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fe Designeer Apr 28. 2020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

독서노트 #71 < 팩트풀니스 >

이 책 <팩트풀니스>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고,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한스 로슬링은 2005년,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심각한 무지와 싸운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갭마인더재단을 설립했다. 아들 부부와 함께 전 세계를 돌며 세상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무지한지, 그리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리기 위해 수많은 강연을 했다고 한다. 한스 로슬링 저자는 안타깝게도 이 책을 쓰고 책이 세상이 나오기 직전에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의 초반부에 전 세계를 바탕으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관련된 13개의 질문을 던진다. 그 문제는 인구, 교육, 환경 등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살면서 깊이 생각하지 않는 주제이기도 하다. 13개의 문제에 정답률은 임의로 답을 고를 침팬지의 정답률과 비교하여 더 낮은 수치의 결과를 보여준다. 사람들이 세계를 얼마나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는지 데이터로 적나라하게 밝혀주는 것이다. 이런 오해는 심각할 뿐 아니라 '체계적'이기까지 하다고 하는데, 테스트 결과가 임의적이지 않다는 뜻으로, 임의적인 것보다 더 나쁘다고 한다.

누구나 맞출법한 문제 하나를 제외하고 평균 2개를 더 맞춘다고 말하는 데이터. 나 역시 그 평균에 지나지 않았다.


저자는 자동차에 달린 GPS가 엉뚱한 곳을 알려주면 안 되듯, 정책 결정자나 정치인, 사업가 등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들이 세계를 엉뚱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개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자는 지식을 테스트하고 무지를 드러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그런 일이 발생하는지 알아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세상에 대한 무지가 왜 이렇게 널리 퍼졌을지에 대해 말이다. 누구든 틀릴 때가 있다. 저자는 그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그토록 많은 사람이 어떻게 그토록 많은 오해를 할 수 있는지,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침팬지보다도 못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사람들이 세상을 오해하며 바라보는 시각을 저자는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이라고 불렀다. 반면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사실충실성'이라 정의했다.

(긴 글 주의요망)


1. 간극 본능

사실충실성은 지금 저 이야기는 간극을 말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런 이야기는 별개의 두 집단이 서로 간극을 두고 존재하는 그림을 가정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현실은 그렇게 극과 극으로 갈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간극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그곳에 사실은 인구 대다수가 존재한다.
간극 본능을 억제하려면 다수를 보라.

- 평균 비교를 조심하라.
분산을 살펴본다면 겹치는 부분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면 둘 사이의 간극 따위는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 극단 비교를 조심하라.
국가로 보나, 사람으로 보나 어느 집단이든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이 어느 정도는 있게 마련이다. 아울러 그 차이가 심각하게 불공평할 때도 더러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라도 사람들이 흔히 간극이 존재하려니 생각하는 중간층에 사실은 다수의 사람이 존재한다.
-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
위에서 내려다보면 시야가 왜곡된다는 점을 명심하라. 모든 게 다 똑같이 작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 p69   

첫 번째 본능인 간극 본능은 사람들이 아직도 전 세계 인구 중 많은 인구가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부유한 집단과 가난한 집단을 양극화해서 생각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우리의 뇌가 무언가를 인지하고 습득하기 위해 정리하고 분류하도록 만들어진 것은 이해하지만, 그 범주화하는 과정에서 극과 극으로 갈리지 않는 현실을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나 역시 TV를 통해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나라와 관련된 방송을 통해 현실을 왜곡해서 인식하고 있음을 확연히 느꼈다.



2. 부정 본능

사실충실성은 지금 저 뉴스는 부정적 면을 보도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보다 우리에게 전달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점점 좋아져도 그것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주변 세계에 대해 항상 지나치게 부정적 인상을 받기 쉽고, 이것이 대단한 스트레스가 된다.
부정 본능을 억제하려면 나쁜 소식을 예상하라.

- 나아지지만 나쁘다.
현 수준(예:나쁘다)과 변화의 방향(예:좋아진다)을 구별하는 연습을 하라. 상황은 나아지는 동시에 나쁠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가져라.
- 좋은 소식은 뉴스가 안 된다.
좋은 소식은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그래서 뉴스는 거의 항상 나쁜 소식이다. 나쁜 소식을 볼 때면, 같은 정도의 긍정적 소식이었다면 뉴스에 나왔을지 생각해보라.
- 점진적 개선은 뉴스가 안 된다.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중에 주기적으로 작은 문제가 나타난다면, 전반적 개선보다 그 문제를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
- 뉴스에 많이 나온다고 해서 고통이 더 큰 것은 아니다.
나쁜 뉴스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세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고통을 감시하는 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일 수 있다.
- 장밋빛 과거를 조심하라.
사람들은 유년의 경험을, 국가는 자국 역사를 곧잘 미화한다.

