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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Dec 10. 2021

애정이 담기는 컨텐츠는 따로 있다

컨텐츠의 에너지는 어디서 빛을 발할까

얼마 전 퍼블리에 아티클을 오픈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4주 만에 5100뷰를 넘겼고, 120개의 리뷰가 달렸다. 다른 뛰어나고 훌륭한 저자들의 수많은 좋은 글들은 더 많이 읽히고, 더 많은 댓글이 달렸을 것이다. 타인의 글과 비교하기보다는, 나는 내 컨텐츠가 누군가에게 읽히고, 아주 작게라도 도움이 되고 조금이라도 사랑을 받을 수 있음에 아주 진한 감사함을 느꼈다.


올해에는 다양한 플랫폼에 내 컨텐츠를 오픈한 한 해였다. C플랫폼, M플랫폼, T플랫폼, K플랫폼, 퍼블리, 그 외 여러 기관과 계약 및 컨텐츠 제공을 하면서 많은 부분을 느꼈다. 다양한 플랫폼의 담당자들과 소통을 하면서 느끼게 된 부분은 아주 명확했다.


내 컨텐츠에 담기는 에너지는
내가 누구와 일하느냐가 좌우한다.


처음에는 플랫폼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대부분 대신해줄 테니 나는 알맹이만 제대로 채우면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 컨텐츠니까 내가 직접 컨텐츠의 질만 높이면 되는 일'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잘만 만들자고 다짐했다. 어떤 플랫폼에서는 오로지 내 힘으로만 키워야 하기 때문에 내 에너지를 온전히 쏟을 수 있었다. 내가 하는 만큼, 내 컨텐츠의 질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어떤 플랫폼에서는 함께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기계적으로 일하느냐, 얼마나 인간적으로 애정을 쏟느냐에서 나의 열정이 좌우되었다. 즉 내가 아무리 열정적으로 하려고 마음먹어도 함께 협업하는 상대가 미적지근하거나 기계적으로 대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면 나의 에너지는 확 꺾이게 된 것이다. 100 기준에 120만큼 열정적으로 전달해도 반영되는 게 고작 80밖에 안된다면 누가 에너지를 쏟겠는가.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하고 각 회사에서도 부서를 이동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을 해본 경험 덕분에 '유선 미팅의 느낌'과 '이메일 협업 과정', '실제 실행한 결과물'을 보면 상대의 일하는 스타일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물론 속단하면 안되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래서일까, 어떤 플랫폼과 일할 때는 '아, 해야하는데 진짜 하기 싫다.' 라고 몇 번을 되뇌이며 억지로, 억지로 스스로를 끌고 갔고, 어떤 플랫폼과 일할 때는 '오, 이렇게 해볼까? 아, 이런 식으로 기획하면 더 좋겠다!' 하며 나도 모르게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상대방이 제안을 해 올 때는 분명히 서로에게 득이 되는 방향이고 좋은 제안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 제안이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그건 꼭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의 경우는 그러했다. 그 제안이 내가 생각해도 좋은 방향이고,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이 분명히 있고, 내가 당장 하고 싶은 일이어야만 수락하는 게 좋다는 걸 알았다. 초창기에 T플랫폼의 제안대로 하다가 내 능력이 안되는데 억지로 해보니 결과가 엉망이었고, M플랫폼에는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는데 시간상 혹은 플랫폼 사정을 맞춰주다 보니 내 스케줄이 꼬여 스트레스를 받았다. 상대방이 아무리 좋은 제안인 척 이야기해도, 결국은 자신의 이해득실을 따지기 마련, 나에게도 정말 좋은 일인지 생각해 봐야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었다. 대부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그들의 업무 환경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고가 터지기 쉬운지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반면에 그만큼 의심도 동시에 들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신뢰를 바탕으로 아직 규모를 확장시키지 못한 작은 회사의 비애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소통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얼마나 신뢰를 줄 수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자주 애용했던 T플랫폼이 계속 폭풍 성장하고 있어서 믿었지만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아 너무 다른 루트로 나에게 연락이 오고, 잠수를 타기도 하고 그래서 점점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나도 그런 환경에 몸을 담아봤기 때문이었다. 큰 기업에서만 일해 봤다면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일들이었다.




처음 퍼블리에서 제안이 왔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내 컨텐츠는 툴에 대한 설명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영상으로만 가능한 컨텐츠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주로 강의나 영상 컨텐츠로만 수강생과 소통할 수 있었다. 그런데 텍스트 기반 플랫폼에서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의아했다. 하지만 다른 툴과 관련된 텍스트 컨텐츠 예시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 


사실 퍼블리와 협업을 했던 한 달여 시간 동안 내가 놀란 것은 그들은 진짜 일을 재미나게 잘하는 조직이라는 것이 이 멀리서도 느껴졌다는 부분이다. 

