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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Jan 01. 2020

포기할 것인가, 끝까지 버틸 것인가

독서노트 #42 < the dip >

자유 시장의 세상에서, 보상은 비범함에 주어진다.


이 책 <더딥>을 쓴 저자는 21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전략가로, <보랏빛 소가 온다>,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 <이제는 작은 것이 큰 것이다>, <퍼미션 마케팅>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쓴 세스 고딘이다. 이 책 자체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긴 하지만, 몇 년 전 추천받아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은 아주 짧지만 매우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것은 바로 '포기'에 관한 것이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때로 포기는 우리의 인생과 삶을 관리하는 데 현명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또 때로는 포기야말로 가장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다.

 - p12

이 책은 약 100페이지 정도밖에 안 되는 얇은 책이다. 그리고 주제도 너무나 명료하다. 성공을 향한 '딥'과 실패로 가는 '컬드색'을 만났을 때, 포기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포기'에 대한 '맥락'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성공하는 조직의 비밀은 전략적 포기에 있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분투하는 조직들이 파멸하는 원인은 반사적 포기와 연속적 포기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한다. 그들은 고통스러우면 포기하고,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번거로울 때는 계속 밀고 나간다.

- p25

요약정리하진 않았지만 저자는 가장 앞부분에 '왜 세계 최고가 되는 게 중요한지'에 대해 제일 먼저 언급한다. 그것이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최고가 되기 위한 전략으로 적절한 포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의 정의에 대해 운운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성공이 남들이 생각하는 그런 의미이든, 각자 나름 정의한 의미이든 결국 '포기'없이는 스스로 만족하는 그 단계에 다다르기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곡선 1 : 딥
인생에서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거의 모든 일에는 '딥'이 관여한다.
무엇이건 처음 시작할 때는 재미있다.
최초의 며칠 또는 몇 주 동안은 배우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신이 나서 계속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딥이 발생한다.

딥은 어떤 일의 시작과 그것에 숙달되는 지점 사이에 놓인 길고 지루한 과정이다. 그런데 이 길고 지루한 과정이 사실은 지름길이다. 당신이 가려는 곳으로 다른 어떤 길보다 빨리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딥은 당신이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기 위해 겪어 내야 할 행정적인 절차들과 바쁜 업무의 조합이다.
딥은 스키 타기나 패션 디자인에서 쉬운 '초보적 기술'과 좀 더 쓸모 있는 '전문가적 기술'사이에 놓인 간극이다.
딥은 초심자가 운 좋게 잘되는 것과 의미 있는 업적 달성 사이에 놓인 머나먼 길이다.
딥은 당신 같은 사람을 막기 위해 설치한 일련의 인공적인 차단막이다.


곡선 2 : 컬드색 (CUL-DE-SAC)
'막다른 길'이라는 의미의 프랑스 어인 '컬드색'은 너무나 간단해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이것은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별로 달라질 게 없는 상황이다. 크게 좋아질 것도, 크게 나빠질 것도 없이 늘 그저 그런 상태이다.
우리는 그런 일을 '장래성이 없다'고 한다.


곡선 3 : 낭떠러지
끝 부분의 급경사면만 제외한다면 흡연이야말로 마케터의 꿈이 실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흡연은 그만두는 게 거의 불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오래 지속할수록 계속하고 싶은 느낌이 더 강해진다. 그리고 포기의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커진다. 내가 이것을 낭떠러지 곡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추락해서 모든 것이 결딴나기 전에는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p31

이 책에는 3가지의 곡선에 대해 나온다. 최고의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결국 이라는 지루한 상태를 통과해 내야만 하는데, 우리는 너무 일찍 평범해지는 길을 택하거나 너무 섣불리 포기를 반복하게 되는 우를 범한다고 한다. 반대로 컬드색에서는 최대한 빨리 빠져나와야만 또 다른 기회를 향해 달릴 수 있는데,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더 좋아질 것도 더 나빠질 것도 없는 그런 상태에 머무르면서 정작 포기해야 할 때 포기하지 못하는 우리의 태도를 꼬집기도 한다. 낭떠러지의 경우는 거의 흔치 않은 그래프이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일'에서는 이런 그래프의 형태를 찾아보긴 힘들다고 한다.


딥은 희소성을 만들어 내고,
 희소성은 가치를 창출한다.


나는 과연 '딥'을 제대로 통과한 적이 있는가?

나는 혹시 '딥'에서 그저 그런 상태로 전락하는 행동을 취한 적이 있는가?

나는 혹시 '컬드색'인 줄도 모르고 그저 쳇바퀴 돌듯 뱅뱅 돌기만 한 적이 있는가?

나에게 자꾸 질문을 던지게 된다.



당신이 세상에서 최고가 되지 못하는 일곱 가지 이유

당신은 시간이 없다. (그래서 포기한다.)
당신은 돈이 없다. (그래서 포기한다.)
당신은 두려워한다. (그래서 포기한다.)
당신은 절실하지 않다. (그래서 포기한다.)
당신은 흥미도 열정도 다 잃은 채 평범한 수준에 안주하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포기한다.)
당신은 멀리 내다보기보다는 눈앞의 결과를 중요시한다. (그래서 단기적인 전망이 좋지 않을 때 포기한다.)
당신은 자신이 세상에서 최고가 될 수 없는 분야를 선택했다. (아무래도 재능이 없는 것 같다.)

