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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Feb 04. 2020

내 인생에 버려야 할 한 가지

독서노트 #67 < 에고라는 적 >

당신에게 위안을 주려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가 말하는 말처럼
 소박하고 평온하게 산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 역시 어려움과 슬픔 속에서 살고 있으며
당신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결코 찾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 책 <에고라는 적>은 서점에서 한창 베스트셀러로 잘 나가던 시기에는 오히려 책 겉표지만 들춰보고 말았었다. 다른 책들 내용 어딘가에서 접한 '에고'라는 말을 통해 이미 지레짐작했던 나의 오만함 때문이었다. 최근에 이 책이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되어 거의 의무적으로 읽게 되었다. 하지만,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왜 진작 읽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과거 나의 에고를 꾸짖었다.



전체 삶에서 어떤 시기를 살고 있든,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세 단계 가운데 하나에 서게 된다.
첫째,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를 열망한다. ...
두 번째로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성공을 이룬다. ...
마지막 단계로 누구든 실패를 경험한다. ...

에고는 이 모든 단계에서 우리와 함께하는 적이다. 또한 무언가를 만들고 유지하고 회복하는 일의 적이기도 하다.

- p31

저자는 우리 모두의 인생을 크게 세 가지의 시기로 나누어 설명한다. 바로 열망, 성공, 실패의 단계다. 어떤 게 먼저이고 나중이어야 하는 순차적인 단계가 아닌, 서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그런 인생의 시기인 것이다. 그리고 어느 시기에 있든 항상 '에고'라는 녀석과 함께 하고 있음을 넌지시 일러준다.



"언젠가 자네는 갈림길 앞에 설 것이고 거기에서 가고 싶은 방향이 어느 쪽인지 결정하게 될 거야."

보이드는 두 손으로 양 방향을 가리켰고 한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쪽으로 가면 자네는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네. 그런데 타협해야 할 것이고 또 친구들에게 등을 돌려야 할지도 몰라. 하지만 출세한 사람들이 모인 클럽의 회원이 될 것이고 승진에 승진을 거듭할 거야. 또 좋은 임무를 맡게 될 걸세."

여기까지 말한 보이드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아까와는 다른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이 길로도 갈 수 있네. 이 길로 가면 자네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지. 조국과 우리 공군 그리고 자네 자신을 위한 일이야. 만일 자네가 그 일을 하고 싶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승진을 못할 수도 있고 좋은 임무를 맡지 못할 수도 있어. 또한 분명히 말하지만 자네는 상관의 마음에 쏙 드는 부하는 되지 못할 걸세. 그러나 이 길을 가면 자기 자신과 타협하지 않아도 된다네. 친구들이나 자기 자신을 배반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러면 자네가 하는 일도 소중한 성과를 낼 걸세. 중요한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중요한 일을 할 것인가. 인생을 살다 보면 분명히 이 갈림길에 서게 될 텐데, 바로 그때가 자네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라네."

이렇게 말한 다음에 그 젊은 장교와 그의 동료들이 평생 가슴에 새기고 살아갈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존재할 것이냐 행동할 것이냐, 자네는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 p58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내 진가가 제대로 발휘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의 교육과정 속에서 사회생활 속에서 그것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인정을 위해 걸어가는 유혹들, 화려해 보이는 겉치레를 위한 길들, 그곳에는 항상 에고가 손짓하고 있다.


위에 나오는 존 보이드는 현대 전쟁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전략가이자 실천가이지만, 사실 훌륭한 교사이자 사상가로서의 위상이 더 큰 인물이라고 한다. 나는 위의 내용을 읽으며 한참 동안 생각에 빠졌다. 예전에 힘든 시기에 나를 늪에서 건져준 책과 그 책의 저자는 목표를 세울 때 무엇을 할지보다 무엇이 될지 생각해보라고 가이드를 했었다. 이 책에서는 정반대로 얘기하고 있어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과거의 지식을 부정하기보다 상황적 맥락을 파악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되고 싶은 어떠한 모습'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결론 지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교수가 되겠어', '의사가 되겠어', '변호사가 되겠어'라는 특정 직업이 아닌 추상적인 'to be'의 모습이었으니까. 이 책 역시 번역된 것이기에 어느 책을 읽든, 어떤 강의를 듣든 항상 맥락을 잘 파악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당신 안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불을
 꺼뜨리는 사람이 바로 당신 자신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어떠한 잘못된 생각과 행동으로 내 열망을 스스로 꺼트리고, 더 최악의 길로 치닫지 않도록 에고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듯싶다.



당신이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영원히 포기하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전략들은 흔히 서로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 인생은 그 균형과 타협을 요구하지만 에고는 그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분명히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이 물음을 뚫어지게 보아라. 그 대답이 나올 때에야 비로소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이해하게 된다. ...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헛된 신화가 있다. 대개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지만 자기에게는 없는 것을 가지기만 하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몇 차례 경험하고 보면 그게 다 환상이었음을 깨닫는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더 많은 일을 할수록 자기가 가진 목적에 충실하기란 그만큼 더 힘들어지지만, 그럴수록 당신은 더 이성적이고 비판적이어야 한다.

