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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Aug 10. 2020

일하는 엄마를 위한 또 하나의 매뉴얼

독서노트 #82 < 아이 키우며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건 >

그렇게까지 제 인생이 중요했던 것일까요?
아이들이 한창 클 때는 옆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 줬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글쎄요.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전 제 취미활동을 했을 것 같아요.
일단 제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고 믿어요.
아이들 인생도 중요하지만 제 인생도 소중하죠.


암묵적으로 엄마의 삶이란 육아를 위해 희생해도 되는 삶, 희생해야만 하는 삶이라는 무거운 책임과 의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느껴봐서였을까...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던 나는,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육아에 온전히 '자신의 삶을 희생하기'보다는 '소중한 나의 삶을 살겠다'는 저자의 말에 무한히 위로받았다. 이 책 <아이 키우며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건>을 쓴 장윤영 저자는 책 제목에서 직감할 수 있듯이 '육아', '일', 그리고 '삶'에 대한 경험과 통찰을 이야기해 준다.



"그 고객사에서 몇 번 더 강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강의 실력이 형편없어서 잘리나 강의 평점이 낮아서 쫓겨나거나 별 차이는 없어. 하지만, 그만두더라도 강의를 만족스럽게 하고 관두는 게 낫지 않겠어? 원 없이 한 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미친 듯이 강의를 해 봐."

- p39

누군가의 가슴에 동기부여라는 불씨를 타오르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의 팀장은 어느 위태로운 직원에게, 위협을 가하는 방식보다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이 문구는 내가 누군가에게, 혹은 누군가가 나에게 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나는 나에게도 이 말을 해주고 싶어서였을까. 매 순간의 삶에 상대의 평가에 상관없이 만족스럽게 살아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이럼 스미스의 <성공하는 시간 관리와 인생 관리를 위한 10가지 자연법칙>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어요. 책에서 시간 관리 법칙과 인생 관리 법칙을 알려주는데 시간을 관리하는 다섯 가지의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시간을 잘 관리하면 인생을 계획대로 끌어갈 수 있다.
2. 성공과 자기실현의 토대는 지배 가치다.
3. 일상에서 지배 가치에 따르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4.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에 도달하려면 편안한 상태를 벗어나야 한다.
5. 일일 계획의 수립과 실행은 집중력과 시간 활용도를 높여 준다.

- p68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바로 '지배 가치'라는 말. 저자는 이 책을 읽고 11가지의 지배 가치를 세웠다고 한다. 그 목록들을 보면서 나도 나만의 지배 가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의 기록을 통해 어느 정도 나에게 필요한 가치와 행동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몇 가지의 지배 가치를 정해 내 삶의 이정표로 세워두면 어떤 상충되는 행동을 해야 할 때 우선순위를 덜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 관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담과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것입니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위로해 주세요. 모두 이런 고민을 합니다.
'나만 바쁘게 정신없이 사는 건 아닐까?'
'나 정말 제대로 잘하고 있는 것 맞나?'
할 일이 많다는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를 부릅니다. 시간 관리를 잘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자책하죠. 실제 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가 더 두렵고 걱정스럽죠. 부담만 가지지 말고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확인하는 게 중요해요.

- p87

너무나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24시간을 나는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잘 쓰고 싶었다. 그러나 그걸 방해하는 것은 추상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담감, 두려움, 불안, 걱정과 같은 것들이었다.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내 이성을 압도하기 전에, 구체적으로 얼마나 시간이 걸리고 무엇이 필요한지 적으므로써 부담감을 실체화해버린다. 그러면 자연스레 부담감이 줄어든다. 물론, 이때 빼먹지 않고 해야 하는 것은 바로 나를 향한 '토닥토닥'인 것 같다. 오늘도 잘하고 있다고. 내일도 잘할 수 있다고 말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지 마라.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해서 먹고살 수 있는 행운아인가? 오래지 않아 더 이상 그것을 사랑하지 않게 될 것이다. 당신이 창출하는 가치를 사랑해야 한다. 과정은 어렵지만 그 과정을 통해 창출되는 가치를 향한 당신의 사랑이 그 어려움을 정당화해 준다."
- <언스크립티드> 중에서

