집착인 것 같다. 맞다. 나도 그런 면이 좀 있다. 일상은 그렇지 않은 편인데 일에 있어선 좀 과하다 싶은 면이 있다. 인정해야지. 남도 아니고 내가 나한테 그렇다는데.
경험이 쌓이고 근속이 찰 수록 아는 것은 많아지고 문제 해결 능력치 역시 업그레이드가 된다. 이때 딱 조심해야 할 것이 '내가 맞다'는 생고집이다. 지난번 틀림없이 그리 했고 잘 해결도 됐기에 철썩 같이 믿고 있다.
하지만 요즘이 어떤 때냐. 하루가 다르게 모든 것이 급변한다. 특히 전산, 매뉴얼, 제도 등은 실시간 바뀔수 있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인정해야 한다.
수긍해야 한다.
꽉 막힌 고구마 결말 대신 발랄한 열린 결말로 내 삶을 가꾸는 것.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그 구분부터 하자. 안되면 여기까지다.
내가 할 수 있는 할 범위 내에서 최선 다하고 후회 없이 인정하고 수긍한다.
마른걸레를 짜낸 듯한 하루였다.
오늘은 나도 진이 빠진다. 십수 년 차 근속자도 이리 헤매는 걸 넌 오죽할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힘든 시간 속 깨우침 있었다면 인생 공부 한 자락 또 잡은 것일 테니. 무던히, 덤덤히 나아가자.
끼니는 꼭 이어 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