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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Dec 28. 2019

UX, 복잡한 세상 속 디자인

독서노트 #38 <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 >

현대의 기술은 복잡하다.
 복잡함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나쁜 것은 혼란스러움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복잡함이 아닌
 혼란스러움에 대해 불만을 가져야 한다.

 혼란스러움은 우리가 무언가를 조절하거나
 이해하려는 노력을 무력하게 만든다.


디자인이 심플하면 최고인 것처럼 느끼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일지도 모르겠다. 애플의 영향력일지도. 하지만 심플하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이 책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은 심플함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결국에는 복잡한 제품을 사용하게 되는 사용자들이 마음속으로 어떤 경험을 하며, 그런 사용자를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끊임없이 부딪히는 복잡함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일반적으로 웹이나 모바일상 사용되는 협소한 의미의 UX(User Experience)가 아닌, 진정한 '사용자 경험'을 다룬다는 점에서 내게 유용했다. 단순히 웹과 앱에서 사용하는 좁은 의미의 UI상의 UX를 다루는 책이 아니며, 기술적인 측면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내용도 역시 아니다.


이 책의 저자인 도널드 노먼은 인지과학의 대부이자 '비즈니스 위크'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인지심리학과 인지과학 교수로 연구를 수행했던 저자는 '인간 중심 디자인'을 창시하였다. 학계를 떠난 노먼은 제이콥 닐슨과 함께 UX 컨설팅 회사 닐슨 노먼 그룹을 설립하였다. 인간 중심 디자인 분야에서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대학원 때 교수님이 도널드 노먼 저자를 직접 만났던 일화를 얘기해주셨는데, 이제는 나이가 지긋하셔서 예전만큼 혜안이 있지는 않은 눈치로 말씀하셨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워낙 대단한 분이리라 생각되어 난 직접 본 적이 없으니, 책으로 만나는 수밖에.


내용이 많아 목차별 내용으로 간략히 정리만 해보고자 한다.(챕터별 다 요약해볼건데 엄청 길어질듯)



1. 복잡한 세상의 디자인 : 복잡함이 필요한 이유 - p13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은 단순함을 찾는다. 심플한 디자인의 제품이 각광을 받는 것도 그런 이유다. 간단한 작동법이 복잡한 삶의 문제를 단순하게 풀어줄 것이라 기대하면서. 그러나 핵심은 우리가 단순함을 바라는 것 이상으로 풍부하고 만족스러운, 다시 말해 복잡한 삶 또한 원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함을 갈구하는 동시에 복잡함을 필요로 한다.


악기를 연주하려면 '습득'과 '터득' 이 두 가지를 배워야 한다.

습득은 악기마다 손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자세와 호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주에 도움이 되는 특별한 자세나 기술 같은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익히는 과정이다. ...

터득은 습득과 다르다. 악기 자체를 깊이 생각해 음악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다. 작곡가와 지휘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다른 연주자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재즈나 록처럼 인쇄된 악보 없이 즉흥 연주가 주가 되는 장르는 음악을 터득하지 않으면 제대로 연주할 수 없다. 이 기술은 평생에 걸쳐 연마해야 한다.

- p58

음악에서의 악기뿐만이 아닌 것 같다. 스포츠에서도 축구를 처음에 어떻게 공을 다루는지 등을 습득하는 것과 팀으로서 협업하며 상황에 맞게 플레이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다를 테니까.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매일 같이 사용하는 핸드폰도 어떤 기능을 어떻게 쓰는 지를 습득하는 것과 그 기능들을 나의 상황에 최적화시켜서 활용하는 기술은 터득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세상은 온통 복잡하다. 우리는 그 복잡한 세상 속에서 단순함을 추구하고 있다. 그 단순함의 정의와 형태가 사람마다 약간씩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는 있겠지만, 단순함을 갈구하면서 복잡함 자체는 또한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저자의 말처럼 복잡함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혼란스러움이 나쁜 것이라는 걸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달라 보이는 것 같다.



2. 단순함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 p65

심플한 디자인이 심플한 사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단순한 외관은 사실 사용과 작동의 단순함과 관련이 없다. 오히려 처음 사용할 때 복잡해 보이는 요소들이 결국은 제품을 더 활용하기 쉽게 해 준다.

