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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Jun 12. 2020

설득하면 안 되는 이유

독서노트 #73 < 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

우연히 알게 된 이 책 <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는 협상과 관련된 실무자에게만 필요한 건 아닌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지금은 초연결 시대이자 협상의 시대이다. 협상이 강조되는 시대적 배경이 조직구조가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바뀌었고, 거래 관계가 갑을 관계에서 파트너 관계로 바뀌었고, 정보환경이 비대칭성에서 무한공유로 바뀌었고, 소통방식이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바뀌었고, 유효전략이 당근과 채찍 그리고 인센티브였던 방식이 존중과 인정, 비전공유의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부분에 너무나 격하게 공감이 되었다. 우리의 삶은 이제 협상의 연속인 셈이다.


이 책은 협상을 위한 전략적이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알려주는 내용이라 유익할 것 같아 각 목차별로 간략히 정리해보았다.



제1강 - 협상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라

협상에서 중요한 건 나의 생각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입니다. - p18

상대를 설득하기 이전에 내가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일부터가 협상입니다. 그리고 상대가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던지는 사람이 진짜 고수지요. - p19

협상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 p21

어떤 상황이나 질문에는 거의 대부분 고정관념이라는 프레임이 존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책 속 문제를 봤을 때 창의적인 대안이나 적절한 합의점을 전혀 떠올릴 수가 없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일을 좀처럼 쉽지가 않다.



제2강 - 설득하지 말고 협상하라

결론을 정해 놓고 협상을 논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설득하려는 사람은 '답정너'와 같습니다. 상대방을 고통스럽게 합니다. 상대방과 협상을 통해 어떤 사안을 합의하고자 한다면 설득하려고 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 p38

설득과 협상에 대한 이 부분이 나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예전에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미국 회사와 협력하여 함께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한 일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계약서를 써야만 했고, 엎어진 프로젝트를 다시 업그레이드하여 시작하는 단계로서 손해보지 않는 계약서를 작성해야만 했다. 하지만 협상의 협자도 몰랐던 과거의 나는 나처럼 기초지식도 없이 자신의 생각만을 이야기하는 동료와 함께, 우리가 이득을 더 취해야 하는, 어떠한 손해나 양보도 감수할 수 없는 계약만이 최고의 협상인 양 떠들어댔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상대를 설득하거나 협박해서 싸워 이기려 했던 계약은 결코 올바른 방향의 협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상대적으로 힘이 밀린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더욱 한치의 물러섬도 용납하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답정너' 마인드가 얼마나 프로젝트의 진척을 방해하는지 몸소 실감했다.



제3강 - 상대방의 선택권을 기획하라

협상 = 상대방이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일 - p44

협상의 8할은 준비입니다. 정보를 조사하고, 목표를 수립하며, 어젠다를 분석해 협상안을 만드는 과정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래야 협상을 잘할 수 있습니다. 협상은 상대방이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기획하고, 판을 짜는 일입니다. - p45

협상의 8할은 준비라는 말, 이것은 협상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 같다. 기획도 마찬가지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8할을 써야 한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고, 컨셉을 명확히 짜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한다. 아마도 어떠한 분야에서든지 성공률을 높이려면 결국 준비를 철저히 해서 상대가 나를 찾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은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4강 - 상대가 51 대 49로 이겼다고 생각하게 하라

신뢰는 협상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성공적인 협상의 결과물입니다. 협상은 서로의 니즈를 분석하여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 '윈윈협상'은 마땅히 '해야하는 것'이 아닙니다. 양측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 p70

'윈윈협상'은 상대를 위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 모두는 상대의 이익을 위해서 협상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윈윈협상'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손해 보기 때문입니다. - p74

인간은 자신의 이익 못지않게 공정성을 대단히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우리는 공정하지 못한 제안은 거절하려는 심리가 있습니다. 상대의 이기적인 결정은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내 손해를 감내하고서라도 방어하려는 행동을 보입니다. 나아가 공정성은 저항의 명분을 제공합니다. 많은 사람이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공정성을 위해 시위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 p78

누가 봐도 50 대 50으로 결론 나는 협상이 좋은 협상입니다. 그리고 내 목표는 달성하되 협상의 승리감 혹은 만족감은 상대방에게 넘겨주는 게 좋습니다. 이를 요약해 성공적인 협상을 '협상 51 대 49 법칙'이라고 정의합니다. - p82

윈윈협상이라는 말을 많이 듣기도 하고, 많이 쓰기도 하지만, 실제로 이 말을 쓰면서 상대방의 '윈'에 대해 얼마나 사람들이 더 신경을 쓸까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대부분의 협상이나 거래 과정에서 보면 결국은 자신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을 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손해 보는 협상을 해 본 적이 있다. 금전적으로 손해 보는 협상이었지만, 손해를 감내하더라도 그 이면의 다른 것들을 얻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신뢰를 저버린 상대로 인해 오래 함께 하지 못하고 몇 개월 만에 그 협상은 결렬되었다. 바로 공정성에 대한 내 심리적 반발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내가 협상에 대한 이론과 방법을 알았더라면 어떻게 처신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제5강 - 협상 전에 '플랜 B'부터 확보하라

배트나(BATNA)는 하버드대학교 협상문제연구소 로져 피셔 교수가 만들어낸 용어로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의 첫 글자를 딴 약자로 '협상 결렬을 대비한 최선의 대안'이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결렬을 가정하고 그 이후를 미리 준비하라는 조언입니다. - p90

플랜 B는 사실 협상뿐 아니라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 항상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인생은 계획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때로는 플랜 B의 존재가 우리의 마음을 안심시켜 더 당당하게 잘 해낼 수 있도록 돕기도 하니까 말이다. 어릴 때 어머니가 알려준 '유비무환'의 자세로 살아가는 게 왜 좋은지, 협상에서도 뚜렷이 나타나는 것 같다.



