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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Jan 29. 2020

인맥 쌓기가 아닌, 인생 동료 찾기

독서노트 #66 < 원피스식, 세계 최강의 팀을 만드는 힘 >

<원피스식, 세계 최강의 팀을 만드는 힘> 책은 2012년도에 출간되어 그 후 몇 년간 꽤 인기를 얻었다. 원피스라는 만화가 워낙 예전에 유명했던 이유도 한몫했을 것이고, 만화를 통해 우리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관점이 흔하지는 않았던 시절이었으니 그런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최근, 독서모임의 계기로 다시 펼치게 된 이 책. 2016년도에 처음 읽었을 당시와 지금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때로는 동료끼리 싸우기도 하지만
 신뢰관계가 흔들리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반대로 자신의 생각과 인생에 신념이 없다면
 동료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신념이란 자신의 꿈을 갖는 것이며 그 꿈을 위해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신념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의견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장소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의견이 바뀌는 모순된 사람이 되지는 않겠지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미숙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에서 슬픔이나 고통스러운 감정을 사람들 앞에 쉽게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끊임없이 배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로 올바른 일일까요? 바로 이 점이 동료 관계의 장애 요소는 아닐까요?
부모에게 솔직해지지 못하는 아이, 친구에게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사람, 상사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부하직원, 연인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

- p43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자신만의 신념과 관점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상대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반대로 상대를 의심 없이 믿고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는데, 그 부분을 약점 삼아 악용하는 사람들도 정말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내가 나를 솔직하고 올바르게 표현하는 방법, 그리고 그럴만한 상대인지 판단하는 눈. 이러한 부분은 모두 자신의 인생에 대한 신념이 어느 정도 잡혀 있을 때 비로소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동료란 영속성이 기대되는 조직입니다.
 동료를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함께 할 인물'로
 정의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동료를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공유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겠습니다.
꿈을 공유할 수 없는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있지만 동료는 아닙니다.
동료라는 주제에서 꿈의 공유는 절대 조건입니다.

- p71

이 책에서는 주인공인 루피를 따르는 동료가 8명이 있는데, 루피를 따르기로 결심한 이유는 바로 그들이 루피의 꿈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루피의 꿈 '해적왕이 되는 것'에 매료되었다는 것. 저자는, 동료란 꿈을 공유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특히 동료란 '혼자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꼭 동료를 모을 만큼 큰 꿈이 반드시 있어야 하나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함께 공유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면 친구는 될 수 있지만 동료는 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 책은 개인의 소박한 꿈을 이루는 관점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목표를 이루는 일에 대입해야 좀 더 공감이 가는 것 같다.



샹크스가 알려준 최고의 전략

루피는 본인이 먼저 싸움을 거는 일이 없습니다.
이것은 존경하는 빨간 머리 샹크스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루피가 아직 소년이었을 때, 산적이 샹크스의 머리에 술을 부었습니다. 루피는 화를 내지만 샹크스는 "그냥 술만 뒤집어쓴 거뿐인걸. 화낼 만한 일도 아니잖아?"라며 가볍게 흘러 넘깁니다.
그러나 이후 산적이 루피를 죽이려고 할 때 다음과 같이 말하며 산적을 무찌릅니다.

"잘들 들어 산적... 내 머리에 술이나 음식을 뒤집어씌우든, 침을 뱉든 난 웬만한 일은 웃으며 눈감아준다. 하지만!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내 친구를 괴롭히는 녀석은 용서 않는다!!"  

- p86

어렸을 때 이런 장면을 보고서는 만화답게 친구 또는 동료 간 '의리'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는 저자가 꼬집는 부분보다, 남이 '술을 뒤집어 씌운 상황'에 더 눈이 갔다. 현실 세계에서는 아무 이유 없이 상대를 열 받게 하기 위한 악의적 행동에 분노를 참을 수 있는 현자가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동료를 위한 정의로움'보다는 '분노를 통제하는 자제력'이 더 들어오는 것은 나의 현실과 맞닿아있기 때문인가 보다. 