첫째, 제안 메일을 기가 막히게 잘 쓴다. 보통 제안 메일을 받으면, 제안하는 플랫폼 당사자들의 사정, 그들의 목적과 방향, 그들의 능력치를 자랑한다. 그리고 메일 수신자에게 협업을 함께 할 것을 요청 또는 제안을 한다. 간혹 메일 수신자에게 파트너로서의 매력과 이익을 잘 어필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아' 다르고 '어' 다른데, 표현의 적절성을 지키는 곳은 흔치 않다. 그리고 대부분 내가 알고 싶은 궁금한 내용이 적혀 있지 않다. 그런데 퍼블리는 진짜 놀라우리만치 메일을 잘 썼다. 자신의 플랫폼 소개, 나에게 연락을 한 이유와 목적, 내가 미리 궁금해할 부분(컨텐츠의 방향성, 예시를 들만한 자신의 플랫폼을 완전히 오픈, 작가로서의 수익 구조 등)이 명확하게 적혀 있었다. 이런 자세한 메일을 읽으면 메일을 핑퐁 치며 다시 물어볼 일이 별로 없다. 보통의 다른 플랫폼은 수신자로부터 회신이 올지 안 올지 확신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하는 '대외비' 항목을 꼭꼭 움켜쥐고 유선 미팅이나 메일 회신을 유도한 후에 정보를 오픈하기 시작한다. 이미 첫 한 방에서부터가 달랐다.


둘째, 문의나 제안을 했을 때 수용력과 대응력이 좋다. 조직마다 커뮤니케이션하는 주된 툴은 회사마다 다르다. 어디는 메일, 어디는 카카오톡, 어디는 문자, 어디는 전화 등 자신이 편한 방식으로 소통하기 마련이다. 여기서 소통 방식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느낀 수용력과 대응력은 바로 계약하는 과정에서 있었다. 수십, 수백 개는 아니어도 그래도 다양한 계약서를 체결해왔다. 그리고 이전에 마케터였을 때도 법무팀과 함께 B2B 계약서 검토를 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꼼꼼히 읽어보는 편인데, 대형 플랫폼은 수정의 여지가 전혀 없다. 계약 조건이 싫으면 작가더러 하지 말라는 게 대형 플랫폼의 계약서다. 반면 작은 회사는 다르다. 그래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수정 가능한지 늘 물어보고, 궁금한 부분과 협의 가능한 부분을 체크하는 편이다. 플랫폼마다 절대 수정이 안 되는 곳도 있지만, 일부 수정을 수락하는 곳도 있었다. 퍼블리의 경우에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문의했는데, 해당 부분이 현재 시점에 맞지 않아 불필요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바로 삭제해주었다. 관습에 젖어 늘 해왔기 때문에 이유를 불문하고 계약서 틀을 유지하는 회사가 생각보다 많다. 변화는 리스크를 낳기 때문에 회사는 변화를 싫어한다. 그런데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퍼블리에서 이렇게 빠르게 확인하고 인정하고 수정해줬던 게 나에겐 작은 감동 포인트로 작용했다. 


셋째, 체계적으로 일하는 게 보이는 조직이다. 퍼블리에 직원이 몇 명인지는 나는 모른다. 그런데 분명한 R&R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여타 플랫폼은 컨텐츠 매니저라는 담당자가 한 명의 컨텐츠 작가와 꾸준히 소통을 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 같다. 그런데 퍼블리는 각 스텝별로 담당자가 바뀐다. 당혹스러웠지만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 과정에서 업무 스타일도 눈에 보였다. 감히 그들을 평가하려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성격이 달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해당 업무를 오래 함으로써 가질 수밖에 없는 특유의 스타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기획과 소통을 주로 하는 업무의 담당자가 갖춰야 할 부분과 에디팅을 주로 하면서 저절로 생기는 스타일 같은 것들 말이다. 예전에 읽었던 유시민 작가의 책 내용이 떠오른다. 취향과 주장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 일하는 스타일의 선호도나 취향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떠한 조직이든 '반드시 이래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주장에는 뒷받침할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조직의 체계를 만드는 데 있어서 내가 옳고 그름을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조직과 협업을 할 때는 업무 스타일을 보면서 그 조직을 상상하게 되는 재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퍼블리의 모든 담당자들이 내 업무 스타일과 비슷하거나 업무 취향이 맞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100% 완벽한 조직은 없다. 업무 스타일과 별개로 분명한 체계가 있다는 것이다. 비체계적인 조직과 일할 때는 즐거움이 반감되지만, 체계적인 조직과 일할 때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마지막 넷째, 최대한 투명하게 정보를 오픈한다. 의도치 않게 여러 플랫폼의 구조를 경험하면서 비교 아닌 비교를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C플랫폼은 유명한 대형 플랫폼이라 유저 입장에서는 다양한 선택지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작가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납득할만한 매출 현황을 공유받을 수 있다. 물론 100% 투명하지는 않다. 아마도 그 정보가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요약된 결과만 주는 것이라 관대하게 짐작해본다. 다른 플랫폼의 경우에도 컨텐츠 작가가 납득할 만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정산 결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연간 회원권이나 구독과 같은 시스템으로 인해 작가가 100% 납득할만한 정보를 제공받기는 쉽지 않다. 오죽하면 출판계에서도 판매실적을 작가에 숨겨서 이익을 갈취하는 일이 기사화된 것을 보면 컨텐츠 창작자 입장에서는 늘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일지도 모른다. 퍼블리의 경우 아직 정산 과정이 진행 중에 있긴 하지만, 최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오픈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어느 플랫폼이나 요약된 결과치를 받으면, 사실 백데이터나 그 로직을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그저 수긍하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퍼블리는 그보다 정보를 최대한 제공해주는 측면에서는 신뢰가 쌓이는 포인트로 다가왔다.




