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74 < 디지털 미니멀리즘 >
우리는 한 발 물러서서 과거 10년 동안 이뤄진 급격한 진전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한 것이 무엇인지 따져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우리는 사소한 이유로 신기술을 우리 주변에 추가했다가 어느 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그 신기술이 우리 삶의 핵심을 식민지화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시 말해 우리는 현재 우리가 갇혀 있는 디지털 세계를 원한 적이 없다. 엉겁결에 그 세계로 빠졌을 뿐이다.
- p27
트리스탄 해리스, 숀 파커, 레아 펄먼, 애덤 알터 같은 내부고발자와 연구자들이 밝힌 대로 이런 신기술들은 행동 중독을 촉발하도록 여러 측면에서 특별히 설계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충동적 사용은 성격적 결함의 결과가 아니라 대단히 수익성 높은 사업계획의 결과다.
우리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디지털 라이프를 바란 적이 없다. 이 디지털 라이프는 넓게 보면 소수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기업들이 조장한 것이다.
- p44
< 디지털 미니멀리즘 >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낼 때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도움이 되며, 신중하게 선택한 소수의 최적화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모든 활동은 기꺼이 놓치는 기술 활용 철학
- p48
이 철학의 유효성에 대한 내 주장은 세 가지 핵심 원칙에 근거한다.
- 원칙 1 : 잡다함은 대가를 수반한다.
디지털 미니멀리스트는 너무 많은 기기, 앱, 서비스에 시간과 주의를 분산해서 얻는 개별적이고 작은 혜택보다 부정적 비용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안다.
- 원칙 2 : 최적화는 중요하다.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뒷받침하는 특정 기술만 선택하는 일은 첫 단계일 뿐이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잠재적 혜택을 온전히 누리려면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 원칙 3 : 계획성은 만족감을 안긴다.
디지털 미니멀리스트는 신기술을 계획적으로 활용하는 데서 상당한 만족감을 얻는다. 이 만족감의 원천은 특정한 결정과 무관하며, 디지털 미니멀리즘이 큰 의미를 제공하는 아주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 p55
이런 미니멀리즘은 대다수 사람이 기본적으로 따르는 맥시멀리즘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맥시멀리즘은 혜택을 볼 약간의 잠재력만 있다면 주의를 잡아끄는 기술을 사용하기에 충분하다는 태도다. 맥시멀리스트는 조금이라도 흥미롭거나 가치 있는 것을 놓친다는 생각을 아주 불편하게 여긴다.
- p48
많은 사람은 고독이라는 용어를 신체적 고립과 연계한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속세에서 멀리 떨어진 오두막에서나 고독을 누릴 수 있다. 이처럼 잘못된 정의는 대다수 사람이 꾸준히 충족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기준을 설정한다. 반면 케슬리지와 어윈은 고독과 관련해 환경이 아니라 뇌에서 일어나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들이 정의하는 고독은 정신이 외부에서 입력되는 정보로부터 자유로운 주관적 상태다.
... 고독에 빠지려면 어디에 있든 다른 사람이 만든 정보에 반응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
왜 고독이 소중할까? 케슬리지와 어윈은 고독이 안기는 여러 혜택을 상술했다. 그중 대다수는 차분한 자기 성찰을 통한 통찰, 정서적 안정과 관련된다.
- p111
가령 마크 저커버그는 2012년에 상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페이스북은 (...) 세상을 좀 더 개방적이고 연결된 곳으로 만든다는 사회적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라고 의기양양하게 밝혔다.
이런 연결에 대한 집착은 분명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반영한다. ... 무엇보다 고독을 회피하면 고독이 안겨주는 긍정적인 혜택을 놓치게 된다. 복잡한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한다거나, 감정을 다스린다거나, 도덕적 용기를 얻는다거나, 관계를 다지는 등의 혜택 말이다. 그래서 고질적인 고독 결핍에 시달리면 삶의 질이 나빠진다.
- p121
설문 결과를 분석해보니 소셜 미디어를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이용도 측면에서 상위 25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은 하위 25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보다 세 배나 더 외로움을 느꼈다. 연령, 젠더, 관계 상태, 가계 수입, 학력 같은 요소들을 대조한 후에도 결과는 같았다. 프라이맥은 인터뷰에서 이런 결과에 놀랐다며 "명색이 소셜 미디어인데 왜 사람들은 유대감을 느끼지 못할까요?"라고 물었다. 그러나 데이터는 명확했다. 그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 더 오래 "연결될수록" 고립감을 더 많이 느낄 가능성이 높았다.
- p156
연구자들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때 디폴트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고 생각하기 쉬웠다. 그러나 조금만 자신을 살펴보면 우리 뇌가 실제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때는 드물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특정한 과제가 없어도 우리 뇌는 계속 소음을 일으키며 스쳐가는 생각과 관념에 고도로 활성화된다. 리버먼은 자기 성찰을 좀 더 깊이 해서 이런 이면의 활동이 소수의 목표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이나 자기 자신 또는 둘 다'에 대한 생각이었다. 다시 말해서 디폴트 네트워크는 사회적 인지와 연관된 것처럼 보였다. ... 다시 말해서 우리 뇌는 휴식시간이 주어지면 기본적으로 사회생활을 생각한다.
- p149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전 4세기에 펴낸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지금만큼 당시에도 시급했던 문제를 다루었다. 바로 어떻게 해야 좋은 삶을 살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
"가장 좋고 즐거운 삶은 지적인 삶이다. 이 삶은 가장 행복하기도 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에 따르면 깊은 생각으로 가득한 삶은 행복하다. 그 이유는 숙고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 그 행위 말고는 숙고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단호한 주장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후 수천 년 동안 지속되었고 지금도 인간 본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공명하는 생각을 사상 최초로 제시했다. 그 생각은 좋은 삶을 살려면 활동 자체가 주는 만족 외에 어떤 목적에도 기여하지 않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철학교수 키어런 세티야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책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난관, 필요의 존재에 그 가치가 좌우되는' 활동만으로만 삶이 구성되면 존재론적 절망에 취약해진다고 했다. 이 절망은 '인생이 이게 다야?'라는 불가피한 질문에서 생겨난다. 세티야가 제시하는 한 가지 해결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조언대로 '내면의 기쁨을 안기는 원천'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쁨을 안기는 일을 하는 것을 양질의 여가 활동이라고 하겠다.
- p181
*교훈1 - 수동적인 활동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우선시하라.
*교훈2 - 기술을 발휘하여 물리적 세계에서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라.
*교훈3 - 사람들과 한데 모여 일정한 틀에 따라 교류할 수 있는 여가 활동을 찾아라.
- p204
당신의 시간 = 그들의 돈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인터넷 시대에 이뤄진 혁신을 결코 배척하지 않는다. 그저 대다수 사람이 디지털 기기에 얽매이는 양상을 배척할 뿐이다. ... 나는 디지털 생활을 관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 잠재력을 온전히 살릴 수 없다고 믿는다. 즉, 어떤 도구를, 어떤 이유로, 어떤 조건에서 활용할지 확신을 가지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반동이 아니라 상식이다. ... 나의 바람은 디지털 미니멀리즘이 얼굴 없는 주의 경제 기업들이 아니라 우리에게 이롭도록 최신 혁신을 활용하는 건설적인 방식을 제공함으로써 현재 상황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 p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