- p107   

어느 순간 뉴스를 보면서 왜 항상 세상엔 나쁜 일들만 가득할까 의문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 역시 책의 내용처럼 세상엔 좋은 일들이 많지만 시청률과 직결되는 언론사의 의도적 필터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수많은 범죄와 사건, 사고가 많은 현실이지만, 전체를 두고 봤을 때 혹은 과거의 발생률과 비교해 봤을 때 분명 현재는 과거에 비해 점점 개선되고 좋아지고 있다.



3. 직선 본능

사실충실성은 지금 그 이야기는 도표의 선이 계속 직선으로 뻗어나가리라 단정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런 선은 현실에서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직선 본능을 억제하려면 세상에는 다양한 곡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 직선이라고 단정하지 마라.
많은 추세가 직선보다는 S자 곡선이나 미끄럼틀 곡선, 낙타 혹 곡선, 2배 증가 곡선으로 진행된다. 생후 6개월까지의 성장 속도를 이후에도 계속 유지하는 아이는 없으며, 그러리라 예상하는 부모도 없다.

- p142   

사람들은 예측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어쩌면, 미래는 늘 불확실하기 때문에 그런 두려움을 최소화하고자 어떻게 해서든 미래를 예측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권위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발생시키기 위해 자신의 발언을 통해 일부러 트렌드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세상이다. 우리는 어떤 시각적 차트에서 비례적 기울기를 나타내는 직선 그래프에서 앞으로도 쭉 과거와 같은 기울기로 증가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 짐작하곤 한다. 주식 그래프로 보면 상승세일 때는 계속 상승할 것만 같고, 하락세일 때는 왠지 모르게 계속 하락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 것도 비슷할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은 항상 그렇듯 우리가 예측한 대로만 흘러가진 않는다. 더군다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어떤 비율이나 속도가 그대로 유지될 거라고 단정 짓는 일은 조심해야 하는 것 같다.



4. 공포 본능

사실충실성은 지금 우리가 공포에 사로잡혔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이 반드시 가장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폭력, 감금, 오염을 두려워하는 자연스러운 본능 탓에 우리는 그 위험성을 체계적으로 과대평가한다.
공포 본능을 억제하려면 위험성을 계산하라.

- 무서운 세계: 공포 대 현실
세계는 실제보다 더 무서워 보인다. 우리는 주목 필터나 언론에 걸러진 무서운 것을 보고 듣기 때문이다.
- 위험성=실제 위험X노출
어떤 대상의 위험성은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이 아니라, 실제 위험과 그것에 노출되는 정도를 합쳐 결정한다.
- 실행하기 전에 진정하라.
두려움을 느끼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공포가 진정될 때까지 가급적 결정을 유보하라.

 - p174   

최근 몇 달간 코로나19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최근에 나아지는 추세지만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지난달쯤 코스피 지수가 연일 하락하여 1400대를 찍은 적이 있었다. 대중 속에서의 예측은 1100까지 떨어질 거라는 말이 떠돌며 많은 사람들이 공포감에 휩싸였다. 반대로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 역시 있었으리라. 1400대에서 더 떨어질 거라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예측, 그리고 공포 심리로 더 늦기 전에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다급함마저 추가되었다. 그래서 실제로 최저치가 될 거라는 것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매도를 한 개인들도 많이 있다. 이렇듯 두려움에 휩싸이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걸 최근에 자주 보는 것 같다.



5. 크기 본능

사실충실성은 (크든 작든) 그 수가 인상적으로 보이지만 달랑 하나뿐이라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 수를 관련 있는 다른 수와 비교하거나 다른 수로 나눴을 때 정반대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크기 본능을 억제하려면 비율을 고려하라.

- 비교하라.
큰 수는 항상 커 보인다. 수치가 달랑 하나만 있으면 오판하기 쉬우니 의심해야 한다. 항상 비교하라. 어떤 수로 나눠보면 더없이 좋다.
- 80/20
여러 항목을 나열한 긴 목록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그중 가장 큰 항목 몇 개를 찾아 그것부터 처리하라. 그 몇 개가 나머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중요할 가능성이 높다.
- 나눠라.
총량과 비율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비율이 의미가 더 크다. 크기가 다른 집단을 비교할 때는 더욱 그렇다. 특히 국가 간, 지역 간 비교에서는 1인당 수치를 구해보라.

