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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Nov 29. 2019

인생에서 한 번은 나를 발견할 시간이 필요하다.

독서노트 #9 <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

어리석은 사람은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을 한다.

  아메리칸 인디언의 윤리 규범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탐구하라. 다른 누군가가 당신의 길을 대신 만들도록 허락하지 마라. 이 길은 당신의 길이자 당신 혼자서 가야 하는 길이다. 다른 이와 함께 걸을 수는 있으나, 어느 누구도 당신을 대신하여 걸어 줄 수는 없다."
- p7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이 책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탐구해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보라고 이야기한다.


대화가 인간의 지적 활동에 묘약인 것처럼
고독은 인간의 정신 활동에 묘약이다.
- 에밀 시오랑


  고독은 외로움과 다르다.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사람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주로 그럴 수 있다. 외톨이로 보이는 것, 친구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두려워 항상 누군가와 함께 하려는 경우도 많다. 나도 어렸을 때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혼자 활동하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나름의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기도 한다. 때로는 별 관심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 고독은 혼자 있기를 자처하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지 못하여 느끼는 아쉬운 외로움과는 다르다. 고독은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다. 성격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고독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 같다.



  모든 인생은 혼자 떠난 여행이다. 누군가를 만나 함께 걷기도 하고 목적지가 바뀌기도 하지만 혼자서도 자신의 행복을 좇아 걸어갈 수 있어야 한다. 혼자 행복할 수 있어야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다.
- p59

  아무도 나를 대신해서 살아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방향이라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삶의 가치는 무엇이 되든 상관없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가치를 가지고 살아갈 필요도 없다. 바다로 흐르는 대신 사막에 남아 동물들의 오아시스가 되어 준 오카방고 강이 자신만의 가치를 지니듯 당신도 당신만의 삶의 가치를 지니면 된다. 용기, 사랑, 자유, 가족 무엇이 되었든 당신이 살면서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은 하나의 가치를 정하고 살아간다면 삶의 모습도 천천히 그에 맞게 변화할 것이다. 너무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스스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끊임없이 되새기고, 그 가치를 수호하며 살기 위한 방법을 1년에 한 번이라도 고민한다면 삶은 저절로 우리의 가치에 맞게 변화할 것이다.
- p72

  내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그렇게 깊이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가치관', '인생관' 이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작 내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에 대해 지금은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것이 갑자기 슬퍼졌다. 너무나 현실적인 사람이 되었고, 현실에 맞게만 살아왔지만 항상 이상을 꿈꾸며 그 괴리감에 허우적대는 나를 발견해서 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져 놓아야 무의식 중에 내가 하는 행동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 p103

  그렇다.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져 놓는 것, 그로 인해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나도 얼마 전 여행을 혼자 다녀왔다. 이미 버스를 타고 출발하면서부터 '나'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혼자 캐리어를 덜그렁 덜그렁 시끄럽게 끌면서 걸어가다 보니 '내'가 더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행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그 과정을 보면 나의 진짜 모습을 찾기도 하는 것 겉다. 혹은 내가 '되고 싶지 않은'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독일의 심리학자이자 트라우마 전문가인 게오르크 피퍼는 비극적인 사건 때문에 삶이 엉망으로 꼬인 사람들의 마음을 '쏟아진 옷장'에 비유한다. 그는 옷장이 쏟아지면 사람들은 마치 자기 속내를 다 들킨 것 같은 민망함에 서둘러 물건을 쑤셔 넣은 뒤 문을 닫아 버린다고 말한다. 그러나 마구 쑤셔 넣은 옷가지들 때문에 옷장 문은 닫히지 않고 물건들은 계속 바닥으로 쏟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때는 힘들더라도 옷장 문을 활짝 열고 물건을 모조리 꺼내야 한다. 그리고 버릴 옷은 수거함에 분리한 뒤에 셔츠는 셔츠끼리, 양말은 양말끼리 잘 개어서 차곡차곡 정리해야 다시 문이 열리더라도 옷이 쏟아지지 않는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직접 마주해야 슬픔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 p108

  쏟아진 옷장. 주섬주섬 대충대충 옷들을 다시 옷장에 쑤셔 넣는 상상을 해본다. 삶에서 힘든 상황을 맞이하면, 언제나 최적의 해법은 현실을 외면하지 고 직접 마주하라 말한다.


누군가와 함께 떠났다면 절대 몰랐을 것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른다. 꼭, 머리 아프고 귀찮게 '나'를 발견해야만 하느냐고. 그렇다. 여행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마다 제각각이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여행의 목적, 목적지의 새로움과 경이로움을 즐기기 위해서. 여행 테마를 그저 즐기기 위해서. 휴식을 취하며 몸과 마음의 힐링을 위해서. 각 관광지의 문화적, 역사적, 환경적 경험을 위해서. 혼자 가는 위험성보다 함께 가는 안정성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모두 각자의 목적과 상황에 맞게 여행을 즐기는 것이 정답이다. 다만, 한 번이라도 홀로 떠나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면, 또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통찰에 대해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 책 제목 :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 저자 : 카트린 지타

* 출판사 : 걷는나무

* 출판 연도 : 2015년 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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