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편지 - 건강한 "어른 자아" 만나기

by 아동


지난 주말, 한 달에 한번 있는 독서모임을 했다.


'이번 달은 완독 하겠어.'

신박한 선정 도서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한 달을 보낸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땐 이런저런 이유로 완독의 어려움을 말한다. 제각기 바쁜 일상 속 누구나 사연 있다. 깔끔히 완독하고 만남을 기다리는 이도 있으니 그날이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하는 것이고.


벌써 이 모임이 4년째 접어들고 있구나.

돌아보니 짧지 않은 시간을 이으며 리더로서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


첫째, 한 명이 와도 한다.
둘째, 목차라도 읽어보고 와야 한다.
셋째, 읽은 내용을 꼭 일상에 적용해 보도록 한다.


한 명이 와도 한다는 것은 '원칙'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아무도 못 오면 온라인 회의실 나 혼자라도 카메라를 켠다.

무더위 기승이던 어느 해 여름. 역대급 태풍이 덮치고 개인 사정이 겹치며 당일 모두 참석이 어렵게 되었지. 홀로 지키던 온라인 회의실로 보내준 링크를 타고 한 명 두 명 들어오기 시작하더라. 늦긴 했어도 반가운 얼굴 모두 얼굴 보고 마무리할 수 있었단다.

원칙은 그런 면에서 중요하다. 한번 바꾸기 시작하면 두 번 세 번 이어지더라. 무슨 공무원도 아니고 몇억 매출 찍는 사업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팍팍하다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그 이도 나와 같은 독서모임 리더였는데 1년 조금 지나 모임이 흐지부지 되었다더구나. 크고 작은 사연이 이유가 되고 피치 못 할 사정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니깐.

장소는 도서관 스터디룸으로 정했는데 토론에 적합하지 않아 스터디카페도 가보고 때론 책 내용에 맞춰 야외 법당을 찾기도 한다.

큰 틀 속 융통성 발휘는 공부하는 이들의 센스 아닌가 싶다.


목차라도 읽어보고 오라는 것은 '하나도 못 읽었어요' 하기 전에 함께 이야기 나눌 이들에 대한 인사법을 일러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다믄 몇 줄이라도 읽고 오면 내 얘기 준비하느라 입이 달삭달삭 하기도 한다. 잘 듣다 보면 자연스레 말하게 되고 말하다 보면 조리 있게 대화가 된다. 그러다 보니 완독이 힘들더라도 기본 3 챕터 이상은 읽고 오더라. 어찌 그리 맞춤한 것처럼 잘 맞는지...내가 참으로 복 많게 좋은 이들을 만난 게지. 이들과 함께라서 나는 참 행복하다.

참, 독서모임 이름은 "동하다"와 "다독따독"이란다.


이번에 만난 책은 "아임오케이 유어오케이" 였어.

사람과 사람 간 교류를 통해 관계를 본다.

부모 자아, 어린이 자아, 어른 자아. 건강한 어른 자아를 만나 타인과의 관계 속 마음 다치지 않고 상처 덜 주는 관계로 살아간다.

우리가 주로 느끼는 건 감정이다.

반응이 일어났을 때는 감정을 느끼기보다 논리와 근거에 따라 생각해 본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장작 4시간의 토론이 끝났다. 책 읽고 말로 나눈 이야기는 일상 적용해 보려 애쓴다. 그것이 바쁜 시간 쪼개 한 달에 한번 우리가 만나는 가장 큰 목적 아닌가 싶다.


이후 내 의도와 상관없는 스트레스 상황과 만날 때면 이렇게 떠올려 본다.

'아, 강압적인 부모 자아가 올라왔구나.'

'아, 실패에 대한 불안이구나. 그래서 안된다 하고 싶구나.'

'회피하고 싶은 게로구나. 분쟁이 그저 싫어서.'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좀 알아차리고 나면 진정이 된다.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 있는 그대로의 진정한 나를 먼저 보는 것.

건강한 어른 자아와 만나는 지름길이란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듣는 네 외식 소식에 내가 더 기쁘구나.

입에 맞는 맛난 음식 많이 먹고 술도 한잔 하고.

앞에서 못 하는 얘기는 뒤에서도 하지 말라더라. 짠내 나는 뒷담화 대신, 맛난 안주 푸근히 시켜서 좋은 얘기, 좋은 기분으로 그 만남 잘 맺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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