- p164

우리는 항상 더 많은 것을 가지길 원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까.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잘 해내는 완벽한 삶이 과연 존재할까? 다 가지려는 욕심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결국 나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부터 필요하다. 성공에 취해 또 다른 성공이 쉽게 오리라는 환상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더 자제력 있고, 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더 신중하게 목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묵묵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적어도 당신이 한때의 문제를 영속적인 것으로 만들지 않는 한 대부분의 문제는 일시적인 것으로 그친다. 또한 당신의 치료가 질병의 증상을 고치는 게 아니라 질병을 더 심하게 만드는 게 아닌 한 밑바닥까지 추락한 후 회복하는 일은 불가능한 게 아니며 대단한 일도 아니다. 그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오로지 에고만이 당혹스러움이나 실패를 실제보다 더 크게 생각한다.
...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살아 있는 사람이 할 가치, 또 누릴 가치가 있는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한다." 세네카가 했던 말이다. 이것을 나는 다음과 같이 바꾸고 싶다. 어떻게든 실패를 회피하려고 하는 사람은 실패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를 결코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진짜 실패는 자기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다.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차마 버릴 수 없다는 이유로 그것을 죽이고 없애버리는 것은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행동이다.

- p260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기에 실패를 경험하곤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무척이나 쓰라리다. 감정적인 타격이 너무나 크다. 그리고 쉽게 우울감을 느낀다. 작은 실패의 경험이 인생에 엄청난 과오처럼 낙인을 찍는 것은 어쩌면 내 안에 잠재된 에고의 도끼질 인지도 모른다. 별 것 아니라고, 그저 넘어진 무릎을 훌훌 털고 다시 한 걸음 나아가면 된다고 스스로에게 독려하며 에고를 물리칠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한 뼘 더 성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부유함을 과시하고 가난함을 숨기는 것은 인간이 슬픔보다는
기쁨에 더 많이 공감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의 비참한 처지를 드러내야 하는 상황보다
자기의 처지가 모두에게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자기가 받는 고통의 절반도
 상상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일만큼 괴로운 것은 없다.

- 아담 스미스


너무도 가슴을 찌르는 말이었다. 내가 매 순간마다 현재의 고단함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가 그 상황이 알려지는 것보다 타인이 '내 고통의 절반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더 외롭고 슬퍼질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였는지 모른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기쁨을 나누면 시기와 질투를 이겨내야 하고, 슬픔을 나누면 고통의 반의 반도 공감해주지 못하는 현실에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지혜냐 혹은 무지냐의 갈림길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에고이다.

열망은 우리를 성공으로 그리고 또 역경으로 나아가는 길로 안내한다. 성공은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던 역경을 현실화하고, 새로운 야망도 현실화한다. 그리고 역경은 더 큰 성공으로 나아가는 길로 안내한다. 이것은 인생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순환 과정이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이 순환의 연속선 위에 놓여 있다. 각자 인생의 다양한 시기에서 이 선의 여러 다른 지점들 위에 선다. 이때 실패를 하면 힘들어진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다음에 우리가 맞이할 것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가 피해야 하는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것은 바로 에고이다. 에고는 모든 단계를 어렵게 만든다. 우리가 지금 당장 바로 여기에서 자기가 저지른 실수로부터 교훈을 배우지 않는다면, 지금 이 순간을 자기 자신과 자기 마음을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에고는 족집게처럼 실패할 길을 찾아내서 우리에게 들이밀 것이다.

...
위대한 사람들의 주문은 단순하다. 비록, 늘 그렇듯이 행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에고의 마음으로 성공을 열망하거나 찾지 마라.
에고 없이 성공하라.
실패를 만났을 때는 에고가 아니라 당신의 근원적 힘으로써 돌파하라.

- p282

책에서는 성공으로 이끌어줄 열망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성공이 아닌 역경과 실패를 만났을 때 어떠한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 성공한 순간에는 어떤 것들을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가이드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핵심은 제목에서부터 너무나 명확하게 '에고를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실행하기에 결코 쉬운 일은 절대 아니리라.




이 책은 처음 서론 부분을 읽으면서 '앗! 이 책은 대체 뭐지?' 하는 두려움과 신기함,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흥미롭게 읽었고, 중간중간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과 내 삶에 어떤 부분을 적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준 책이다. 인생책 한 권을 만난 기분이다. 아무에게나 쉽게 권할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인생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는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에고라는 적>, 너라는 책을 '씨앗도서'로 임명합니다!"

나만의 키워드 : 겸손, 중용, 자제력, 냉철함, 목적의식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집중하기!

결국 인생의 비밀은 역시 클리셰에 있는 듯싶다.




* 책 제목 : 에고라는 적

* 저자 : 라이언 홀리데이

* 출판사 : 흐름출판

* 출간일 : 2017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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