"난 도움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

동료와 서로 돕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그것은, 루피는 할 수 있지만 우리 대부분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문입니다.

즉 자신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자존심이 세면 셀수록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나 본인의 장점을 어필하고 싶어 합니다.
한편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약점을 숨기는 데 급급합니다.
나약함을 드러내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을까', '관계가 무너지지는 않을까'와 같은 불안감이나 공포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자신을 잘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이는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동료와 서로 돕는 관계를 구축하기 어렵습니다.
...
나약함을 보인 사람에게는 주위에서 온 힘을 다해 도와줍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다만 일방적으로 나약함을 보이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도 나약함을 보인 사람을 온 힘으로 도와주어야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동료에게서 인정받고 싶다면 자신도 동료를 인정해야 합니다.

- p111

우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타인과 함께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개인 한 명이 완벽한 신이 아니기에, 타인의 도움을 때로는 필요로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타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길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남들에게 부족해 보일까 봐, 나를 얕보게 될까 봐, 나에게 안 좋은 결과를 낳게 될까 봐 두려워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드러내길 꺼리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어렸을 때, 실수를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으로 교육받다 보니 타인에게 내 못난 모습을 보이면 정말 세상이 무너질 만큼 큰일이 벌어지는 줄 알고 자랐다. 하지만, 나의 엉뚱함, 덜렁거림, 부족함, 나약함은 결국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적인 면모였고, 그것이 서로 신뢰하는 사람 사이에서 공유될수록 더욱 끈끈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남에게 보여주는 용기를 내듯, 타인의 나약함 역시 인정할 줄 아는 모습이 서로의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조직론의 대가 체스터 버나드는, 조직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1. 공통 목적
2. 커뮤니케이션
3. 기여 의욕

- p122

이 책은 확실히 하나의 조직이 나아가는 길에 있어서 동료와 관계라는 특성을 잘 이해하면 얼마든지 잘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 같다. 가족이나, 회사 등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곳이라면 공통 목적을 향한 소통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서로의 능력을 인정해줌으로써 기여 의욕을 높이는 것. 그것은 아마도 누가 들어도 수긍할 법한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아무나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



때로는 선장도 잘못 판단합니다. 어떤 리더라 할지라도 인간이기에 실수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동료가 그 실수에 대해 지적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이 점이 수평적 관계의 강점입니다.
동료에게 잘못을 지적당한 루피는 순순히 사과합니다. 자신이 리더라 할지라도 동료의 지적이나 변명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틀렸을 경우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리더든 부하직원이든 매우 떳떳하고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수평적인 관계야말로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틀린 점을 지적하고 도울 수 있습니다.

- p133

사적인 관계는 수평적으로, 업무에 있어서는 수직적으로 요구하는 기업들도 많이 봤다. 물론 업무의 처리 과정에 있어서 수직적인 구조와 절차가 매우 유용함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리더의 태도가 권위와 권력으로 제압하는 수직적 관계보다는 부하 직원으로부터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태도일 때, 즉 수평적 마인드를 유지하는 리더의 조직이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조금씩 성공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얼떨결이든 운이든 상관없으니 어떠한 형태로든 성공을 경험해야 자신감으로 이어집니다.
사실 실제로 성공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 과정 속에 노력했다는 사실이 사람을 성장하게 만들고 자신감을 부여합니다. ...
노력했다는 사실 자체가 성공 경험이기도 합니다. 노력한 시간만큼 자신감이 생깁니다.
하나의 팀이 되어 동료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도 성공 경험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누군가 혼자만의 힘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 모두의 힘으로 성공했다는 것을 실감하기 위해서라도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p164

결과적으로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바로 그 깨달음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작은 성공 경험이며 곧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공부나 스킬업의 목적이 나만을 위하는 것이라면, 계속 노력하지 않아도 아무에게도 폐가 되지 않기 때문에 역경에 부딪혔을 때 '이렇게까지 열심히 안 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동료를 위해서'라면 어떨까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동료와 함께하기 위해서라면 그리 쉽게 포기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훨씬 더 노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밀짚모자 해적단이 알려줍니다. '동료를 위해서,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면 아무리 괴로워도 열심히 하게 됩니다.