애플 제품들은 대부분 심플하다. 그리고 이미지도 직관적이다. 최대한 사용자의 '고민'을 덜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더 많은 '고민'을 한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애플의 디자인이 모든 화려함을 버린 심플함 때문에 인기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심플함 뒤에 숨겨진 많은 복잡한 기능들을 사용하기 편리하게끔 디자인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겉으로 보기엔 세련된 금속 껍데기와 유리창, 그리고 바퀴로 구성된 생각보다 간단한 형태이다. 하지만 그 내부에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부품과 현대 기술이 들어가 있다. 자동차를 뜯어보면 그야말로 복잡함 그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운전하는 방식을 터득해서 너무나 손쉽게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복잡해 보이는 요소들의 그 기능을 하나하나 잘 알 때 상황에 맞게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단순함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3. 단순함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혼란스럽게 하는가 - p109

아무리 단순한 것도 그 수가 많으면 복잡해진다. 그것들의 규칙과 기능이 제각각일 경우에는 더욱 혼란스럽다. 우리가 쾌적함을 느끼는 단순함은 옵션이 딱 하나만 있어서 전혀 헷갈리지 않을 때뿐이다.

가끔 어떤 식당에 가면, 메뉴판에 메뉴가 너무 많아 고르지 못할 때가 생각난다. 이것도 맛있어 보이고, 저 음식도 먹어보고 싶고... 반대로 메뉴가 딱 한 가지일 때는 고민 없이 주문하고 맛있게 나올 그 음식을 기다리는 게 더 편할 때가 있다. 아무리 단순해 보여도 너무 많은 선택지들 속에서 헤엄치는 우리는 스스로 현명해져야 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4. 복잡한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 사회적 기표 - p143

우리는 아무 경험 없는 낯선 환경에서도 잘 적응한다. 주위를 둘러보고 다른 사람의 발자취를 쫓으며 원하는 바를 이루어 내기 때문이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식과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도 우리는 주변 환경이 제공하는 정보를 파악해 올바른 선택을 내리려고 한다. 이런 정보를 사회적 기표라 부른다.

주변을 둘러보면 어떤 이미지들은 단번에 무슨 의미인지 파악이 가능한 표시들이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어딜 가나 처음 방문하는 나라에서도 화장실을 뜻하는 이미지는 대부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는 음식점에서 제공되는 후추나 소금을 유리병에 담아만 두어도 우리는 직관적으로 그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반면 비행기나 호텔에서 종이로 포장된 채 제공되는 가루들의 정체는 설탕인지 소금인지 후추인지 글을 읽어야만 알 수 있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제공되는 직관적인 정보만 가지고도 쉽게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 잘 디자인된 것들이다.



5. 사람을 도와주는 디자인 - p175

인간은 기술을 받아들였다. 이제 기술이 인간을 받아들일 차례다. 사람을 배려하고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내는 디자인을 통해 기술은 사람에게 한층 더 깊이 다가갈 것이다.

사람을 도와주지 못하는 디자인을 보는 경우가 훨씬 흔한 것 같다. 아파트 단지나 공원 등 가끔 우리는 잔디나 화단을 가로질러 가는 경우가 있다. 아마 횡단보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횡단보도가 너무 멀리 있어서 무단 횡단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지 않았는가. 도로를 디자인한 사람이든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를 디자인한 사람이든 (여기서 설계, 기획, 이미지 디자인, 개발 등 일련의 모든 과정을 디자인이라는 단어로 함축되므로 정의 때문에 혼란스러워하지 마시길)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서는 안된다. 그런 경우 대부분 사람들의 행동 패턴과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의 심미적 욕망 때문에 혹은 이용자들의 관점을 배려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가 유도된 것을 인정해야 한다.



6. 사용자 경험 디자인 : 시스템과 서비스 - p223

좋은 시스템 디자인은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해서 사용하고 최종적으로 이해하는 단계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경험으로 녹아들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 단계들을 각각의 조각으로 디자인하다 보면 과정은 복잡해지고 전체의 조화는 깨지고 말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인간과 사회를 배려하며 디자인하는 것은 결국 사용자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아이디오는 '디자인 씽킹'을 실천하는 회사다. 디자인 씽킹이란 가장 먼저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규정하는 것이다. 나는 이를 두고 "클라이언트가 해결해달라고 하는 문제는 절대로 해결하지 마라."고 바꾸어 말한다. 클라이언트는 증상에만 반응하기 때문이다. 모든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면서 디자이너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발생한 문제가 무엇인지, 그중 정말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근본 원인 찾기'라고 부른다.

