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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Dec 24. 2019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힘

독서노트 #34 < 탁월한 사유의 시선 >

철학의 생산은 곧 사유의 독립을 의미합니다.


여러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이 책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만나게 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철학'이라고 하는 주제는 말만 들어도 어렵다. 그래서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그리고 우리는 철학이라고 하는 개념이나 정의를 쉽게 오인하고 착각하기도 한다. 물론, 나 역시 그 착각 속에 여전히 헤매고 다니는지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아주 어렵지 않으면서도 서서히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단순히 어려운 철학자들을 공부하고 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철학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부터가 위로가 된다.


책에는 독자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정말 좋은 예시들이 많지만, 일부 개념적인 내용만 정리해 보려고 한다.



자기가 처한 조건 속에서 일상의 잡다함이나 자질구레함 속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결정하고 지배할 더 높고 큰 단계에서의 결정을 감행할 수 있는 높이가 바로 철학적 시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p67

제목에서 '철학'이라는 용어 대신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라는 말로 철학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철학'이라는 어려운 용어로부터 멀리 도망치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자신의 일상을 결정하고 지배할 더 높고 큰 단계에서의 결정을 감행할 수 있는 높이.

우리는 많은 주변의 사람들의 말에 쉽게 휘둘리곤 한다. 가족, 친한 친구, 혹은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누군가의 말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그러한 일상의 결정들이 과연 얼마나 깊은 사유에서 나온 결과인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철학적 시선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인가.



철학을 한다는 것은 앞선 철학자들이 남긴 내용, 즉 사유의 결과들을 숙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숙지한 내용들을 계속 퍼뜨리고, 또 그들이 남긴 철학적인 내용 그대로 따라 살아보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그들이 사용했던 시선의 높이에 동참하는 능력을 배양해서 독립적으로 사유하고 행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철학이란 철학자들이 남긴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자기 삶의 격을 철학적인 시선의 높이에서 결정하고 행위하는 것, 그 실천적 영역을 의미합니다. 

- p92

레고 블록의 탄생과 같은 새로운 시선, 높은 시선이라는 것은 이미 익숙해진 것과의 결별이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러니까 철학을 한다는 것, 철학적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탁월한 높이의 시선을 갖는 것이라고 할 때, 철학에서 '자기파괴' '자기부정'의 과정은 필수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96

철학을 한다는 것의 의미가 단순히 과거의 유명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받아들이고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 그들의 시선의 높이에 동참하는 능력을 키워 독립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일이 어쩌면 훨씬 더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저자가 말하는 탁월한 높이의 시선은, 누구나, 우리 모두가 전부 다 가질 수 있는 능력일까?



철학의 시작은 인간이 신으로부터 독립하였음을 의미합니다. 분명 '독립'이 핵심입니다. '독립'은 기본적으로 혼자 서는 일입니다.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만 책임성 있고 도도하게 우뚝 서는 것입니다.
그런데 독립할 때 인간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세는 바로 '고독'입니다. 보통은 고독을 부정적인 의미로 보는데 부적적 의미의 고독이라면 아마 외로움 같은 것을 말할 것입니다. 외로움은 무엇인가 결핍감을 느끼는 부정적인 상태이니까요. 그런데 고독은 그렇지 않습니다. 진정한 고독은 아주 고아하게 혼자 서는 것입니다. 바로 자신의 힘만으로 서 있는 자립적 상태입니다.

- p190

철학은 독립이라는 상태를 이뤄야 가능하고, 독립은 고독이라는 자세를 가져야만 가능하다.

고독. 고독. 고독...

인간은 고독하다.

하지만 그 고독한 상태를 온전히 자신만의 힘으로 견디고, 즐기고, 조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혼자 있음으로써 느껴지는 인간의 감정은 다양하고, 그 감정은 또 다른 생각을 낳고, 또 그 생각들은 우리의 부정적일 수 있는 감정에 다시 영향을 미치다 보면, 고독이라고 하는 상태의 강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활용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아주 고아하게 홀로 서기...