- p186

나를 위한 일은 결국 힘들 때 타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아닌 남을 위한 일을 하게 되면 쉽게 타협하지 못한다.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확실히 아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혹은 자식들을 위해서라는 말로 포장하여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는 것은 아닌지 항상 되돌아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말로는 남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결국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동료가 간접적으로 루피의 동료가 되면서 이중, 삼중으로 움직입니다. 이것은 신뢰하는 사람이 신뢰하는 사람은 나도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회학에서는 이를 '관계의 이행성'이라고 부릅니다. 원래 다른 집단이었던 행위자가 중개자와의 신뢰 관계에 의해 집단을 넘어 연결되면서 거대한 세력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네트워크 분석의 세계에서는 '영향력'이라고도 부릅니다.
이것은 동료 성장 과정의 가장 마지막 형태에 가깝습니다. 동료 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바깥 세계로 나아가 새로운 동료를 찾으면서 동료가 하나(ONE PIECE)가 되는 것입니다.

- p204

내가 신뢰하는 사람의 신뢰하는 사람과 연결이 되면서 우리의 관계는 확장되어 간다. 

나는 꼭 굳이 하나의 목적을 함께 이룰 필요는 없지만, 서로 믿을 만한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성장하는 것은 더없이 좋은 관계라고 생각한다. 물론, 원피스에 나오는 루피의 동료들이 모두 루피와 동일한 꿈을 꾸는 것이 아니다. 제각각 꿈이 전부 다르다. 다만 그 꿈을 공유할 뿐이다. 우리의 삶이 루피의 해적단처럼 이상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때론 그러한 동료와 같은 관계를 꿈꾸며 신뢰할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 인생을 확장시키다 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또 다른 재미를 느낄지 어느 누가 알겠는가.




4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만 해도 조직에 대한 애정과 열망이 컸던 시기였다. 새로운 관점을 부여해 준 책이라고 생각했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먼저,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드래곤볼과 원피스 만화를 비교하며 가족에서 동료로 중심점이 이동되었음을 이야기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더욱더 개별화되고 있는 시대라고 생각된다. 하나의 해적단이 아닌, 함께 가는 작은 배들의 무리가 현시대와 더 맞지 않을까. 대기업은 구조적으로 수직적일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스타트업은 규모상 수평적일수록 더욱 유연한 대처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 흐름상 아무리 오래된 관료주의 문화를 가진 큰 기업들에도 점점 일부의 수평적인 관점이 들어서고 업무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전 세계가 플랫하게 연결되어 가는 현시대의 흐름은, 거스를 수는 없는 거대 물살인지 모른다.

또한, 내가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 프리랜서의 환경을 접하면서 경험의 폭이 넓어지다 보니 동료 파워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보다는 원피스는 만화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결론으로 회귀하는 한계점도 느꼈다.

마지막으로 동료에 대한 신뢰와 꿈(목표)을 향해 함께 가는 이상적인 조직의 형태가 완전히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스타트업 내에서의 실무 경험을 통해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4년 전에는 정말 이상적인 얘기에 불과하다고 여겼는데, 지금의 나는 다양한 경험과 환경을 겪으며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불가능한 일 또한 아닐 수 있음을 깨달았다.


요즘에 종종 느끼는 바이지만, 책은 한 번 읽는 것과 여러 번 읽는 것이 다르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 역시 다른 깨달음을 주는 것 같다.




* 책 제목 : 원피스식, 세계 최강의 팀을 만드는 힘

* 저자 : 야스다 유키

* 출판사 : 에이지21

* 출간일 : 2012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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