- p201   

이 책을 읽는 기간 동안 신종 바이러스 사태를 함께 겪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적용 및 비교 분석하게 되는 것 같았다. 1월 말에 첫 확진자가 나타난 이후, 2월 중순쯤 점점 확산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는 확진자를 판별해 내기 위해 검사 속도를 늘려갔다. 어쩌다 보니 발원지인 중국 1등을 제외하고, 우리나라가 떡 하니 2등으로 가장 높은 확진자 수를 갖게 되었다. 매일 받아보는 신문의 사설에는 코로나19(그 당신 우한폐렴으로 불림)를 막기 위한 의료 시스템과 정부의 대응력에 대해 비난을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왔다. 검사 모수가 늘어날수록 확진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루에 6000명 검사도 부족하다고 1만 명까지 늘리라는 요구에 의료진과 관련 부처는 죽어나고 있었으리라. 2월 중순에서 말경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만큼의 빠른 속도로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나라는 없었다. 심지어 드라이브 스루 검사라니, 이 얼마나 신박한가. 나는 의문이 생겼다. 그러면 검사 모수 대비 확진자 비율은? 다른 나라는 어떻지? 그 당시에 언론에서 발표하는 수치에는 그런 비율은 없었다. 오직 확진자 수만 있었을 뿐. 물론 4월인 지금은 사망률, 연령대별 수치, 각 나라의 인구를 고려한 현황을 상황에 맞게 분석하여 제공되고 있고, 우리나라 순위는 저 아래로 밀려나 있으며 우리의 신속했던 대응방식을 본받으려는 나라도 많다. 이번 일처럼 단순히 숫자 하나로만 성급하게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하고, 스스로의 무지를 증명하는 일인지 코로나19를 바라보고 분석하는 사람들을 통해 확실하게 느낀 것 같다.



6. 일반화 본능

사실충실성은 지금 저 설명은 범주를 이용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 범주가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일반화는 막을 수 없어서, 억지로 막으려 하지 않는 게 좋다. 대신 엉터리 일반화를 피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반화 본능을 억제하려면 내 범주에 의문을 제기하라.

- 집단 '내' 차이점을 찾아보라.
특히 집단이 클 때는 더 작은 집단으로, 더 정확한 범주로 나눌 방법을 찾아보라.
- 집단 '간' 유사점을 찾아보라.
서로 다른 집단 사이에서 매우 비슷한 점을 발견하면 내 범주가 적절한지 점검하라.
- 집단 간 '차이점'을 찾아보라.
한 집단(예: 나를 비롯해 4단계에 사는 사람들 또는 의식을 잃은 군인)에 해당하는 것이 다른 집단(예: 4단계에 살지 않는 사람들 또는 잠자는 아기)에도 해당한다고 단정하지 마라.
- '다수'에 주의하라.
다수는 절반이 넘는다는 뜻일 뿐이다. 언급한 다수가 51%인지, 99%인지, 그 중간쯤인지 질문하라.
- 생생한 사례에 주의하라.
생생한 이미지는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지만, 일반 사례가 아닌 예외일 수 있다.
-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하라.
어떤 방법이 이상해 보이면 그것이 어떻게 현명한 해결책이 되는지 호기심을 갖고 겸손한 자세로 생각하라.

- p232   

일반화 본능은 우리가 살면서 쉽게 저지르는 오류인 것 같다. 어릴 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말을 배웠어도, 여전히 성급하게 일반화하기 쉽다. 제일 많은 비율이어서, 혹은 평균 이상이어서 등의 표현으로 특정 집단 내의 특성을, 집단 간의 차이를 간과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 같다. 너무나 쉽게 범주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쉽게 선입견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7. 운명 본능

사실충실성은 (국민, 국가, 종교, 문화를 포함해) 많은 것이 변화가 느린 탓에 늘 똑같이 보일 수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비록 사소하고 느린 변화라도 조금씩 쌓이면 큰 변화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운명 본능을 억제하려면 더딘 변화도 변화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 점진적 개선을 추적하라.
매년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수십 년 쌓이면 거대한 변화가 될 수 있다.
- 지식을 업데이트하라.
어떤 지식은 유통기한이 짧다. 기술, 국가, 사회, 문화, 종교는 끊임없이 변한다.
- 할아버지와 이야기해보라.
가치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려면 조부모의 가치를 생각해보고, 그것이 내 가치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라.
- 문화가 변한 사례를 수집하라.
지금의 문화는 어제의 문화였고, 다시 내일의 문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바꿔라.