제6강 - 협상의 기준점을 선점하라

정보조사를 통해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제안 값의 논리와 근거를 수립하여, 목표보다 높게 먼저 제안하는 것이 해답입니다. 이른바 '협상의 기준점'을 선점하는 전략인데요. 이러한 협상이 효과를 발휘하는 근거는 바로 행동경제학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는 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 p106

양보하지 않는 협상은 없습니다. 에임 하이 기법은 양보의 여지를 미리 계획하는 기법이기도 합니다. - p113

우리가 물건을 살 때 할인 폭을 제시하며 얼마나 싸게 팔고 있는지를 어필하는 판매자의 의도가 바로 이 앵커링 효과에 있다고 한다. 협상의 이론과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내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고수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서 무지로 인해 입을 수 있는 손해를 최소화하여 현명한 대처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제7강 - 쿨하게 양보하지 말고, 안타깝게 거절하라

쉬운 양보는 상대방의 만족감을 떨어뜨립니다. - p125

양보의 기술을 세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양보할 때 작은 대가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둘째, 한꺼번에 양보하지 말고 쪼개서 양보하는 게 좋습니다.
셋째, 양보의 폭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 p128

거절의 기술 = '내'가 거절하지 않는다. - p133

실무자의 경우, 거절의 기술을 잘 활용하게 되는 것 같다. 나도 무수히 많은 거절을 해봤지만, 항상 '내'가 아닌 의사 결정권자의 이름을 통해 거절했었다. 그것이 변명이 아니라 팩트이기도 했으니까.



제8강 - 무엇을 줄 것인지 고민하라

협상은 어젠다(Agenda)가 둘 이상이어야 가능합니다. 서로가 하나씩 나누어 가져야 합의를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142

덜 중요한 것을 내어주고, 더 중요한 것을 얻어내라. - p146

어쩌면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잃는다는 생각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보통은 협상에서 상대보다 내가 더 많이 얻어내야 승리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내어주지 않으려는 것 같다. 하지만 무엇을 내어주어도 괜찮은지 분명히 해두면, 손실감이 줄어들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을 얻어낼지의 우선순위를 정했다면, 그 한 가지만 얻어내도 어쩌면 만족스러울지 모른다. 주고받는 그 과정 속 나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제9강 - 요구가 아니라 진짜 이유를 찾아내라

협상의 기술은 거래의 기술인 동시에 갈등 해결의 기술입니다. ... 갈등의 원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문제라도 원인을 다르게 분석하고, 해결 방법을 다르게 제시하며, 문제 해결 이후의 지향점이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 갈등 해결을 위한 협상은 상대 관점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데 해법이 있습니다. - p152

갈등 해결을 위한 협상의 기술 중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대의 요구(Position)와 욕구(Interest)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협상 용어로 포지션은 겉으로 드러내는 요구사항을 말합니다. 인터레스트는 속에 있는 진짜 이유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 p155

이 부분을 읽으면서 협상과 마케팅과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은 모두 같은 맥락인 듯 보인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감춰진 진짜 니즈를 분석하는 것, 결국 '문제 해결의 본질'로 동일하게 수렴하는 것 같다.



제10강 - 둘 다 만족하는 제3의 대안을 마련하라

협상의 완성은 창의적 대안(Creative Option) - p173

공공갈등은 비즈니스와는 좀 다릅니다. 이익과 손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비즈니스 협상과는 달리 공공갈등은 구성원들의 불평과 불만을 해결하는 협상입니다.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 본질은 하나로 수렴됩니다. 바로 각자의 입장에서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공정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평과 형평의 개념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전적 정의로 공평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을 의미하고, 형평은 처한 상황을 반영하여 균형을 맞춤을 뜻합니다.
따라서 공공갈등은 각자가 처한 환경을 반영하여, '형평'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 p176

비즈니스와 공공 분야의 협상으로 가는 접근이 약간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모든 것이 손익 구조를 따져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사정에 맞게 형평성을 추구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이익보다는 모두가 손해보지 않기 위한 창의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공공갈등에서의 핵심인 듯 보인다.




우리의 인생은 매 순간 '협상'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누군가와 단순히 대화를 할 때도, 나의 생각과 의견을 주장할 때도, 물건을 사고팔 때도, 항상 문제와 갈등이 생길 우려가 있다. '협상'이라는 단어에서 나오는 야심 가득하고 이기적인 듯한 어감과 비즈니스적인 딱딱함을 배제한다면, '살면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한 최상의 전략' 정도로 바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일잘러를 위한 10가지 협상의 기술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나는 굳이 일하는 사람으로 국한시키고 싶지는 않다. 아주 가까운 가족 간의 대화에서도, 개인과 어느 타인 사이에서도 충분히 응용할 법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저자의 말처럼 협상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협상 마인드를 갖추어야 하고, 협상의 원리와 기술도 이해해야 한다. 결국 끝없는 숙련을 통해 나의 것으로 체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신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협상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 책 제목 : 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 저자 : 오명호

* 출판사 : 애드앤미디어

* 출간일 : 2020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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