- p46

세상에서 최고가 되는 것은 당연히 그만한 가치와 능력을 인정받고, 경제적인 부유함을 누릴 수 있으며 죽기 전 이름도 남길 수도 있을 테니 대단해지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반대로, '최고가 되어야만 해?'라는 의문도 함께 들기도 했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모르는 것도 인정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요즘같이 퍽퍽한 세상에는 그저 자신만의 소소한 행복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이 책의 성공 기준은 '세상에서 최고는 본인이 아닌 남이 인정해줘야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전제부터가 뒤엎어져도 되는 세상이기도 하다. '내가 나를 인정해줘도' 충분히 성공한 삶이라고 외치는 세상 아니던가.

물론, 이런 부분에 대해 흑백논리나 갑론을박으로 특정한 생각을 강하게 주장할 생각은 없다.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싶을 뿐. 저자의 주장은 주장대로.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한 생각 그대로. 난 그런 개별성이 좋으니까.


포기는 희소성을 낳고
희소성은 가치를 창출한다.


(컬드색인줄 알면서) 왜 포기하지 않을까? 언제나 그렇듯 이유는 한 가지다. 일단은 지금까지 해 오던 일에 그냥 달라붙어 있는 것이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않고 고통도 안겨 주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립 선언문이 우리에게 경고하듯이.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인간은 그것이 악이라 하더라도 참을 만하다면 자신들에게 익숙한 형식을 폐지하고 스스로의 권리를 회복하기보다 그냥 견디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컬드색이라고 판단될 경우 당신은 그것을 포기할 배짱이 있는가?

- p55

하나의 조직에서 생활하다 보면, 이런 경우를 자주 맞닥뜨리는 것 같다. 잘못된 길인지 알면서도 그냥 달리는 것. 아무도 일부러 폭탄을 터뜨리지 않고, 떠넘기기만을 반복하는 것. 책임 회피를 통해 숨죽이고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조직에서 오래 살아남는 노하우이기에 먼저 변화의 깃발을 꽂지 않는 것. 그래서 딥을 통과하는 경우가 정말 희소하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소수만이 그 길을 가기 때문에.


포기는 실패의 동의어가 아니다.


전략적 포기란 당신이 주어진 선택의 범위 내에서 내리는 의식적인 결정이다. 당신이 투자할 수 있는 것들에 견주어 볼 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막다른 길이라고 판단된다면, 그 시점에서의 포기는 합리적인 선택일 뿐만 아니라 매우 현명한 행동이기도 하다.
반면에 실패란 당신의 꿈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실패는 당신이 포기할 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너무 자주 포기한 나머지 시간과 자원이 모두 고갈되었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

- p82

포기는 실패의 동의어가 아니라는 말에 위로를 받는다. 그동안 살면서 포기해 온 것들이 한둘이 아닌데, 모두 실패라고 낙인찍으면 가슴이 아플 테니까.


'자존심'은 현명한 포기자의 적이다.


당신이 컬드색과 마주쳤을 때, 거기에 계속 매달리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혹시 당신의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은 아닌가?

- p84

컬드색에 마주쳤을 때 계속 매달리는 이유가 나는 '자존심'도 있지만, '기회비용'도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남들이 보기에 내가 여기서 그만두는 모양새가 '부족한 사람'으로 비추어지는 게 싫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동안 해온 게 아까워서' 뭔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결국은 둘 다 스스로가 만든 틀 안에 갇혀버리는 형국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당신에게 주려는 교훈은 간단하다. 당신에게 주어진 것을 모두 사용하라. 세계 최고가 되는 데에. 게임의 룰을 바꾸는 데에. 모든 것을 새롭게 정의하는 데에.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이 겪을 가장 큰 딥을 통과하는 데에 그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만 한다. 그 딥을 극복하려면 그 밖의 모든 것은 포기해야 한다. 세상에 흔적을 남기지 못할 일이라면 지금 당장 포기하라. 그러고 나서 그 빈 공간을, 당신에게 중요한 딥을 공략할 에너지를 찾는 데 사용하라.
시작하라. 실행에 옮기라.

- p97

남이 인정해주는 성공이든, 내가 인정해주는 성공이든 상관없이, 그 '딥'을 통과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공감이 되고, 또한 그곳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그 과정에서 어렵고 지루하고 힘든 터널이 없을 순 없을 것이다. 그 '딥'을 현명하게 통과해야 내가 원하는 성공과 행복을 누리는 '삶'에 가까워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포기할 만한 배짱이 없는 일들로 분주할 때
 우리는 실패한다.




혹시 내가 쓸데없이 포기해야 할 일들을 억지로 붙잡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 한 가지 일에 몰입해도 잘할까 말까 인데, 이것저것 배우고 다 하고 싶은 욕심 많은 나는 포기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배우고 싶은 게 많은 '욕심쟁이'임을 인정한 지는 오래되었으나, 포기할 만한 배짱이 있는 '짱이'가 되는 길은 아직 먼 것 같다. 오래간만에 다시 읽은 이 책은 '인생에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 책 제목 : 더딥 (the dip)

* 저자 : 세스 고딘

* 출판사 : 재인

* 출판일 : 2010년 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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