- p262   

우리말 번역이 운명 본능으로 번역이 되어서 사실 단번에 이해가 되진 않았었다. 전반적인 내용을 다시 파악해보면 운명이라는 말보다는, 뿌리 깊은 문화나 역사의 영향으로 불변의 법칙으로 착각하기 쉬운 부분인 것 같았다. 특정 지역만의 문화로 보이는 것들, 그 국가만의 고유한 전통으로 보이는 것들, 종교적 특성이어서 절대 변하지 않을 것처럼 생각되는 부분들이 사실은 서서히 변화와 진화를 거듭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릴 때 배운 표준어가 변하고, 부모님 세대와 다른 방식의 라이프 스타일만 보아도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것 같다.



8. 단일 관점 본능

사실충실성은 단일 관점이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봐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단일 관점 본능을 억제하려면 망치가 아닌 연장 통을 준비하라.

- 생각을 점점하라.
내가 좋아하는 생각이 얼마나 우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만 수집하지 마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을 점검하게 하고, 내 생각의 단점을 찾게 하라.
- 제한된 전문성
내 분야를 넘어서까지 전문성을 주장하지 마라. 내가 모르는 것에는 겸손하라. 타인의 전문성에도 그 한계에 주의하라.
- 망치와 못
도구를 잘 다룬다면 그 도구를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고 싶을 수 있다. 문제를 깊이 분석하다 보면, 그 문제나 내 해결책의 중요성을 과장할 수 있다. 모든 것에 사용하는 하나의 도구는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내가 좋아하는 생각이 망치라면, 드라이버나 스패너 또는 줄자를 가진 동료를 찾아보라. 다른 분야의 생각도 마다하지 마라.
- 수치를 보되, 수치만 봐서는 안 된다.
세계를 수치 없이 이해할 수 없지만, 수치만으로 이해할 수도 없다. 진짜 삶을 말해주는 수치를 사랑하라.
- 단순한 생각과 단순한 해결책을 조심하라.
역사는 단순한 유토피아적 시각으로 끔찍한 행동을 정당화한 사람으로 가득하다. 복잡함을 끌어 안아라. 여러 생각을 섞고 절충하라. 문제는 하나씩 사안별로 해결하라.

- p287   

이 부분은 전문가에 대한 관점을 확실히 다르게 만들어주었다. 어느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실력을 비하하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전문가들 역시 특화된 전문성 때문에 세상을 왜곡해서 바라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면,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린아이에게 망치를 쥐어주면 모두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전문적 지식이 하나의 망치가 되어 세상의 모든 일을 못으로만 보는 일이 전문가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세상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다각도로 바라볼 마인드셋이 중요하지 않을까.



9. 비난 본능

사실충실성은 지금 희생양이 이용되고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개인을 바난하다 보면 다른 이유에 주목하지 못해 앞으로 비슷한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힘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비난 본능을 억제하려면 희생양을 찾으려는 생각을 버려라.

- 악당을 찾지 말고 원인을 찾아라.
문제가 생기면 비난할 개인이나 집단을 찾지 마라. 나쁜 일을 애초에 의도한 사람이 없어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그리고 그 상황을 초래한, 여러 원인이 얽힌 시스템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아라.
- 영웅을 찾지 말고 시스템을 찾아라.
어떤 사람이 자기 덕에 좋은 일이 생겼다고 주장하면, 그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도 어떤 식으로든 그런 좋은 결과가 나왔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라. 그리고 시스템에도 어느 정도 공을 돌려라.

- p315   

가슴이 아프다. 회사에서 어떤 큰 손실이 발생하거나 큰 사건이 생기면, 특정 임원이나 누군가가 책임진다는 명분 하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공적 기관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나 특정 문제를 제어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우두머리가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이쯤 되면 다른 나라는 어떤지 참 궁금하다. 세상 모든 일이 한 사람이 책임진다는 말과 함께 사퇴하는 일로써 마무리될 만큼 간단하지가 않을 텐데 말이다. 진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의 원인을 찾고 이해하고, 개선하려 애쓰는 과정과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 왜 진짜 책임이 아닐까 늘 궁금했다. 이 책에 비난 본능이 있다는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영웅이나 악당으로 몰아가기보다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개인이나 조직이나 어디에서나 필요한 듯싶다.