며칠 전에 어떤 기관에 온라인 특강을 진행했다. 직접 수강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느꼈을지는 모르지만, 사실 당일 강사로서의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당일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기도 했고, 수강하시는 분들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약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날 대충 한 것은 아니다. 준비한 만큼 열정을 다했다. 그 기관에서 처음 특강 제안을 요청하신 분의 에너지 덕분이었다. 협업을 몇 번이고 같이 하고 싶게 만드는 에너지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열정을 투자했다. 준비하는 과정도 즐거웠다. 비록 당일에는 그만큼의 에너지가 전달이 되었을지는 확인할 길은 없지만, 나는 후회는 없었다. 그리고 이내 다시 연락이 왔다. 지속적인 협업을 요청하는 연락이었다. 흔쾌히 수락했다. 나는 조직에 몸을 담고 있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누구와 일하는지가 확실히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또 느낀다.



다시 퍼블리 아티클을 낼 때로 돌아가 보면, 사실 컨텐츠를 기획하고 써 내려가고, 또 보조 영상을 촬영하고 다시 편집하고, 그림까지 그려내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야만 했다. 초고를 쓰는 데 엄청 오래 걸렸고, 수정을 많이는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지만 나는 수정도 생각보다 많이 해버렸다. 글 쓰고, 책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제대로 느꼈다. 책을 낸 저자들이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특히나 나는 영상 전문가가 아니라 혼자 끙끙대며 작업을 했는데, 영상 용량을 낮춰야 해서 다시 찍고, 편집을 여러 번 하는 과정이 매우 험난했다. 하지만 무사히 끝내서 다행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소소하게 아쉬웠던 점을 밝혀보자면 바로 이미지 부분이다. 이 글을 퍼블리 담당자들이 보지 않길 바라며...ㅋ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디자인을 다시 해줄 거라는 '강력한' 믿음으로 이미지를 대충 그려 초안을 제출했다. 아.. 그런데 글쎄 그게 그대로 반영된 점이었다... 뚜둥!!! 첫 피드백이 '그냥 그대로 써도 손색이 없을 만큼 괜찮다'는 회신이 왔지만, '에이 설마 그걸 그대로 쓰겠어' 하고 웃어넘겼다. 그런데 손글씨로 적은 부분만 일반 서체 텍스트로, 무색 스케치 그림 2개에 일부 채색만 입혀지는 수정 작업이 있었다. 그걸 보고 엄청 크게 육성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진심으로 깔깔깔 웃어버렸다. '아, 다시 예쁘게 그려서 제출할까?' 잠시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두기로 했다. 이미 글 편집과 영상 작업 때문에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퍼블리 내에서도 이만하면 됐다 싶어서 내린 판단이었을 것이다. 마음속으로 '이럴 줄 알았더라면, 처음 초안부터 예쁘게 그렸을 텐데 ㅎㅎ' 하고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모든 창작물에 있어서 수정은 끝이 없다는 걸 안다. '여기까지면 됐어'하고 그만두어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그때가 바로 그 시점이었다고 합리화해본다. 그런데 뭐 나름 B급 수준의 그림도 매력적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그냥 Go 해버렸다. 독자는 아무도 모르겠지, 그것이 내 그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나의 애정이 담긴 컨텐츠를 탄생시키는 과정과 그 이유를 기록으로 꼭 남기고 싶었다. 나는 퍼블리 예찬론자가 아니다. 퍼블리에도 허술한 점과 부족한 점은 있다. 세상에는 그 어디에도 완벽한 사람, 완벽한 조직, 완벽한 제품, 완벽한 존재 같은 것은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리고 영원한 것도 없다. 지금 좋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좋을 것이라는 보장도 할 수 없다.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기억에서 잊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서비스도 없다. 우리 모두는 호불호가 갈린다. 그것이 글이 되었든, 제품이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브랜드가 되었든 말이다. 그래도 이왕이면 불호보다는 호에 초점을 맞추고, 나의 에너지와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컨텐츠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p.s 협업 과정을 너무 디테일하게 써서 혹시 퍼블리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닐지 걱정도 된다. 하지만 대부분 칭찬으로 적었으니 한편으론 예쁘게 봐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글을 내리겠음돠.


퍼블리에 오픈한 내 아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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