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편지 - 물의 유연함을 배우고

by 아동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네 목소리를 들었다.


밥은 챙겨 먹나. 한뎃잠 자는 것 아닌가. 일에 치이진 않나. 맘고생은 없나. 만 가지 생각을 하다가 문자를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했다.

한 겹 한 겹 쌓인 걱정과 그리움이 문장 하나로 팡~ 터진다.


어떻게 지내누?


사라지지 않는 노란색 숫자 1

야속하다 싶다가 결국 난 울상이 되었다. 괜스레 곰에게 징징댔다. 곰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랬다. 믿고 기다리다 뭐 하나라도 '필요해요', '주세요' 하면 빛의 속도로 움직이자 했다.


너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축 처진 퇴근길이었다.


한결 가벼워진 목소리.

그리고 뭐랄까. 엄동설한 쨍한 꼿꼿함 보단 풀린 날씨 속 보들 바람결이 느껴졌다.


사람간의 관계는 물과 같다. 어느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달라도 지고 얼고 녹기도 한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기고 아니고 따질 필요가 없는 세상 이치다.


물의 유연함을 배우고 느낀 너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

영원한 원수도 영원한 벗도 없다. 흐르는 대로 담는 대로 그 저다.

바쁠수록 내 마음의 물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나 그 길을 들여다봐야 한다. 마르지 않고 범람하지 않게 평온히 잘 흐르다 잘 맞는 그릇에 담아낼 수 있도록 말이지.


비축해 둔 먹거리가 거의 다 떨어졌다는 말이 한편으론 반갑고 한편으로 마음 쓰였다. 신선한 음식 먹지 못한 것 같아 아쉽지만 밥때 놓치면 이제 요기 정도는 찾는다 싶어 반갑다.


내 몸은 내가 지키고 챙겨야 한다. 그 어떤 우선순위가 침범해도 제일 우선시해주면 한다.


끼니는 꼭 이어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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