- p177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당장 유토피아가 펼쳐지지 않는 현실을 저자는 이야기해 준다. 이상은 이상이고 현실은 현실인 법.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주입식이고 일방적이었던 과거의 획일적 교육을 받다 보니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교육받은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스스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도전하고, 또 그 일을 잘하기 위해 애쓰다 보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기에, 우리 스스로 하는 일의 가치가 무엇인지 돌이켜 보라는 부분이었다. 100% 만족할 수 있는 직장도 없고, 100% 만족스러운 직업도 없고, 100% 만족스러운 삶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만들어내는 가치에 집중하다 보면, 분명 그 일에 감사하고 행복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지 않을까.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이게 바로 일과 삶의 조화가 아닐까요?

삶으로부터의 행복이 일로의 행복으로 전달됩니다. 이러한 개인적인 활동을 통한 기쁨과 행복이 가정에게도 전달되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어요. 한 곳에서 얻은 기쁨과 행복은 다른 영역으로 전염됩니다. 이는 아이들에게 행복하라고 말하기보다 부모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과 동일한 의미죠. 부모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해지더라구요.  ...

저에게는 일과 삶 모두가 중요합니다. 일도 잘하고 싶고 제 삶도 알차게 꾸리고 싶어요. 이게 바로 일과 삶의 조화가 아닐까요?

- p247

몇 년 전부터 'Work & Life Balance'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요즘은 저자의 말처럼 같은 맥락이지만 조화를 이룬다는 표현을 더 많이 쓸지도 모른다. 나도 워크 앤 라이프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상호 보완이 되는 그런 삶을 원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한쪽으로 자꾸 쏠리는 것을 주체하지 못하기에, 마인드 컨트롤이 쉽지 않은 것 같다. 균형이 맞지 않게 되면, 에너지가 적게 닿는 다른 쪽에 생기는 죄책감과 미안한 감정 때문에 힘이 드는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한 곳에서 얻는 기쁨과 행복이 다른 영역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내 삶의 행복에 더 전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육아, 일, 삶 세 가지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내게 더 깊숙이 들어온 부분은 바로 '삶'이었다. 아이가 생기면서 갖게 된 나름의 철학, '내 아이를 남의 아이라 생각하자'와 '육아의 목적은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자립시키기 위한 것이다'라는 생각에 맞게 '내가 먼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를 고집해왔다. 그래서 저자의 장성한 자녀처럼 내 아이 또한 건강한 인격체로서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성공적으로 길러낼 수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비결은 '삶의 태도'에 있는 듯싶었다.


일이라는 환경은 사실 직장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내가 경험했던 직장의 업무 환경과 경험들, 대학원생으로서의 삶 등을 비교하며 일과 관련된 부분도 많은 공감을 하며 읽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 것은 저자의 지배 가치 11가지 항목 중 세 번째였다. '일보다 자기계발이, 자기계발보다 아이들이 우선이다. 단, 기간이 제한된 경우에는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다.' 처음엔 아이가 최우선인가 싶어서 가볍게 읽고 넘겼지만, 책장을 뒤로 넘기면 넘길수록 느껴지는 저자의 삶의 태도는 남이 아닌 자신의 삶에 충실하는 것에서 오는 행복감인 것 같았다. 몇 년 전부터 내 삶이 중요하다고 스스로에게 외치는 나였지만, 한 편으로는 이래도 되나 싶은 죄책감도 늘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더욱 확고히 내가 삶을 위해, 일을 위해, 가족을 위해 지금의 태도를 분명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일하는 여자로서의 삶', '일하는 엄마로서의 삶' 모두 존경스러웠다. 과연 이 책이 일하는 엄마에게만 도움이 될까?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의 삶에 어쩌면 더 '자신을 위한 삶'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바쁜 일과에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누구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또 한 편의 인생 매뉴얼이 아닐까 싶었다.




* 책 제목 : 아이 키우며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건

* 저자 : 장윤영

* 출판사 : 페이퍼스토리

* 출간일 : 2020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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