10. 다급함 본능

사실충실성은 지금 그 결정이 다급하게 느껴진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다급히 결정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다급함 본능을 억제하려면 하나씩 차근차근 행동하라.

- 심호흡을 하라.
다급함 본능이 발동하면 다른 본능도 깨어나 분석적 사고가 멈춰버린다. 일단 시간을 갖고 정보를 더 찾아보라. 지금 아니면 절대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이것 또는 저것인 경우도 거의 없다.
- 데이터를 고집하라.
무언가가 다급하고 중요하다면 잘 따져봐야 한다. 관련은 있지만 부정확한 데이터, 정확하지만 관련이 없는 데이터를 조심하라. 관련이 있고 정확한 데이터만 쓸모가 있다.
- 점쟁이를 조심하라.
미래 예측은 늘 불확실하다. 그 점을 인정하지 않는 예측을 경계하라. 최선 또는 최악의 시나리오뿐 아니라 가능한 한 모든 시나리오를 요청하라. 그 예측이 전에는 얼마나 정확했는지 물어보라.
- 극적 조치를 경계하라.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물어보고, 검증된 생각인지도 물어보라.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개선과 그 영향력에 대한 평가는 극적이지 않지만 대개 효과가 더 크다.

- p345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10가지의 본능 중 공포 본능과 더불어 다급함 본능이 가장 무서운 것 같다. 우리의 불확실한 삶에 대한 두려움이 공포와 다급함을 낳는 것 같다. 불안함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휩싸이게 되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 그러면 결국 옳지 못한 선택을 하곤 한다. 세상에 그렇게 다급할 일은 많지 않다고, 극적으로 무언가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침착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엇인지 묻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라.
더러는 신경이 쓰인다. 지식을 시험한다고 하면 동료나 친구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그들이 틀렸다고 판명 났을 때 과연 그걸 인정할까 의심스럽다. 하지만 내 경험은 정반대다. 사람들은 그런 시험을 무척 좋아한다. 세계의 참모습을 알았을 때 대개는 고무되고, 더 알고 싶어 한다. 지식 시험은 소박하게만 진행한다면, 호기심과 새로운 통찰력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 p364

이 부분은 저자의 생각에 약간 의문이 생겼다. 우리나라 교육은 정답 찾기 교육을 몇십 년째 해오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고보다는 시험에서 틀리거나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물론 요즘은 개인의 취향과 다양한 사고방식이 존중받는 흐름으로 변화하곤 있지만, 현재 회사라는 조직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예전 교육 방식에 더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 지식을 시험한다고 하면 왠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재미난 반응들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하루아침에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볼 수 있을까? 큰 변화는 언제나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분명히 가능하며, 나는 두 가지 단순한 이유에서 그러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정확한 GPS가 길 찾기에 더욱 유용하듯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은 삶을 항해하는 데 더욱 유용하다. 그리고 어쩌면 더 중요한 둘째 이유는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볼 때 마음이 더 편안하다는 것이다. 대단히 부정적이고 사람을 겁주는 극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면 스트레스와 절망감이 적다.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세계는 생각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 p365

세상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고, 험악하지 않고, 범죄로 들끓고 있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데이터를 많이 보고 나름 사실을 중요시한다고 생각해왔지만, 저자의 13가지 문제를 통해 세상에 대해 관심도 없고, 지식도 없고, 생각도 편협하게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사실 저자가 말하는 10가지의 본능에 따른 잘못된 시각을 인지하기 이전에, 세상에 관심을 갖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과 관련된 해당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들도 정답률이 평균이거나 혹은 더 나쁘기도 했다. 그 분야에 일을 하든 안 하든 결국 세상 일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사실에 근거한 관점을 갖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세상을 매우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주장에 대한 대부분의 근거는 수치화 되어 있어서 반박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리고 질문에 답을 하며 나의 무지와 나의 극적인 세계관을 발견하고 반성하게 된다. 세상이 생각보다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는 오해를 풀게 도와준 이 책은, 비록 엄청난 재미(?)가 있진 않겠지만 살면서 편협한 관점으로 매몰되지 않게 도와줄 수 있기에 누구나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책제목 : 팩트풀니스

* 저자 :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 출판사 : 김영사

* 출간일 : 2019. 3. 8.


매거진의 이전글 물리학자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