- p232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면 IDEO를 모르면 간첩일 것이다. 아이디오가 유명한 것은, 단순히 겉만 번지르르하게 멋진 디자인을 해서가 결코 아니다.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필요해서 디자인 스튜디오에게 의뢰하거나 광고를 위한 광고 전문 회사 또는 마케팅 대행사에 의뢰하는 등 갑을 관계로 계약을 하여 함께 '문제 해결'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 직장생활을 해봤다면 알겠지만, 진짜 문제를 찾는 경우보다는 돈을 지불하는 클라이언트의 입맛에 맛게 해결해주는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이 더 쉽고, 분쟁이 덜 일어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피곤한 을의 입장인데, '본질적인 원인 분석'과 '최적의 해결안'을 도출해줄 만큼 우리 사회가 여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디오 같은 회사가 나오면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본질에 더욱 집중하는 디자이너가 많이 나오면 우리 사회가 더 행복해질지도 모를텐데 하는 막연하고 이상적인 생각을 해보게 된다.



7. 대기시간의 지다인 - p281

이유를 알 수 없는 기다림은 짜증을, 공정하지 않은 기다림은 화를 부른다. 복잡한 상황에서도 기다림 자체를 즐거운 경험으로 만드는 다양한 기술이 있다. 기다리는 동안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거나 그 이상을 주는 법, 줄을 줄처럼 보이지 않게 디자인하는 법, 적절한 기다림을 제공하는 법 등이 그것이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한 기다림, 공항에서의 지루한 기다림, 심지어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실행했을 때조차 그 1분이 채 되지 않는 기다림이 우리에겐 고통스럽다. 적절한 기다림의 디자인으로 핸드폰에 '로딩 중'이라는 표시를 고안해낸 사람은 천재인 것 같다. 이유 있는 기다림을 알리는 것. 엘리베이터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거울을 비치해서 잠시나마 딴짓을 유도하는 것도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대단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



8. 복잡함을 관리하기 : 파트너십 - p329

복잡함은 우리 삶의 일부다. 우리는 복잡함을 받아들이되 정복할 방법도 함께 배워야 한다. 아무리 복잡한 것이라도 익숙해지면 이해하기 쉽다. 시스템에 숨은 신호를 확인하는 것도, 세상의 지식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외우지 않고 이해하는 것이다.

복잡함을 관리하는 것은 결국 사용자 혼자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ffordance, 즉 이렇게 사용되는 것이라고 유도할 수 있는 직관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그것을 디자이너가 먼저 잘 유도해주어야 하며, 그것을 적절한 방식으로 유도되어 그렇게 사용해야만 우리의 복잡한 세상을 그나마 쉽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알지만, 제대로 유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생각해보자. 그 모양은 각양각색이다. 틀기 위한 방식이 다양화되면서, 어떤 호텔의 화장실에서는 도대체 물을 어떻게 트는지 몰라 이리저리 헤맨 적도 있다. 예뻐 보이는 것과 사용하기 쉬운 것은 역시 다른 것이니까.


결국 복잡함을 길들이는 것은
 디자인하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 간의 협력을 의미한다.



9. 즐거움을 디자인하라 - p379

'좋은 제품'이란 기획자나 디자이너 혼자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아닌, 고객이 이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생각을 의미한다. 따라서 깔끔한 인터페이스, 복잡하지만 이해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아가 제품을 사용하는 즐거움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

디자이너가 좋은 제품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결국은 그 사이에 기술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되곤 한다. 기술을 다루려면 디자이너와 사용하는 사람 사이의 협력이 필요하다. 디자이너는 훌륭한 구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배우기 쉽고 친화적인 상호작용을 제공해야 한다. 그 결과물을 이용하는 우리는 기꺼이 시간을 들여서 원칙과 기반 구조를 배우고 필요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 결국 우리는 모두 디자이너와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즐거움을 디자인하는 것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님을 우리 모두가 인지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은
인생이 요구하는 복잡함을 길들이는 능력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작년에 디자인경영을 공부하면서 '사용자 경험'에 한창 빠져 있었다. UX라고 하면 다들 화면 안에서 단순히 구매 유도하는 UI를 생각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폭넓은 의미와 진짜 '경험'에 초점을 둔 그런 개념과 케이스를 공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년에 만나게 된 이 책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은 나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었다. 물론 이 도널드 노먼 저자가 이 분야에 워낙 유명한 분이라 이 분이 쓴 책들을 모조리 다 읽으려면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크고 작은 현상에는 복잡함과 단순함이 숨어있고, 잘 들여다보면 '경험'을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제품에서 서비스로, 서비스에서 경험으로 이미 트렌드는 이동이 되었다. '경험'을 어떻게 디자인할지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한 번쯤은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 책 제목 :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

* 저자 : 도널드 노먼

* 출판사 : 유엑스리뷰

* 출판일 : 2018년 4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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