철학적 사고는 분명히 전복적입니다. 철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얌전하지 않습니다. 사고의 야성을 놓치지 않지요. 이미 있는 모든 것들을 답답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그것들과 불화를 빚습니다. 이미 있는 모든 것들이 편안하고 좋아서 얼른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탁월한 단계에 이를 수 없습니다. 창조적 탁월함은 기존의 것들을 불편하게 느끼면서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 p222

어떤 개인적 혹은 사회적 현상이 발생했을 때, 그 현상 자체에 대한 단순한 결과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와 드러나지 않은 연쇄적 인과관계를 파악하여 향후 일어날 일들과의 연계성 속에 부조리함을 발견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한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맞서기도 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불화 속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다. 어떠한 시선이 혹은 어떠한 행동이 철학적이다 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현재 자신이 누리는 편안함 속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고, 그 이면에 다른 의미를 간파해 내는 능력 혹은 그러려는 노력이 어쩌면 철학적 사고를 향한 하나의 작은 발걸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계를 지배하는 힘의 영역에 시선이 도달해 있지 않으면 피상적인 접근 이상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왜 후진국형 재난이 끊이질 않는지, 후진국형 사고 이후에도 우리는 왜 교훈을 얻어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지, 왜 땜질 처방이나 대증요법만 반복하는지 그 이유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는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왜 전술적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지, 왜 전략적 단계로 상승할 꿈을 꾸지 않는지, 왜 창의보다는 훈고에만 빠져 있는지, 왜 질문보다는 대답에 더 익숙한지 등등이 모두 다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렇습니다.

- p 276

약 20년 전에나 지금이나 사건, 사고는 늘 있어왔다. 어렸을 적 있었던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대구 지하철 참사 등의 사고와 더불어 5년 전 세월호 사고까지.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후진국형 재난의 연속과 그에 대처하는 국가적 행보는 크게 나아진 것 같지가 않다. 심지어 퇴보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단순 기분 탓일까.


모든 철학은 시대의 자식입니다.
한 시대의 특수한 문제의식을
보편적 단계의 사유 체계로 승화시킨 것이
철학입니다.



즉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다른 특이한 것이 철학이 아니라, 고도로 지적인 높이에서 세계의 흐름을 포착하는 능력으로 형성된 사유 체계가 철학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지성적인 높이는 그 시대의 핵심적인 문제의식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철학의 역사 안에서 고도로 탁월한 높이에서 진행되는 사유의 일관된 흐름을 경험할 수 있지요. ...

결국 지금 자기가 살고 있는 구체적인 세계에서 포착된 자기만의 문제가 자기에게서 먼저 진리로 드러나는 것이 관건이지, 경전에 있는 진리를 묵수하는 것이 진리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

생각의 결과를 배우는 것이 철학이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철학인 것입니다. 정해진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은 진리를 대하는 태도일 수 없습니다. 자기만의 진리를 구성해보려는 능동적 활동성이 진정 진리를 대하는 태도일 것입니다.

- p319

단순히 경제 수준이 발전했다고 해서, 동일하게 철학적 사유의 능력이 함께 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별개이다. 매우 독립적인 관계이다. 우리나라만 보아도 느낄 수 있다. 역사 속 선진국들의 사례를 마주하거나,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문화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높은 시민의식이 범국민적으로 확산되어 있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나의 삶,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 현시대가 직면한 크고 작은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에서부터 사유가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세상에 대해 알아가고

더 넓은 지적 평야를 거닐며

깊은 사유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될수록

새로운 깨달음에 즐겁기도 하지만

왜, 

더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것처럼 느껴질까.




* 책 제목 : 탁월한 사유의 시선

* 저자 : 최진석

* 출판사 : 21세기북스

* 출판일 : 2017년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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